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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의여신 Apr 21. 2021

독일에서 유모차 끌고 버스 탔더니..

한국 대중교통에서 유모차 지정석이 설치되면 얼마나 좋을까?

처음 독일에 와서 문화충격으로 다가온 것이 바로 지하철과 버스에 유모차 지정석이 별도로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살 때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버스를 이용해 본 적도 없고, 이용하는 승객을 본 적도 없습니다. 지하철에서는 간혹 보이긴 했지만 불편함이 더 커서 많은 엄마들이 유모차를 가지고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지는 않지요. 이용한다 하더라도 주변인들의 시선이 불편해 유모차 대신 아기띠를 선택하는 엄마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독일은 버스나 지하철에 유모차를 위한 별도의 지정석이 있으니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그냥 허울 좋은 지정석이 아니라 많은 부모들이 유모차를 끌고 실제로 버스나 지하철을 쉽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집 앞이나 자동차로 이동할 때만 사용할 수 있었던 유모차였는데 독일에서는 부모에 대한 배려가 너무 잘 되어있어서 유모차를 끌고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어디든지 갈 수 있습니다.


그럼 독일이 유모차를 어떻게 배려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해볼까요? 독일의 지하철 같은 경우 마주 보는 네 개의 좌석이 기본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중 독일 지하철 'U-Bahn'에는 각 칸마다 유모차 전용 지정좌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맞은편 좌석은 2개인데 그 맞은편에는 좌석이 한 개만 있습니다. 그리고 이쪽 창에는 유모차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네, 바로 빈자리에 유모차를 세워놓으라는 말입니다.






제도뿐만 아니라 독일인들의 배려도 눈에 띕니다. 유모차 지정좌석 옆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유모차가 오면 그 자리를 엄마에게 양보하면서 옆에 유모차를 세워두라고 합니다. 독일인들의 유모차 배려는 정말 당연하다는 듯이 이루어져서 처음에 적응하지 못했던 적도 있었지요.



그리고 지하철만큼이나 놀라운 건 버스에서도 유모차를 세워둘 수 있는 자리가 있고, 유모차를 가지고 쉽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버스 뒷문에 유모차와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스티커가 보이시죠? 독일 버스기사들은 유모차를 끄는 부모나 휠체어에 탄 장애인, 지팡이 등 보행 도구를 사용하는 노인이 정거장에 서 있으면 그들이 쉽게 버스에 올라타도록 뒷문을 열어줍니다.


뒷문을 이용해 유모차를 가지고 탑승하면 바로 맞은편에 유모차나 휠체어를 세울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습니다. 그 공간에는 최대 유모차 세 대가 들어갑니다.




이렇듯 독일은 유모차에 대한 배려가 아주 잘 되어 있어서 유모차를 가지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이 굉장히 많습니다. 유모차를 많이 이용하는 엄마 입장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문화충격으로 다가왔는지 모릅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는, 함께 버스에 오르내리는 승객들도 당연하다는 듯이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는 점입니다. 유모차나 휠체어를 함께 잡아서 올려주기도 하고, 내려주기도 합니다. 도와달라는 말 같은 거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함께 들어줍니다.



심지어는 함께 탑승하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엄마가 유모차를 끌고 낑낑대고 있으면 버스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이 뛰어와서 도와주기도 합니다. 인터넷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모차를 가지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더니 승객들이 눈치를 주었다'는 한국 엄마들의 이야기와 상반되는 현실이죠. 함께 탑승하는 승객들의 배려도 부모들이 유모차를 가지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독일에서 유모차로 대중교통을 쉽게 이용하면서 한국도 유모차를 배려해주는 사회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들었습니다. 한국의 많은 부모들이 유모차를 가지고도 대중교통을 불편함 없이 이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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