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으로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여러 단체 및 기업에서 발간하는 사보 또는 소식지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우선 대표적인 공기업 리스트를 얻기 위해 기획재정부 보도자료를 찾아보니 중앙 정부에서 운영하는 공기업만 해도 339개다. 각 지자체가 만든 곳까지 합치면 더 엄청난 숫자다. 물론 모든 곳에서 정기적인 발간물을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관공서라는 특성상 각종 보고서, 사업 홍보물 같은 발간물은 상당수 제작하고 있다.
사기업은 공기업이나 관공서에서 제작하는 간행물과는 조금 달랐다. 물론 대부분의 대기업은 정기적으로 사보와 소식지를 만들고 있었으며, 사업 분야별로 여러 가지를 만드는 곳도 있었다. 게다가 그룹 본사뿐만 아니라 그 자회사 및 계열사까지도 사보를 만들고 있었다. 반면 중견기업들은 대부분 홍보를 위한 브로슈어나 연차보고서는 기본적으로 제작하면서도, 사보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했다. 월간지 하나를 만드는 데 많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보 제작’이 ‘기업의 사치’를 의미하게 된 것이 아닐까.
몇십 년 전만 해도 국내 사보 시장은 매우 컸다고 한다. 회사 직원이 아닌, 일반인도 관심 있는 기업의 사보를 직접 구매하기도 했다. 지금은 인터넷이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더 쉽고 간편하게 다른 기업의 사보를 접할 수 있다. 아직은 책으로 인쇄된 사보가 많지만 점점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그 매체는 바뀌고 있는 듯하다. 예전처럼 ‘사보=인쇄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거의 모든 기업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웹상에 사보 PDF 파일을 업로드해둔다. 이렇게 하면 많은 사람이 쉽게 사보를 볼 수 있으면서도, 인쇄비용까지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전부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더 이상 인쇄물이 아닌, 뉴스레터나 웹진, 카드 뉴스 등 전자기기를 통해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곳이 많다. 긴 스마트폰 화면에 맞게 형태가 바뀌고, 페이지를 넘기기 쉬우며, 한 페이지 당 필요한 정보만 짧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보의 형태가 바뀌었는데, 그 목적도 변했을까? 사보의 표면적 목적은 기업 또는 단체의 소식을 소속 구성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구내망(인트라넷)이나 SNS가 없었을 때는 CEO가 많은 직원에게 자신의 경영 방침이나 회사의 성과 등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보를 이용했다. 기업을 방문한 외부 손님에게도 회사가 추구하는 것을 가장 쉽고 빠르게 전달할 수 있었다. 내면적 목적도 크게 다를 것 없었다. 구성원의 소속감 및 유대감을 높여주는 것이다. 사보의 형태는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같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글로써 표현해야만 했던 한계도 무너졌다. 현장감 넘치는 동영상은 물론, 단순 퀴즈 풀이가 대부분이었던 독자 참여 방법까지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인쇄물 없이 오로지 웹진으로만 만들어진 사보는 더욱 그렇다. 인쇄물은 새로운 책이 나올 때마다 책장을 하나둘씩 채워가는 느낌이 있었지만, 웹진은 그렇지 않다. 휘발성이 강하고, 생각과 달리 편리하지 않다. 많은 사람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기업 홈페이지를 리뉴얼할 때마다 저장 경로가 바뀌고 만약, 웹하드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동안의 기록을 한 번에 잃을 수 있다. 편리성에서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이 되는 곳에서만 볼 수 있고, 전체적인 구성을 살피기에는 모니터보다 인쇄물로 보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 갑자기 필요한 사진을 찾기 위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실행하는 것보다는 책을 펼쳐 빠르게 훑어보는 게 더 간편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브런치'도 웹진이다. 이런....)
이런 다양한 점으로 볼 때 아직까지 ‘사보’의 목적과 기능, 효과 다양한 면에서 ‘인쇄물’이 더 났지 않나 싶다. 한두 권의 사보는 단순히 기업의 소식지일지 모르지만, 오랜 기간 만들어진 사보를 모아두면 그것은 기업의 역사가 된다. 사보를 만드는 기획자, 작가, 디자이너가 사보 제작에 열정을 쏟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