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의 글쓰기]
세 치 혀만 있으면 나는 먹고사는데 지장 없다. 금융업에 종사하면서 B2C냐 B2B냐의 차이는 있었지만 결국은 영업이었다. 말이 가장 중요했고, 교육부서의 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이점이 있다면 마이크를 잡고 있다는 정도? 결국은 혀끝에서 나오는 말이었다. 내가 최고라는 자만심은 아니지만 소질은 있다는 자신감은 있었다.
필요한 자료를 찾아보고 몇 가지 맥락을 잡고 거기서 파생될 수 있는 사항을 머릿속으로 정리해본다. 교육은 파워포인트로 정리하는 작업을 추가한다. 상담의 경우 무엇을 필요로 하고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물어보는 편이다. 준비했던 주제들에 맞춰 성심껏 대답해주었다. 교육은 교안대로 진행하되, 반응에 따라 한두 장씩 오가며 설명을 더하거나 뺐다. 요약하자면 준비는 항상 하였지만, 스크립트까지 작성해서 외우지는 않았다. 눈을 보고하는 커뮤니케이션에서 암기와 낭송은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도 자신감이 있었다. 내 분야에 대한 내용이었고, 순발력을 요하지 않는 만큼 순간의 실수로 망치지는 않을 거다. 백전백승은 아니어도 백전불태다.
첫 글을 발행하자마자 내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 글은 부연설명을 할 수가 없다. 미주알고주알 다 적으면, 지루하고 넘기자니 독백이다. 순발력으로 포장했던 눈치는 안전장치였던 것이다. 고객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혹은 손목시계를 힐끗 본다. 강의실 분위기가 산만해지고 전체적인 아이컨택이 줄어든다. 주의 환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질문을 하거나 주제를 바꾸거나 하는 등 다시 돌릴 수 있다.
그런데 글은 그게 없다. 글은 저자와 독자와의 대화라고 읽었다. 어느 경지에 이르러야 독자와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애꿎은 키보드만 자근댄다.
최근에 책을 샀습니다. '강원국의 글쓰기'. 몇 년 전 읽었던 '대통령의 글쓰기'를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추천도서에 올라와 있는데 안 살 수가 없었네요.
서평을 짧게 적어봤습니다.
세월과 노력 그리고 재능으로 축조된 견고한 성 앞에서 나는 칼을 뽑아 들어 휘둘렀다.
아니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었다.
좋은 책을 읽고 나니 손을 놀릴 수 없어 적어봤습니다.
지금의 저는 확실히 말하는 것보다는 쓰는 것이 어렵네요. 시간이 지나 그간 해온 말보다 쓴 글들이 많아지면 그때는 혀가 굳어 반대로 말할 수도 있겠지만요.
쓰던 금융 컨텐츠는 초고는 저장해두었고 틈틈이 수정하여 화요일전에는 올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