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유 엄마 Oct 06. 2020

영어는 언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언어재활사가 알려주는 이중언어 교육이란?

  

어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두 개의 언어를 듣고 동시에 습득하게 되거나(동시적 이중언어: simultaneous bilingualism), 또 어떤 아이는 생후 몇 년 동안은 한 가지의 언어에만 노출되다가 나중에 다른 한 개의 언어를 듣고 습득하게 되는 경우(순차적 이중언어: sequential bilingualism)도 있다.     



이중언어 아동이란?

이중언어 아동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첫째는 동시적 습득(simultaneous acquisition)으로 3세 이전에 동시적으로 두 개 이상의 언어를 습득한 경우이며, 둘째는 연속적 습득(successive acquisition)으로써 모국어(primary native language)를 3세 이전에 먼저 습득한 뒤, 또 다른 언어인 제2 언어를 순차적으로 습득한 경우를 말한다.

동시적 습득과 연속적 습득 중 어느 한 그룹 안에 속하게 되는 이중언어 아동의 언어 발달은 개인차를 반영하며 매우 다양하고, 단일 언어 아동과 다른 언어 발달의 특징적인 과정이 존재한다. 그 특징적인 것으로, 언어 간섭(interference), 언어체계 전환(codeswitching), 언어 손실(language loss), 중간어(interlanguage)등이 있다(임동선, 2001; 홍성미, 2014).   

   

이중언어 아동은 연령이 증가하면서 단일 언어 아동과의 언어 발달 간의 차이가 사라진다고 보고되고 있으나 이중언어 환경에 있는 아동이 단일 언어 환경의 아동보다 언어발달지체를 더 많이 경험하게 된다(홍성미 & 임동선, 2014). 이중언어 아동과 단일 언어 아동과 비교하였을 때 언어발달이 다소 지체되는 경우도 있지만 언어발달 과정에서는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따르며, 5-6세 이후에는 단일 언어 아동과 같은 수준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이귀옥․이혜련, 2008; 황혜신․황혜정, 2000). 또한, 이중언어 아동은 단일 언어 아동과 유사한 오류 형태를 보이지만 단일 언어 아동에게 나타나지 않는 이중언어 아동에게만 나타나는 오류 형태를 보인다고 보고된다(임동선, 2001).         



[이중언어 아동의 언어발달장애]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이중언어 아동 중에서 언어발달지체를 나타내는 아동의 언어 특성을 살펴보면, 두 번째 언어인 영어를 습득할 수는 있었지만, 그것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하였다(Restrepo, 1998).

또한, 초기 언어 발달에서 이중언어 아동이 언어 발달의 지연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되며(이귀옥, 2003),  언어발달지체를 나타내는 이중언어 아동은 대명사의 생략과 대치, 관사, 전치사뿐만 아니라 숫자 오류, 시제, 인칭 등의 형태 통사론적인 결핍을 나타내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언어발달지체를 보이는 5~8세의 이중언어 아동은 성별과 수 배열, 동사시제, 복수, 대명사 등에서 또래 아동에 비해 유의미하게 낮은 언어 점수를 획득하였다고 하였다.

이중언어 아동은 인지 및 언어 발달에 있어 이중언어 환경이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언어발달지체에 노출되기 쉽다. 모국어(L1)가 습득되기 이전에 이중언어에 노출되는 것은 사회적, 학습적, 언어적, 심리적인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이수복․심현섭․신문자, 2007).

그러나 이중언어 아동의 언어 문제는 이중언어 사용 자체가 원인이라기보다는 언어를 처리하는 능력의 선천적인 결함 때문이라고 보는 경향이 우세하다(Erika Hoff, 2006).      



이중언어 아동의 언어 발달 특성

이중언어 아동은 초기에 자신이 듣는 두 가지 언어를 결합하여 하나의 체계를 만들며, 두 가지 언어를 구별하지만 각 언어의 발달과정은 서로 영향을 받게 된다. 이중언어 아동은 두 어휘집을 구분하여 사용하게 되지만 한 동안은 두 언어 모두에 동일한 문법 규칙을 적용하며 사용한다. 이중언어 아동은 만 3세 정도가 되어야 두 언어의 체계를 완전하게 분리할 수 있게 된다.


이중언어 아동이 사용하는 단어가 동일한 사물에 대해 각각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면 두 개의 언어 체계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상호 배타성의 원리에 의해 새로운 단어를 이전 단어와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은 두 단어가 서로 다른 언어에서 나왔다는 것을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중언어를 습득해야 하는 아동은 하나의 언어를 습득하는 아동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중언어를 습득해야 하는 환경에 놓인 아동은 두 언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에서 많은 지원을 받아야 하며, 두 언어의 발달 속도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아동은 언어를 습득하는 데 있어서 아동은 노출된 양만큼 언어를 습득할 수 있게 된다.

모국어를 제외한 제2 언어를 배우는 아동은 중간 언어(interlanguage)를 사용하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결론적으로 더 많이 그리고 자주 사용되는 언어가 결국에는 우세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언어를 동일한 양으로 입력 자극을 받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부모는 아동이 한 언어를 습득하는 것보다 두 언어를 습득해야 할 때,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며 각 언어를 습득하는 속도는 노출된 양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이중언어 아동이 모국어를 성공적으로 습득하지만, 제2 언어 습득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는 개인차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동은 모국어가 아닌 제2 언어를 학습할 경우, 모국어 습득과 다른 기억과 분석 능력에 의존하며 학습한다. 즉, 모국어의 숙달 정도가 제2 언어 습득의 성공을 예측한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언어재활사의 입장에서 만 3세 이전의 적극적인 영어 노출은 반대하는 편이다. 만일 아이의 부모가 국적이 달라서 두 언어가 일상에서 사용되어야 하는 경우이거나, 혹은 아이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두 개의 언어를 요구하는 ‘진정한 이중언어의 환경’을 제외하고서는 너무 이른 이중언어의 노출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특히나 선천적으로 언어 습득 기제가 약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이중언어의 노출이 모국어를 습득하는 것에도 방해가 되는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언어발달지체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떤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또는 태어나자마자 영어 동요나 동화로 태교를 하기도 하고, 아이의 첫 그림책 전집을 마련할 때 한글 전집보다 몇 배나 비싼 영어 전집도 함께 구입하기도 한다. 그러한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에게 영어라는 새로운 언어를 선물해주기 전에 부모가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먼저는 아이들이 모국어인 한국어를 얼마나 잘 구사할 수 있느냐에 따라 제2 언어인 영어를 습득하는 데에도 반드시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쉽게 말해 언어를 습득하는 것은 한국어나 영어라는 도구를 다룰 수 있는 하나의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다. 지금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언어라는 도구를 습득할 수 있는 기술 자체가 잘 자리 잡도록 지원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언어 습득 기술을 알려주는 주된 재료는 바로 주 양육자인 ‘엄마의 모국어’이다. 만일 아이에게 영어를 제2 언어로 선물해주고 싶다면, 언어의 기술을 알려주는 엄마가 영어를 모국어처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 정도의 기술이 있어야 한다.

아이에게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이중언어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다면, 적어도 부모 중 한 명이 제2 언어를 기술적으로 잘 다룰 수 있어야 하고, 아이에게 최대한 비슷한 양으로 두 언어를 들려줄 수 있는 언어 환경이 제공되어야 한다. 동시적이 아니더라도 순차적으로 이중언어를 제공해주고 싶다면, 아이의 모국어가 어느 정도 자리 잡고 난 뒤에 제2 언어를 제시해 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모국어인 한국어를 구사하는 수준만큼 제2 언어인 영어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2 언어를 아무리 잘한다고 하더라도 언어의 바탕인 모국어를 절대로 넘어설 수 없다. 


따라서 우리 아이가 현재 ‘진정한 이중언어의 환경’이 아닌 경우라면, 적어도 만 3세까지의 아이의 언어 능력을 지켜본 뒤에 제2 언어에 노출시켜 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어느 정도 언어라는 도구를 스스로 다룰 수 있는 기술이 자리 잡은 뒤에 제2 언어를 알려 주었을 때, 새로운 언어라는 변수가 아이의 언어 발달에 있어서 모국어를 방해하는 일은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Reference

임동선(2001). 한국어-영어 이중언어 사용 아동의 품사별 오류 유형 분석. 연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홍성미(2014). 한국어-영어 이중언어 아동의 언어발달지체 판별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이귀옥․이혜련(2005). 아동의 이중언어 경험과 상위인지능력의 관계: 기수성을 중심으로. 한국심리학회지, 18(2), 105-119.  
홍성미, 임동선(2014). 학습 및 기억 과제를 통한 이중언어 아동의 언어발달지체 평가, 한국언어청각임상학회, 19(1), 31-44.
황혜신․황혜정(2000). 이중언어(한국어-영어)를 하는 아동의 언어능력 발달에 관한 연구. 아동학회지, 21(4), 69-79.
Erika Hoff(2006). 언어발달(Language Development), 시그마프레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아이가 갑자기 말을 더듬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