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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May 13. 2023

멕시코의 모든 주를 여행해봤다: 마법의 마을 여행기

멕시코 마법의 마을 프롤로그

 

무서운 멕시코


멕시코 하면 아무래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주변에 멕시코 여행을 간다고 알렸을 때 대부분의 반응은 “거기 요즘 위험하다던데…” “항상 안전 조심해라”였다. 독자분들도 멕시코에 대한 이미지가 딱히 긍정적이라 생각되진 않는다. 당장 인터넷에 멕시코를 검색해봐도 마약 카르텔이나 치안 문제가 뜨지 훈훈한 뉴스를 찾아보긴 힘들다.


처음 멕시코시티에 도착했을 땐 아내와 나도 걱정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한적한 거리도 괜히 무서워 보이고 갑자기 누가 나타나 소매치기라도 할까 봐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주변 환경에 익숙해졌고, 주의는 기울이되 너무 움츠려들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조금씩 멕시코라는 나라에 적응하게 됐다.


멕시코 마법의 마을


멕시코에 도착해 적응을 끝내고 나니 다음 문제는 멕시코를 어떻게 여행할지였다. 원래는 과나후아토, 칸쿤, 멕시코시티 같은 유명 관광지만 가보려 했는데 그러기엔 어딘가 모르게 멕시코 여행이 아쉽게 끝날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멕시코는 인구가 1억 2천 명에 달하며 스페인어를 쓰는 국가 중 인구가 가장 많다. 영토는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약 19배나 된다. 인구도 많고 땅도 넓은 만큼 사람들이 만들어온 문화와 자연경관 모두 볼거리가 많은 나라다.


서진이네 촬영지였던 바칼라르 (사진: @숲피)


거대한 멕시코를 어떻게 여행할지 고민에 빠진 찰나, 우연히 한 블로그에서 푸에블로 마히코 (Pueblo Magico)라는 단어를 접했다. 푸에블로 마히코는 한국어로 번역하면 마법의 마을로 멕시코 정부가 자국 관광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든 관광 프로그램이다. 2001년 와스카 데 오캄포, 테폿슬란, 레알데카토르세를 시작으로 매년 3-4년마다 10개 정도의 발표되어 왔고, 2022년 기준 132개의 마법의 마을이 멕시코 전국 곳곳에 있다.


멕시코 북부 야키스족 전통 공연 (사진: @숲피)


멕시코에는 수 천 개의 마을이 있다. 하지만 모두가 마법의 마을이 되는 영예를 누리지 못한다. 마법의 마을이 되는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마을이 역사적인 중요성을 가졌는지, 문화와 전통을 보존하고 있는지, 뛰어난 자연경관을 지녔는지를 주요 심사 기준으로 삼는다. 이외에도 관광객들이 편히 머물 수 있는 인프라 시설과 치안 문제를 추가적으로 검토한다. 설사 마법의 마을로 선정되더라도 보존 및 관리가 미흡해 자격요건에 미달되면 타이틀을 잃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나야리트 주에 있는 멕시칼티탄이 2009년에 실격됐다가 2021년에 다시 등록된 케이스다.


우연히 알게 된 마법의 마을을 하나하나 검색하다 보니 대다수의 마법의 마을들이 정말 매력적인 생각이 들었다. 리스트엔 툴룸, 테오티우아칸 (태양과 달의 피라미드가 있는 곳) 같이 한 번쯤 들어본 유명한 곳도 있었지만 타피훌라파, 틀라푸아후아 같이 발음하기도 어려운 낯선 마을들도 있었다. 각 마을마다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마법의 마을 여행을 다니면 멕시코 여행이 꽤나 다채로워지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그렇게 이번 멕시코 여행은 마법의 마을을 중심으로 돌아다녀보기로 결정했다.


마법의 마을 선정 기준


타바스코 주의 타피훌라파 마을 (사진: @숲피)


여행 컨셉을 정한뒤 최종적으로 결정할 건 한정된 시간과 여행 자금, 체력 안에서 어느 마을을 여행할 것인가였다. 2022년을 기준으로 총 132개의 마법의 마을들이 있었는데 이 마을들을 다 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결국 아래와 같은 네 가지 기준을 세워 마법의 마을을 여행하기로 했다.   


(1) 멕시코 각 주에 있는 마법의 마을 적어도 하나씩은 방문하기: 멕시코엔 총 31개 주와 수도인 멕시코시티가 있다. 멕시코 전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적어도 한 주 당 한 마을을 방문해 보자라는 목표를 세웠다. 멕시코 땅덩어리가 너무 넓어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는 결정이었는데, '모든 여행이 그렇듯 지나고 나면 추억이다'란 생각에 일단 해보자란 결심을 했다.


(2) 한 주 당 세 개 이상의 마법의 마을은 가지 말 것: 마법의 마을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더 끌리는 마을이 특정한 주에 몰려 있었다. 특히 푸에블라나 미초아칸, 할리스코 주는 다른 주보다 마법의 마을의 수가 훨씬 더 많은 편이었다. 한 주로 쏠리는 여행을 방지하기 위해 한 주당 최대 세 개 마법의 마을만 가기를 나름의 규칙으로 만들었다.  


할리스코 주 아히힉 마을 풍경 (사진: @숲피)


(3) 주목을 끌만한 주제가 있는가?: 다음 고려 사항은 마을마다 특색 있는 역사와 문화가 있는지,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자연 풍경이 있는지였다. 사진으로만 봤을 때 마법의 마을 모두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그중에서도 더 볼거리가 풍부하고 사람들에게 추천해 줄 만한 곳으로 골랐다.


(4) 안전한 곳인가?: 멕시코를 여행할 때 안전 문제는 절대 빼먹지 말아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마법의 마을은 정부에서 특별히 더 치안에 신경을 써서 비교적 안전하지만 여행자가 가기엔 위험한 곳에 있는 몇몇 마을들도 있다. 나중에 본문에서도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우리가 방문했을 당시 사카테카스 주는 마약 카르텔들의 활동이 심한 지역이었다. 때문에 원래 가고 싶었던 헤레즈나 과달루페 마을은 방문하지 못했고 계획을 수정해 다른 마을을 선택했다. 또 가고 싶은 곳이더라도 너무 외지거나 교통편이 안 좋은 곳이면 리스트에서 제외했고, 하루를 날리더라도 낮에만 이동하자라는 원칙을 세워 안전하게 이동하는 방법을 택했다.


주별 멕시코 지도 (자료: @숲피)


그렇게 해서 우리가 가고 싶은 약 50여 개의 마법의 마을 리스트를 선정했다. 워낙 멕시코 땅덩이가 넓다 보니 평균 5-6시간이 되는 버스 이동은 기본이었고 심할 땐 12시간 정도 버스를 타기도 했다. 또 워낙 조그만 마을은 직행 버스가 없어 2-3번씩 버스를 갈아타기도 했다. 그만큼 고된 여정이었지만 이번 여행은 단연코 인생에서 가장 독특한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다. 여행을 특별하게 만드는덴 다양한 요소가 있는데, 이번 우리의 여행을 더욱 즐겁게 만든 건 마을에서 만났던 멕시코 사람들이었다. 여러모로 걱정이 많았던 우리의 우려와는 달리 사람들 모두 한결같이 친절했고, 우리가 더 좋은 시간을 보내도록 도움이 돼주려는 사람들뿐이었다. 엘 푸에르테라는 마을에선 "멀리 한국에서 우리 마을을 방문해 줘서 고맙다"라고 말하며 선물까지 준 기억이 있는데, 아마 외국인들이 한국의 외진 마을까지 와서 구경하는 게 신기하고 고마운 느낌과 같은 거였을 거 같다.


[매거진 읽는 방법]


앞으로 공유해 드릴 멕시코 소도시 기행 매거진엔 한 도시 당 두 개의 이야기가 실릴 예정이다. 하나는 가이드가 설명을 해주는 듯한 내 글이다. 아무래도 중남미 지역학을 공부해서 그런지 여행 동안 박물관이나 유적지에 가서 무슨 이야기가 있는지 찾아보는걸 즐겼다. 한 마디로 전공병이다. 독자분들이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인데 최대한 흥미롭게 글을 써보고자 한다.


팔렌케 박물관 (사진: @숲피)


다음 글은 아내의 글이다. 에세이 형식의 글로, 각 도시에서 느꼈던 감정이나 일어났던 에피소드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글을 공유할 예정이다. 여행 때마다 매일 일기를 쓰고 사진으로 기록하다 보니 그때의 기억들이 생생히 남아있다. 이렇게 한 마을 당 두 개의 다른 느낌의 글을 공유해 좀 더 다채로운 여행 스토리를 만들어 볼까 한다.


알라모스의 한 카페 (사진: @숲피)


코로나19 시기가 끝나면서 멕시코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이 많으실 거라 생각된다. 사실 코로나19 이전에도 멕시코는 중남미 국가 중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나라 중 하나였다.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이 있다면 멕시코는 동남아시아나 유럽에 비교했을 때 알려진 곳이 제한적인 나라라는 점이다. 이 여행글이 멕시코의 100% 모든 부분을 보여주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독자분들이 마법의 마을 이야기를 통해 멕시코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느끼실 수 있길 바란다.



*사진 크레딧: https://brunch.co.kr/@soo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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