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브랜드를 까먹고 있는 사람들, 어떻게 해야 우리를 떠올려 줄까?
아침에 출근하다 보면 이틀에 한 번은 나이키 리유저블 쇼핑백을 든 사람이 보인다. 대체로 핸드백을 함께 들고 있고, 핸드백 사이즈가 작아 다 들어가지 않는 짐을 리유저블백에 넣고 다닌다. 의식하고 보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용도로 리유저블백을 사용하더라.
처음 봤을 땐 새로 유행하는 가방인가 싶었는데, 압구정 매장에 가서야 알았다. 신발을 구매하고 일회용 봉투 대신 구매하여 담아갈 수 있는 친환경 에코백이라는 걸. 구매한 신발을 담아간다는 역할만 놓고 본다면 코스트코나 이마트 장바구니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키라는 브랜드 파워가, 리유저블이라는 친환경적인 의미가, 주관적일 수 있으나 대중에게 호불호 없는 디자인이 모여, 일상 속에서 아무렇게나 들고 다닐 수 있게 만드는 명분을 제공했고, 이는 에코백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냈다.
최근 기억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크게 느낀다. 중요한 사안을 깜박깜박한다는 느낌보다는 기억력이 중요하게 필요한 상황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모두가 아는 예시들이 있다.
우리는 이제 연락처를 외우지 않는다, 폰에 저장되어 있으니까. 길을 외우거나 지도를 보지 않는다, 내비게이션이 알아서 찾아주니까. 친구나 동료의 생일도 까먹는다. (축하받고 싶으면 꼭 카톡에 생일이 뜰 수 있도록 설정을 해놓아야 한다.)
광고일을 하면서 자주 마주치는 목표 중 하나가 '브랜드 인지도 증대'다. 그런데 지금은 '인지'보다 '상기'가 중요한 시대는 아닐까 생각한다. 알고 있으면 무얼 하나 떠올리지를 않는데.. 그래서 자꾸 떠올릴 수 있게 만드는 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이 것을 잘하는 브랜드가 뭐가 있나 생각하다가 배달의 민족, 더본코리아, 나이키가 떠올랐다. (제품력, 마케팅 전체적으로는 애매하지만.. 브랜드 상기도 측면에서는..)
위 브랜드의 브랜드 상기 수단은 다양하다.
더본코리아의 경우 백종원 대표가 중심이 된다. 백종원 대표가 방송 출연이나,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꾸준히 얼굴을 비추며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과 매장 이야기를 종종 한다. 그리고 혹시나 이 매장이 본인의 매장인지 모를까 봐 최근 만들어진 브랜드에는 빽다방, 빽보이 피자 등 자신의 성을 넣는 한편, 과거 론칭한 브랜드인 역전우동이나 한신포차 등에는 자신의 사진을 대문짝만 하게 붙여놓는다.
백종원 대표를 미디어 콘텐츠로 보게 되면, 백종원 대표의 외식 브랜드가 생각나게 만들고, 길을 가다가 빽보이 피자나, 빽다방을 보면 백종원 대표가 콘텐츠에서 보여주었던 긍정적인 이미지가 생각나, 해당 매장에도 긍정적인 이미지가 느끼게 하는 구조이다.
배달의 민족 같은 경우에는 컬러가 중심이 된다. 현재는 잘 눈에 띄지 않지만 배민 라이더스가 대표적인 예시다. 횡단보도에 서 있을 때 쨍한 민트색으로 칠해진 헬맷과 음식 넣는 박스를 단 오토바이가 지나갈 때면 오늘 저녁은 나도 배달이나 시켜 먹을까? 생각한다.
컬러만으로 브랜드를 상기시키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폰트를 활용한 디자인도 포장 용기나,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면서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배민을 잊지 못하게 만들었다.(물론 PR이슈가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자꾸 생각나야 좋은지, 잊혀져야 좋은지 잘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는 위에서 거론한 나이키다. 나이키는 모두가 알고 있는 로고가 중심이 된다. 신발에 박혀있는 나이키의 스우시 로고는 늘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아 왔다. 스포츠 경기에 대한 인기가 뜨거웠을 때는 스폰서십으로 로고를 보여줬다.(조던 에어와 타이거 우즈의 골프공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나이키에게 안겨 줬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리유저블 백을 통해 신발 보다 위에서, 신발보다는 크게 로고를 보여준다. 물론 단순히 신발에 붙어 있는 로고가 작으니 더 크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리유저블 백을 출시한 것은 아니겠지만.. 로고를 보여주며 브랜드를 상기시키는 것에 있어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지금 세상엔 콘텐츠가 너무 많다.
많은 브랜드가 앞으로도 꾸준히 콘텐츠로 소비자와 만나려고 노력할 것이고, AI의 발전과 함께 그 양과 질은 더 고도화될 것이다. 물론 우리 역시 꽤 많은 시간을 콘텐츠 소비에 쏟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특히 요즘은 휘발성 높은 숏츠 콘텐츠에 시간을 엄청 쓴다.
5초마다 도파민을 톡톡 터뜨리는 저 수많은 숏츠 콘텐츠 틈에서 우리 브랜드를 보여주는 것만이 답일까? 오히려 숏츠 콘텐츠가 넘쳐나는 지금 고퀄리티의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이를 계속 떠올릴 수 있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콘텐츠를 보는 공간 밖에서, 제품을 만나는 공간 밖에서, 제품/콘텐츠/브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트리거들을 여기저기 뿌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 IMC 플랜을 짤 때면 오프라인에 관심이 간다. 특히, 커뮤니티를 활용해 볼 수는 없을까 고민한다. 특히 러닝 붐과 다양한 러닝크루들 그리고 요즘 힙한 호카라는 브랜드가 생각난다. 호카는 어떻게 국내에서 이렇게 성장하게 되었을까?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특정 커뮤니티나 취미 활동에 꽂히면 한동안 그 생각밖에 안나는 경우가 있다. 하루종일 그 생각만 난다. 어떤 제품이 좋고 핫 한지를 하루 종일 찾아보고 떠든다. 내가 조용히 하고 있어도 단톡방에서, 모임방에서 끊임없이 관련된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간다. 내가 기억하고 떠올리지 않아도, 보게 되고, 듣게 되고, 마주하게 된다.
이렇게 이상적인 브랜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커뮤니티를 어떻게 내 일에 접목해서 할 수 있을까? 콘텐츠 공간을 넘어 어떤 공간에서 고객과 소통해야 할까?
미래의 나.. 힘내! 답을 찾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