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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유 엄마 Sep 27. 2020

우리 아이가 갑자기 말을 더듬어요.

언어발달 과정 중 나타나는 정상적인 말더듬.

규하는 처음부터 말이 빠른 아이는 아니었지만, 세 살이 되면서부터는 말을 꽤 잘하는 편에 속하는 아이였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갑자기 말을 하다가 우물쭈물하거나 말하는 중간중간 머뭇거리며 '음... 어.. 그거 그거 있잖아' 등의 간투사들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났다. 어떤 때는 얼마 길지도 않은 한 문장을 다 말하기까지 마음속으로 스물까지 세고도 남을 시간을 기다려줘야 겨우 말을 끝맺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남편은 아이가 답답해할까 봐 문장을 대신 말해주거나 아이가 더듬더듬 말하고 있는 단어를 재빠르게 말해주기도 하였다. 아마도 그렇게 하는 것이 아이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다.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말 더듬는 현상이 언어 발달 과정 속에서 볼 수 있는 정상적인 말더듬 유형 중 하나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나와는 달리 남편은 불안한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하루는 남편에게 아이의 이러한 행동이 정상적인 발달 과정 중 하나이며, 말을 더듬는 순간에 아이가 하고 있는 말에 끼어들거나 단어를 대신 말해주는 대신 아이가 문장을 스스로 끝낼 수 있도록 가만히 얼굴을 마주하며 충분히 기다려달라고 말해주었다.  


말을 곧 잘하던 아이들도 세 네살이 되면 갑자기 말을 더듬거나 긴 문장을 유창하게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기 시작한다. 두 돌 즈음부터 문장을 표현하기 시작하는 아이들은 세 네살이 되면 문장의 길이가 꽤 길어지고 복문의 형태가 나타나는 등, 단어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어휘 폭발기 때처럼 '언어 용량이 폭발하는 시기'를 겪게 된다. 이 시기에 언어 용량에 과부하가 걸리게 되면, 표면적으로 말을 더듬게 되는 정상적인 유창성 장애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유창성 장애(fluency disorders)란? 

유창성 장애란, 말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은 장애를 말하며 말더듬(stuttering)이 대표적이다(이승환, 2005). 말더듬 외에도 말빠름증이나 발음 기관의 유연성이 부족하여 말소리들이 동시적으로 발음되거나 동화되는 현상을 정상적으로 발음하지 못하는 경우도 유창성 장애에 속한다.


만 3세 정도가 되면 말을 잘하던 아이들도 갑작스럽게 말을 더듬는 경우가 있다. 이전에는 매끄럽게 말할 수 있었던 문장들도 버벅거리기 시작하고, 말하려던 단어가 생각이 안 난다는 듯이 머뭇거리나 주뼛거리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지금까지 유창하게 말을 잘하던 우리 아이가 왜 갑자기 말을 더듬게 되는 것일까?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지 몇 년이 채 되지 않은 아이들은 제법 어른들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언어 능력이 발달하지만 아직은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언어를 습득하게 된다. 그 시행착오 중 하나가 바로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아이의 '말더듬'현상이다. 만약 아이가 하고자 하는 말이 자신이 가진 언어 능력보다 더 높은 수준이거나 아이가 발음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단어인 경우에 아이들은 실수를 하기도 하고 말을 더듬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자신이 말을 더듬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인지를 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아동이 말을 더듬는 순간, 부모가 아동에게 보이는 부정적인 태도와 반응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의 말을 살피게 되고 주의하게 된다. 부모의 부정적인 반응을 아동이 여러 번 경험하게 되면 아동은 자기가 말을 더듬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자꾸 신경 쓰게 되면서 '진정한 말더듬이'가 될 수도 있다.


말더듬의 원인

오랜 시간 말더듬에 대해 연구해온 학자 Van Riper는 말더듬의 원인을 발음 기관들의 '근육 운동 붕괴'라고 주장한다. 아이들이 어떤 말을 입 밖으로 꺼내놓기 위해서는 수많은 근육들의 빈틈없는 협응과 함께 동시적으로 발음할 수 있어야 유창한 발화가 가능하게 된다. 말더듬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는 말소리를 산출하는 데 관여하는 호흡, 발성, 조음의 근육 운동이 적절한 타이밍에 동시적으로 움직이지 못할 때 말더듬이 발생할 수 있다(이승환, 2005).  

보통 말더듬이 처음으로 발생되는 시기는 만 2-5세의 아동에게서 제일 높은 빈도로 발생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말할 수 있는 단어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고, 문법적인 기능이 포함된 문장들을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폭발적으로 언어가 발달하기 시작하는데 이것 또한 말더듬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말더듬을 보이는 아이들의 80%는 학령기가 되면 자연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


정상적인 비유창성 vs 말더듬

보통 아이가 말을 더듬기 시작하였을 때, 아이에게서 나타나는 말 더듬는 현상이 정상적인 언어발달 과정 중에 나타나는 비유창성인지 아니면 유창성 장애의 유형 중 하나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지속적인 연구들의 결과를 통해 학자들은 정상적인 비유창성과 말더듬을 '비유창성의 정도'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 비유창성의 유형에는 어떤 단어가 생각이 잘 나지 않을 때 사용하는 '어, 음, 그래서'등과 같은 간투사와 개별 말소리 또는 단어의 일부인 음절 혹은 단어를 통째로 반복하는 것이다(예: ㄴㄴㄴ나는 학학학학교 학교학교에 갔어). 그 외에도 말을 하다 말고 끊어버리 듯 멈추거나 말소리의 사이를 길게 늘여서 연장(예: 엄->엄마)하는 형태 등이 나타난다. 이 중에서 두 집단 사이의 차이를 두드러지게 하는 '비유창성의 유형'은 '말소리 혹은 음절의 반복'과 '1음절에 해당하는 단어(예: 밥, 강 등)'를 반복하는 것이다. 만약 아이가 말을 더듬을 때 '단어'를 통째로 더듬거나, '간투사'로 말을 더듬는다면 정상적인 비유창성의 단계일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은 여유롭게 아이의 말더듬을 기다려봐도 괜찮다. 그러나 말을 더듬는 단위가 '단어 내의 음절'이나 '음소'로 작아지는 경우 또는 말소리 사이를 길게 늘이거나 말을 더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예: 지나치게 눈을 깜빡이거나 고개를 뒤로 젖히는 등의 부수 행동)이 나타난다면 말더듬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아이가 말더듬을 보일 때 부모가 보여주어야 할 태도, 기다림.


첫째, 아이가 말을 더듬는 순간, 아이에게서 절대 얼굴을 돌리지 않는다. 처음으로 말을 더듬는 아이들은 현재 자신이 말을 더듬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은 깨닫지 못한다. 자신의 말소리를 듣고 말더듬을 눈치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모의 태도와 반응을 통해 자신의 말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대체로 어린아이들의 경우에는 언어를 사용하다가 과부하가 걸렸을 경우 이런 현상들이 많이 나타난다. 따라서 아이에게서 처음으로 말더듬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당황스럽다고 하더라도 아이의 말더듬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부모가 알고 아이의 말더듬을 지적하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문장을 끝맺을 수 있도록 기다려 주어야 한다. 그리고 절대로 아이의 눈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부모는 아이의 말을 끊어서는 안된다. 아이가 어떻게든 스스로의 힘으로 문장을 끝맺을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준다. 그러나 생각보다 아이의 말을 더듬는 순간은 길게 느껴질 수가 있다. 어떤 부모들은 말을 더듬는 순간에 말더듬으로부터 아이를 빨리 벗어나게 하기 위해 아이의 말을 끊어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스스로 말을 그만둘 때까지 부모는 인내하며 기다려주어야 한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절대로 아이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아야 한다.


셋째, 아이의 말을 부모가 대신해 주지 않는다. 부모들은 아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를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성격이 급한 부모들은 아이의 말이 끝나는 것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줘버리고 만다. 아이의 난처한 상황을 부모가 빨리 해결해주기만 한다면 그것이 아이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원리는 말을 더듬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독이 되고 만다. 실제로 아이들은 자신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부모가 끼어들 때 좌절감을 느끼거나 실패감을 경험할 수 있다. 만약 아이가 갑자기 말을 더듬거리거나 음.. 음.. 간투사를 사용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면, 말더듬을 보이는 그 순간 부모는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면서 기다려주자.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내고 스스로 멈출 때까지.


넷째, 아이가 말을 더듬기 전에, 고개를 젖히거나 팔을 휘젓는 등의 부수 행동을 보일 때 부모는 표정 관리를 하고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말더듬이 정도가 더 심해지면 아이들은 말더듬을 숨기기 위하여 말더듬이 시작되는 순간에 자신의 얼굴이나 몸을 이용하여 말더듬이 드러나는 것을 막고자 노력한다. 아이들에게서 부수 행동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미 아이 스스로 자신이 말을 더듬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때 부모가 아이의 부수 행동을 보며 부정적으로 반응하게 되면, 민감하게 부모의 마음을 알아채는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죄책감에 빠져들게 되고 아이의 말더듬 증상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다섯째, 아이의 말더듬을 훈육의 대상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 말더듬은 오히려 따듯하게 보듬어주어야 할 대상이다. 자신이 말을 더듬는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부모는 아이의 언어능력이 보다 정교해지고 단단해지길 기다려줘야 한다. 반면에 자신의 말속에서 말더듬을 발견한 아이들의 부모는 아이를 올바른 방법으로 격려해주고 지지해주어 안심을 시켜주어야 한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의 말더듬이 듣기가 싫어서 아이가 말을 더듬을 때마다 훈육을 시도하는 실수를 저지르곤 하기 때문에 주의하여야 한다.


Reference

이승환(2005). 유창성장애, 서울: 시그마프레스.
그림출처: by 초록 담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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