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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선 Jun 02. 2021

어느 대학생의 인터뷰 요청

바람직한 기자의 태도에 대한 생각

스타트업처럼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니 브랜드 기획부터 제품 개발까지,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부터 인스타그램 운영까지 모든 마케팅을 관할하고 있다. 월요일 밤, 어느 한 대학생으로부터 브랜드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DM이 왔다. 본인의 소속을 밝히고, 듣고 있는 강의 과정 중 과제 주제를 비건에 대해서 잡았고, 내가 운영하는 브랜드에 대해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가장 하기 싫은 일 중에 하나는 회사 홍보팀을 통해 오는 언론사 대응이다. 요즘 트렌디하다는 비건 브랜드를 운영해서 그런지, 많은 언론사에서 취재 요청이 온다. 사실 인터뷰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다. 귀찮기 때문도 아니다. 문제는 그들의 태도다.


일정이 급한 것은 어떻게든 이해하려 노력한다(항상 바로, 즉시 달라고 한다.). 내 인터뷰 기사는 어느 누구도 읽지 않을 확률이 높을 정도로 하루에도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본다. 그러나 문제는 기자들이 제대로 된 사전 조사 없이, 심지어는 본인이 어떤 기사를 쓰고자 하는 방향도 없이 다짜고짜 묻는다. 비건이 뭔가요? 비건 화장품은 또 뭐예요? 비건이 왜 요즘 트렌드인가요? 브랜드 매출은? 몇 개 팔았어요? 제품 뭐가 인기 있어요? 대략 이런 질문들이다. 나한테 기사를 써달라는 건가 의심스럽기도 하다. 물론 그들도 바쁘고 힘들기 때문에 그렇겠지.라고 애써 참는다.


이번 대학생의 취재 요청은 반가웠다. 우선 나는 학생들을 좋아한다. 사회에서는 느끼기 힘든 생동감도 그렇고, 어린데 어른스러운데 또 어린 것 같은 그 묘함도 좋다. 언론학과 학생이었는데, 학교에서 배운 대로 취재 요청을 한 것 같았다. 혹은 아주 똑똑한 학생이었다. 본인이 왜 취재 요청을 하는지 명확하게 밝히고, 본인이 쓰고자 하는 기사의 주제, 지금까지 조사한 배경지식에 대한 내용을 요약 공유, 그래서 물어보고 싶은 것에 대해 명확히 정리하여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 내용 자체는 크게 특별할 것은 없었다. 다만 어느 언론사에 주는 답변보다도 훨씬 더 명확하고, 심도 있게 전달할 수 있었다. 나도 평소에 바쁘다는 이유로 고민을 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질문한 그 학생이 만약 졸업하고 기자가 된다면, 지금의 태도를 간직했으면 좋겠다. 만약 이미 모든 언론사가 그럴 수 없는 환경이 되었다면, 다른 진로를 선택했으면 좋겠다. 지금의 그 총명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길 바라본다.


*번외) 마케팅을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내가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도 닿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혹시라도 궁금한 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다가가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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