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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 Greene Sep 29. 2023

산책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강아지를 사랑한 후 만난 세계 (2)

    



    견주가 반려견과 집 밖을 돌아다닐 때 목줄을 차는 건 의무기 때문에 요거트가 나이를 꽤 먹을 때까지 요거트가 뛰는 모습을 본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 애견카페에 데려가고 처음으로 요거트의 스피드를 보았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요거트는 개구나. 정말 빠르구나.' 요거트는 매일매일 이렇게 달려줘야 하는 강아지였다. 아니, 애견카페도 모자르다. 드넓은 들판이 필요하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되는 풀이 난 끝 없는 들판이 있다면 요거트의 본능만큼 충분히 달릴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그 후로 주기적으로 마당이 있는 독채펜션을 찾아 짧게나마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3년 전 쯤 부터 애견동반 독채펜션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몇 안되던 숙소들이 이제는 꽤나 많이 생겼다. 내가 요거트에게 주고 싶은 드넓은 들판은 아니지만, 펜스가 둘러진 꽤나 넓은 마당이 있는 숙소에 가면 요거트는 들판의 양치기 개처럼 변한다. 숙소에 발을 디디고 품에서 내려놓는 순간, 신이나 몸을 공중에 띄울 듯 빠르게 달리고 눈은 세상을 다 가진 듯 기쁨과 즐거움에 반짝인다. 그 모습을 보면 나 또한 느껴본적 없는 순수한 기쁨에 차오른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 1박2일 이나마 죄책감에서 해방되고자 비교적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반려견 동반 숙소를 찾지만, 현실은 억눌러 둔 죄책감이 폭발하는 날이 된다. '원래 이렇게 달려야 하는데...' 

    많은 야생동물들이 멸종되고 자취를 감추는 와중에도 수 많은 강아지들은 계속해서 이 지구에 태어난다. 그들은 무엇을 경험하러 이 곳에 태어난걸까? 그들에게 태어나며 바란게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 찾는건 어쩌면 간단한 일이 아닐까? 그들이 가지고 태어난 것들이 그들이 태어나 경험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발달한 후각과 청각으로 다양한 냄새를 맡고, 더 섬세히 소리를 듣기.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다리로 초원을 가로지르며 스쳐가는 바람과 속도를 만끽하기. 나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예상할 수 없는 강아지들의 공격성이 두렵기에 리드줄을 채우라는 규칙에 의존하여 나와 가족 그리고 요거트를 보호한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스럽게 강아지의 본성이, 재능이, 즐거움을 느낄 권리가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정해진 규칙의 근거가 타당하다 할지라도 동물의 입장에서 빼앗기는 본성이 빼앗기고 억눌려 당연한 것이 되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우리는 좀 더 미안해 해야지 않을까. 누구나 빼앗을 수 밖에 없기에 빼앗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소 자주 그들의 빼앗은 죄책감을 회피하기 위해 어떤 '정당한 사실'을 만들어내 그 뒤에 숨고 있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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