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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유 엄마 May 20. 2021

말더듬이해하기 I

유창성 장애 편


말더듬은 언어 장애 중에서도 쉽지 않은 영역 중의 하나이다. 그 이유는 말더듬의 이렇다 할 원인이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학자들마다 견해가 다르며 그에 따른 치료 방법도 가지각색이기 때문이다. 말더듬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하면 말더듬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말더듬은 뇌의 좌우 반구의 불협화음 때문에 발생하는 신경 계통을 포함하는 생리적 결함에 의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말더듬의 원인을 아동 또는 성인의 환경에 의해 발생한다고 보는 관점으로 대표적으로 아동의 가정환경으로 볼 수 있다. "말더듬은 아이의 입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귀에서 발생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말더듬은 부모의 반응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3세에서 5세 사이의 아동의 언어발달 과정 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말더듬은 정상적인 발달 과정 중 하나이지만, 자신의 아이가 말을 심하게 더듬는 모습을 여러 번 보게 된 부모가 이를 책망하거나 부정적이고 강한 반응으로 아이에게 피드백을 제공하면 이것이 아이의 언어 성장에 방해가 되는 말더듬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게 된다. 마지막은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아이의 "여린 심성"을 원인으로 생각하는 경우이다. 이 역시 생리적인 요인보다 환경적인 요인이 비중이 크다고 보며, 일단 말더듬이 자리를 잡게 되면 심성이 여린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말더듬의 심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된다. 


언어는 굉장히 복잡하고 세밀한 조칙체이기 때문에 그것을 적절히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아이들은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언어를 습득하게 된다. 그 시행착오의 한 현상 중 하나가 바로 이 말더듬이 될 수도 있다. 이 시행착오의 과정에서 부모가 이를 자연스레 넘기지 못하고 아이를 다그치며 "천천히 말해봐, 다시 말해봐."라고 간섭하며 아이의 말더듬을 꼬집게 되면, 자신의 말에 대한 이상함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아이들도 점점 자신의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게 되며, 자신이 말을 더듬을 때마다 수치심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부모의 지나친 걱정과 간섭이 아이의 말더듬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단연코 우리 아이들의 언어와 말이 훈육의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말더듬은 한번 자리를 잡게 되면 시간이 흐를수록 심화되는 과정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단어 한 두 개를 두세 번 반복하던 것에서 점점 시간이 지나면 말이 막히거나 한번 말더듬이 시작되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더듬는 순간을 중단시킬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아이들은 말을 더듬을 수 있는 단어나 문장, 상황, 대상을 회피하기 시작하고 말을 아예 하려고 하지 않거나 그 상황을 필사적으로 피하려고 한다. 심하면 말더듬에서 탈출하기 위해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고개를 뒤로 젖히거나 팔을 휘젓고 발을 쾅쾅 내리치는 등의 여러 다양한 부수 행동이 동반하게 된다.




내가 만났던 아이 중에서 말더듬이 가장 심했던 아이는 장난기가 넘치는 아주 똘똘한 남자아이였다. 아이는 언어발달도 정상보다 빠른 편이어서 처음 봤을 때는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게임을 하면서 흥분하거나 무언가 자신의 의도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갑작스럽게 눈을 세게 감았다 뜨는 것을 반복하며 말소리를 반복하다가 그 말소리에서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을 쳤지만 쉽사리 말더듬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아이의 엄마는 굉장히 차분하신 분이셨는데 가장 어려워하셨던 부분이 바로 아이가 말더듬에서 벗어나고자 애를 쓸 때 나타나는 탈출 행동이었다. 말더듬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아이는 자신의 말더듬을 알아챈 뒤 그것을 멈추려 하면 할수록 아이의 목소리는 비정상적으로 커져 주변의 이목을 집중시키곤 했는데 아이의 엄마는 이것을 굉장히 힘들어하셨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아이가 말을 더듬자 그 이목을 견디지 못해 아이에게 제발 말더듬을 멈추라고 화를 냈다며 아이에게 더 큰 상처를 준 자신을 책망하곤 하셨다.


어린아이의 말더듬 치료에서는 아이의 말더듬을 직접 치료를 하기도 하지만, 부모교육을 통한 간접 치료가 아이의 말더듬을 진정시키는 데 가장 큰 변수가 된다. 나는 이 아이와의 치료 수업을 그 날 수업의 제일 마지막으로 시간을 바꾼 뒤 아이 치료가 끝나면 아이의 부모를 붙잡고 말더듬이 무엇이고 어떤 핵심 행동과 부수 행동, 태도들이 있는지 어떤 경로로 진전될 수 있는지, 아이가 말을 더듬는 순간에 어떤 방법으로 부모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지등의 내용을 토대로 자세한 부모 교육을 진행하였다. 아이의 말더듬 진전 상태가 경도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즉각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많이 개선을 보인 부분은 아이와 부모와의 관계였다. 아이의 부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말더듬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이를 더 잘 알고 이해하게 되었고, 아이가 가장 힘들어 어떨 줄 몰라하는 그 순간에서 유일하게 아이를 지켜주고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는 지원군이 되어주었다. 아이 또한 말더듬으로 인해 손상되었던 정체성을 다시 긍정적으로 만들어가며 자존감을 회복했고, 말을 더듬던 더듬지 않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었다.


언어치료사는 말더듬의 증상만을 고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말을 더듬는 사람의 인격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그의 괴로움을 머리로만 헤아리지 말고 마음과 가슴으로 감싸야할 것입니다. 그의 가족과 삶의 환경도 살펴야 합니다. 나이 어린 아동의 경우에는 이들이 말과 언어를 배우는 일과 신체 발달이 잘 어우러져 가는지를 살펴야 할 것입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동들의 정상적인 비유창성이 말더듬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유창성 장애 中 이승환 교수-


이승환(2005). 유창성 장애, 서울: 시그마프레스.

그림 출처: by 초록 담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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