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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배우 Mar 01. 2022

피할 수 없는 실패는 이용하는 수밖에

"열심"이 모두 결과로 이어진 건 아니었다. ep16


정서 명명하기란 것이 있다. 막연한 불안감, 두려움, 걱정, 근심 같은 것은 정서적인 부분이다. 이 정서를 정확하게 직시하기 위해서 정서 명명하기를 한다. 나에게 지금 불안은 무엇인가? 그것에 대해서 쓰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조금은 나아진다. 그리고 나면 그걸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이 생겨난다. 


 나는 대부분의 어려움을 글쓰기로 해소한다. 부정적인 감정은 끊임없이 나를 밑바닥으로 끌고 가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생각은 왜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압박해오는지 결국에는 학습된 무기력이 형성된다. '이거 해서 뭐해?'란 생각들이 올라온다. 스스로도 하기 싫은 일을 시도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오기란 희박하다.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온다. 노력을 했는데 결과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특히나 더 그렇다. 그런데 나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운이 좋았다. 배우를 하면서 실패에 대한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실패를 해도 내 인생이 망가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무언가 시도를 하고 실패를 하면 부정적인 감정과 '역시 나는 안돼.'란 생각이 올라온다.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시도한다.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사업들도 여러 개 지원했었고, 한국예술인 복지재단에서 하는 기업과 예술인들을 연결해주는 것에도 지원을 했다. 다 떨어졌다.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많았다. 그때마다 마음이 쉽지 않았다. 포기하고 싶었다. 한번 도전할 때마다 엄청난 에너지와 집중을 요했기 때문이다.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 노력은 필수조건이지만 노력만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확률은 희박하다. 노력은 당연한 것이고, 나머지 수많은 부분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야 한다. 


 실패 속에서 빠르게 회복해야 했다. 오랫동안 아픔을 간직할 여유가 내게는 없었다. 안 된 건 안 된 거고, 지금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다행인 건 자본이 들어가지 않았던 것들이라는 것이다. 자본이 들어가지 않았기에 실패 비용은 다시 나의 자산이 되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잘되지 않은 이유를 분석할 때는 방향성과 전략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무언가를 도전하고 뒤돌아 봤을 때 불필요한 후회는 "조금만 더 해볼걸."이다. 최선이라는 것이 무조건 온 힘을 바치는 것이 아니란 것은 연기를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최선은 정확함이다. 정확함은 그때그때 다르다. 최선을 다했으면 수정할 수 있다. 


인생은 원래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실패를 제대로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실패를 대처하는 각자만의 방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패를 했을 때 힘든 마음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감정을 존중하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각자만의 방법이 필요하다. 나에게는 글쓰기였다. 왜 실패했는지 정확하게 바라보고 무엇 때문에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알아내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도전을 할 것이고 실패를 할 것이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 실패를 했을 때 힘든 것들을 글로서 해결하고 그것은 다시 뼈와 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실패들을 통해서 경험이 쌓이고 내공이 쌓일 것이다. 다행인 건 사람들은 실패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아니 거의 못한다. 그렇게 많은 실패들 속에서 한 번의 성공은 가속을 내주게 할 것이다. 


 안티프레질. 충격을 흡수하는 것. 실패라는 충격을 흡수해서 더 강해지는 것. 삶이라는 복잡한 세상 속에서 헤쳐나갈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다. 실패를 피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실패를 이용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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