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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원 Dec 19. 2023

이건 누구 잘못인가?

해외 살이의 어려운 점

한국에서 살다 보면,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바로 했던 행동은 솔루션을 찾는 거였다.


-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 다음에는 어떻게 이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지?


그리고 그 문제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여서 나를 발전시키는 양분으로 삼고는 했다.


그런데 이게 해외에서 살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노르웨이에서 살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의 첫 번째 반응은 

이거 내 탓이야? 노르웨이 탓이야?

로 시작을 한다. 그리고 노르웨이 탓으로 결론을 내면 (결론을 그렇게 내고 싶었던 걸 수도) 그냥 똥 밟았네 하는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보내버린다. 그리고 비슷한 문제가 결국에는 또 발생을 하고는 한다.


한국에 있을 때 노르웨이라는 옵션이 있는 것에 마음의 안정감을 얻고는 했었는데, 뭐 일하다 힘들거나 스트레스받으면 뭐 정안 되면 노르웨이 가면 되지 이러한 느낌으로 살았었다. 


이러한 안일한 마음가짐이 문제였을까, 노르웨이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이게 해결할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인지에 대한 계산을 하기 시작한다. 


일도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렇고, 한국에서의 삶을 기준점으로 잡고 살아가니까, 그 기준에서 벗어난 문제들은 노르웨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게 내가 여기서의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깨달았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하면 이건 나의 인생의 문제가 아닌, 이곳의 문제라는 가정을 항상 깔고 간다. 


뭐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닌데, 석사 기간에도 한국이었으면 있지 않았을 문제들이 발생하고, 그걸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약간 많이 지쳤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살 때는, 그냥 문제가 발생하면 "꺼져, 너네 어차피 그렇게 중요한 문제도 아니잖아"라는 식으로 무시하면서 살고 있다.


뭔가 알게 모르게 노르웨이에서의 삶을 조금 더 저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비단 사람들과의 문제뿐만 아니라, 업무적인 것도 내가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노르웨이라 한국에서 됐던 것처럼 안 되는 건가? 흠.. 그럼 내 탓은 아니겠네?"라는 식으로 사고가 진행이 된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 있는 생각은 이 학교가 좋은 학교가 아니다 보니, 어떠한 문제를 극복하는 거에 약간 현타가 오는 면도 없지 않아 있다.


손흥민 선수가 인종차별을 종종 경험하지만, 그러한 것들을 모두 이겨내고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활동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뛰니까 극복할만한 가치가 있는 거지. 내가 무슨 손흥민도 아니고,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해!"


그래서 만약에 이 학교가 MIT나 스탠퍼드와 같은 좋은 학교였다면 나는 내가 직면한 문제를 더 진지하게 받아들였을까?라는 고민을 종종 하고는 했다.


그런데, 손흥민 선수도 세계 최고가 되기 전에도 다양한 문제들을 경험했을 것이며, 그것들을 극복을 했으니, 지금이 위치에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있다.


사실 살다 보면 중요한 문제와 직면한 문제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정작 중요한 문제에 도달하지도 못할 수 있다.


조금 더 노르웨이의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나이가 들었지만, 다시 20대의 바이브로 돌아가서 하나하나 해결해 가면서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제발 이번이 마지막이길... 제발!


Photo by Thomas Bjornsta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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