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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획과 편집 Apr 19. 2019

나의 글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

소재의 중요성을 깨닫다

 


너무 흔한 글이 되어버린다

 글을 쓰려고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잔뜩 적어두었다. 몇 가지 괜찮겠다 싶은 것을 골라 글을 썼지만 모두 한결같이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글이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이런 소재로 글을 쓰면 특별한 글이 될 거야’라는 생각이 가득했지만, 중간쯤 쓰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쓴 수많은 글과 다를 것 하나 없다. 막장 드라마의 내용이 모두 비슷한 것처럼.


특별한 요리에는 재료가 있다

 그렇게 3~4편의 글 더 쓴 다음 그것을 보며 문제점을 찾아보았다. 소재부터가 너무 재미없었다. 일반적으로 글쓰기 소재로 많이 다루어지는 사회문제, 인간관계 등을 나만의 특별한 시각으로 바라보겠다는 생각은 욕심이었다. 생각과 달리 내 수준에서는 그저 그것들을 조금 더 넓게 또는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 일반적인 소재를 가지고 특별한 글을 쓰려고 하니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특별한 요리를 하려면 그에 맞는 재료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달걀과 채소만 가지고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몇 가지나 될까. 달걀말이, 달걀찜, 스크램블 에그.... 요리 연구가가 아닌 이상 많지 않다. 후추, 케첩 등 향신료와 소스가 많다고 해도 결국 만들어지는 것은 후추가 들어간 달걀말이, 케첩이 뿌려진 달걀찜이다. 조리 방법을 바꾸어도 비슷하다. 장담하건대 백종원도 이 재료만 가지고는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내기 어려울 것이다(물론 어느 분야나 이런 예상을 충분히 뛰어넘는 ‘고수’는 존재한다).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소재로 특별한 글을 쓰기란 매우 어렵다.


크고 거창한 것보다는 특별한 것

 글을 쓰는 데 가장 좋은 재료는 경험이다. 다른 책을 읽고 느낀 것, 직접 체험한 것, 본 것, 들은 것 모든 것이 글의 소재가 된다. 이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냥 앉은자리에서 소재를 만들었으니 ‘특별한’ 글이 써질 리 있나.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소재는 직접 발로 뛰고 경험하면서 얻을 수 있다. 유럽여행이니, 국토대장정이니 이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충분하다. 다만 노력이 필요하다. 매일 걸어 다니던 길도 자전거를 타고 가면 이렇게 오르막길이었는지 새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글은 발로 쓰는 것이다’라는 말이 괜히 생기지 않았다. 

 종종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이 글이 쉽게 써지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정말 모르는 하는 소리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면 그건 신이다. 그리고 공장에서도 어느 하나 쉽게 만들어지는 물건이 있는가. 좋은 글을 위해서는 특별한 소재가 필요하지만 생각만큼 쉽게 얻을 수 있지 않다. 

언덕길을 오를 때는 걷는 것보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이 훨씬 힘들게 느껴진다.

 

출사를 떠나는 사진작가의 마음으로

 사진작가들은 종종 ‘출사’라는 것을 한다. 특별한 사진을 얻기 위해 새로운 장소에 가서 사진을 찍는 행위를 말하는데, 멋진 일출을 사진에 담기 위해 이른 매일같이 이른 새벽부터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산에 오르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글을 씀에 있어서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진작가는 멋진 일출 하나를 담기 위해 같은 시간, 같은 산을 몇 번이고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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