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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금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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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콩 Jul 02. 2023

인생 '첫 금주'를 했다

13년 만의 첫 금주 경험기

난생 처음으로 금주를 했다. 여러 이유가 함께 있었지만 종종 술을 먹고 필름이 끊기는 일이 생겼고 근래에 큰 말 실수를 했기 때문이다. 오싹한 아침에 내 음주 습관이 안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콸콸 마셔되는 음주 습관은 부메랑처럼 돌아와 꽂혔다. 알코올 의존증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적이 없었지만 주말이면 취해서 집에 들어오고 직장에서의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것에 음주말고는 그 해결책을 찾기 어려웠던 것 같다. 또 내 음주는 한 번 마시면 끝장을 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놀고나면 꽤나 일에 집중하지 못했을 때도 있었다. 술을 먹으며 본 영화를 한 장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어떻게 보면 술이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술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하는 매개고 관계를 더욱 즐겁게 하는 부분은 분명히 틀리지 않았다. 한 달을 단주하겠다고 다짐하고 나서 술자리에 친구들을 만났다. 과음하는 나의 문제를 이해해주는 친구들이 술을 마시라고 권유하지 않는 것도 행운이었지만 어찌됐던 정신 놓고(?!) 놀 때와 다른 느낌을 주기는 한다. 스무살 처음 술을 맞이했을 때, 아빠의 유전자를 닮아 꽤나 술이 잘받았고 숙취 없는 유전자는 오히려 나에게 경각심을 주지 않았던 것 같다. 직장을 가지면서 술은 일상을 즐겁게해주는 기회이기도 했다.


단주를 하면서 이런저런 도움이 되는 것들을 읽었다. 김영하 작가도 꽤나 술꾼이었는데 자기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나눠주셨다. "다른 약물은, 그것 하는 사람이 이상하고, 끊은 사람을 보통 건강한 사람이라 하는데, 유독 술만큼은, 끊은 사람이 이상하게 보이고 그걸 하는 살마들이 정산으로 보인다."라는 이야기였다. 나도 어찌보면 술 잘받는 몸으로 으쓰대면서 술 한 잔 하자는 말에 한 번도 거부의 의사를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금주 3주차가 되는 때에 처음 경험한 해본 첫걸음을 공유해보면 먼저 단체 술자리에서 처음으로 물로 짠을 해봤다. 그 이유에 대해서 구구절절 설명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물 먹는 나를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는데, 눈치 보이는 일이기도 했다. 나는 술을 술처럼 홀짝홀짝 마시곤 했는데 이런 습관이 과음을 하게 하는 요인이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데 술을 콸콸 마시는게 아니면 뭔가 머쓱한 느낌도 있었는데 일단 취향과 관심을 공유하니 대화가 되기 시작했다. 작은 시작이다. 그럼에도 술을 끊으니 보상성 심리로 단게 무척이나 땡겼다. 살 찌는게 걱정이다..(?!) 일단 단주가 목표니... 단주에 집중해야겠다...


13년의 축적된 잘못된 음주 습관은 나를 파괴하는 일임인 것은 분명하다. 밖에서 술을 먹고 집에 돌아올 때면 취한 기색이 부족하면 편의점에서 술을 사들고 집에 돌아가는 것이나, 불안한 감정이 올라오면 자연스레 술을 찾았기 때문이다. 어느덧 평온한 시간을 즐기기 보다는 평온한 시간이 느슨함으로 느껴지게 되었고 감정이 들쑥날쑥해져 버렸다. 지식 노동자라는 명제아래 머리가 지끈거리는 순간을 잊어버리기 위해 술을 마시기도 했던 것 같다. 좀 더 생산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바뀌는 것도 있었다.

유튜브에 KBS다큐에 음주로 인해 전두엽의 활성화가 변화됐다고 한다. 알코올은 이러한 전두엽의 기능을 저하시켜 정상적인 학습, 판단과 논리적인 사고에 어려움을 주며 집중력이 저하되고 산만하게 한다고 한다. 또한 사소한 일에도 참지 못하게 만든다고 한다. 근래에 책을 읽어도 끝까지 못 읽는 부분이 이런게 아닐까, 일을 시작하는데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는게 알코올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음주가 감정, 뇌, 사고에 미치는 영향일 실제로 큰 건 사실 인 것 같다. 당분간 금주하면서 한 달의 결과가 좋은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 글을 계속 쓰면서 금주하는 분들과 함께 소통하고 좋은 결과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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