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물한 듯 맑았던 지난 토요일. 빨래도 런드리고에 맡겼겠다, 느긋하게 남편과 오전 시간을 보냈다. 어디 갈까, 이야기 하던 중에 남편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ㅇㅇ가 을왕리 가자는데, 갈까?” “그래!”
그리하여 가게 된 서해. 외할머니랑 같이 제부도를 간 것 빼곤 서해에 가본 적이 없다. 바닷물에 들어갈 걸 대비해 옷을 입었다. 얼마나 걸릴까 네비를 검색해보니 사십 분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린단다. 이렇게 가까운 바다도 있구나, 하며 집을 나섰다. 가는 길에 휴게소가 있다길래 들렸다. 이름은 잊었고,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와 비슷한 형상의 곰이 서 있었다.
휴게소에서 간단히 요기하고, 을왕리를 향해 달렸다.
다리 사이로 보이던 갯벌. 저 붉은 색은 해초라고 한다. 피오르드를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다. 두텁고, 진하다. 내려서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갓길이 없어 눈으로만 담았다.
을왕리엔 주차할 자리가 없어 옆동네인 마시안으로 왔다. 남편 친구가 자주 가던 집이 안 나와서, 도로 옆에 보이는 조개구이 전문점에 들어갔다. 조개구이와 스시, 그리고 칼국수가 나오는 커플세트인데 라면도 준다. 세 명이서 커플세트를 시켜 배부르게 먹었다. 그리고 방문한 근처 카페. 조개구이 전문점에 가다가 본 곳으로 외관이 멋지다. 앞엔 바다도 있다. 창가쪽에 자리를 잡고 구경했다. 마당에 아이들이 있었는데, 새우깡을 가져와 갈매기들에게 나눠주었다. 그 모습이 귀엽고 웃겼다.
저 멀리는 갯벌 체험하는 사람들. 사진찍고 아이와 모래놀이를 하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이 그림처럼 섞여 있었다. 갈매기 울음 소리가 나서 뒤를 돌아보니, 여기도 갈매기 조련사가 있었다. 갈매기 때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히치콕의 영화 <새>를 떠오르게 했다. 역시 나는 새가 무섭다. 그래도 이 갈매기들은 의리와 머리가 있다. 아이가 새우깡을 줄 때까지 얌전히 앉아있다 차례로 한 마리씩 새우깡을 물고 날아간다. 질서 정연한 것이 마치 강혁욱 훈련사님의 케어를 받은 강아지들 같았다.
날이 흐려 흑백이 잘 어울렸던 서해 바다. 간조 때 가서 바다를 거의 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가는 기분이 들었다. 재밌지만 조금 기빨렸던 서해 나들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