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고 해야 할까 생활이라고 해야 할까 한참을 생각하다 사람이랑 닮은 삶이라고 적었다. 한동안 생각하는 일도 움직이는 일도 단순하게 살기 위해 최대한 비우고 덜어내며 지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게 있을까 생각해보면 큰 깨달음은 찾지 못했지만 적어도 앞으로 나아갔다는 기분은 든다. 그동안 수많은 걸림돌에 걸려 걸음을 멈추고 아픈 곳만 어루만지고 있었다. 물론 이 글을 쓰는 지금이라고 나라는 사람이 크게 달라졌을 거라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해결되지 않는 걱정에 대한 상황들은 간간이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유연함이 생겨난 듯하다.
속 마음을 적는 일도, 책을 읽는 일도, 오감을 담아내는 일도 그동안 멈추고 내가 흐르는 대로 지내봤다. 간혹 이렇게 다 놓고 멈춰진 내 모습이 한참 나락 같다는 생각에 불안함이 크게 몰려오는 날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내가 나를 드디어 보기 시작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동안 어떤 것들에 감춰져 왔는지.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말 잘 안다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그것조차 나는 나를 숨기고 살았던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픈 날도 생겼다.
내게는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야 했던 것 같다. 조금도 부자연스러움에 대응할 수 있는 면역력이 없는 일차원적인 사람이 맞는 게 이제는 조금 확실해졌다.
자연스럽게 행해져야 내 것이 아닌 무언가를 얻게 됐을 때 부자연스럽지 않다. 내가 나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행동하기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일이다. 내가 다운이를 만난 것도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한 것도 카페를 위해 커피 맛을 찾아가는 과정의 모든 것도 전공을 살리지 않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지 못하고 방황했던 시기도 사진을 접하게 된 나의 감정과 정서적인 모든 것도 그 외의 내가 이렇게 지내고 있는 모습 또한 모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나의 모습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만들어진 나의 모습에 거부감이 없다. 그에 반해 간절함과 절박함, 욕심으로 이루려 했던 많은 날들의 상황과 사항들은 빈번히 나를 거부하고 무겁고 답답하고 두렵고 부담과 같은 부정적인 반항들을 이끌어 냈다.
영원한 건 없다지만 사람 개개인이 느끼는 순간만큼은 영원하길 바라며 나 또한 엉키지도 않은 삶을 영원히 풀어가며 살아가야 할 것만 같은 현실이,
아무도 없는 우주 위에 혼자 남겨진 먼지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먼지같이 작은 우리 삶의 풀어야 할 숙제인 것 같기도 하다.
무섭고 두렵고 답답하지만 작고 가볍고 단순한 삶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