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제주도에 사무실을 차린 이유
"어? 서귀포에 사무실이 있으시네요?"
우리 회사의 명함을 받은 대부분의 분들이 보이는 반응입니다.
대부분의 분들은 "와, 신기하다." 혹은 "좋겠다."의 의미로 이런 반응을 보여주시고, 소수의 분들은 "스타트업이 겉 멋이 든 거 아냐?"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
저희는 작년부터, 서귀포스타트업베이에서 선발된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공용 오피스와 전용공간을 제공해 주시는 사업에 당첨되어, 3명이 근무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받았습니다. 호두랩스의 직원이라면, 누구나, 제주 근무에 지원할 수 있고, 2주 동안 숙소, 항공비, 체제비를 지원받으며, 제주에서 근무를 할 수 있습니다.
제주에서 근무하는 동안은 개인의 희망에 따라, 8-4 근무를 선택할 수 있고, 금요일에는 반차 사용을 의무화해서, 근무뿐 아니라, 퇴근 후의 여유와 힐링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의 "여행" 이 아닌, "살아 보는 것"을 경험해 본 직원들의 반응과 만족도는 가히 폭발적입니다. 제주가 훨씬 좋아졌다는 반응이 대부분이고, 렌터카 없이도 얼마든지 제주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직원,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살짝 정치적이긴 하지만) 이런 기회를 제공해 준 회사에 너무 감사하고, 호두랩스에 뼈를 묻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참고로 저는 그러지는 말자고 대답했습니다. :)
한 가지 부작용은, 제주 근무를 경험한 직원들이 하나같이 늘어난 몸무게로 돌아온다는 건데요.^^ 우스개 소리로, 예산은 말고, 하루에 섭취할 수 있는 칼로리는 제한을 좀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저도 제주에서의 근무를 직접 체험했는데요. 무엇보다도, 6시에 퇴근하고 6시 15분부터 가족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매력적이었고, 아침도 한결 여유로웠습니다. 하루에 한 곳, 그것도 큰맘 먹고 가야 하는 가족 나들이를 매주말 그것도 3-4 곳씩 다니며 아름다운 자연과,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었죠.
물론, 제주에 직원들을 보내는 것에는 비용이 들고, 일의 효율성에서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부분들이 생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직원들에게 회사의 성공을 위해 소모되는 개인이 아니라, 회사의 성공이 직원들에게 줄 수 있는 것에 대한 맛을 보이고 싶었습니다. #교육격차뿌셔뿌셔 라는 대국적 미션을 향해 몰입해 달려가고 있지만, 가치에 집중하는 회사일 수록, 업무뿐 아니라, 개인의 행복과 만족에 대해 배려하고 챙겨야 한다고 믿고 있거든요.
사실, 저도 협재의 농가를 개조한 에어비앤비에서 일주일을 보내기 전까지는, 그냥 평범한 트레블러였습니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아침에 렌터카를 몰고 나와, 수백 키로를 달리며, 미션 수행하듯이 여기저기 찍고, 먹고, 또 사진을 남기고, 그런 여행 끝에는 숙제를 했다는 안도감과 더해진 피로감이 몰려오곤 했었죠. 그런데, 협재에서, 늦잠을 자고, 더 자고 싶은 아내와 둘째를 남기고, 일찍 일어난 아들과 바다를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점심 먹을 식당의 예약 책에 정보를 남기고, 느지막한 아침 후에 모래 놀이를 하다가, 점심을 먹고, 함께 늘어져라 낮잠을 자고, 또 일어나 모닥불을 피우며 놀다가, 근처 노천 바에서 와이프와 칵테일을 함께 하는 경험을 해보고 나서부터는 여행에 대한 개념이 "구경"이 아닌 "삶"으로 크게 바뀌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런 여행 끝에 얻은 쉼의 효과는 덤이었고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에, 알게 된 서귀포스타트업베이의 프로그램은 저의 이런 생각을 직원들과 나눌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얼마 전, 무언가를 선택하기 위해 고민하던 직원에게 저는 "살 수 있는 삶 말고, 살고 싶은 삶을 사는 게 맞다."는 조언을 해주었는데요. 저희의 서귀포 실험은 직원들에게 "내가 살고 싶은 삶"을 경험하게 해주는 그런 쉽지 않은 일을 아주 성공적으로 해주고 있습니다.
호두랩퍼들의 제주 이야기가 더 궁금하신 분들은 https://www.instagram.com/hodoo_rwww/ 를 Follow 해주세요. :)
요즘 만나 뵙는 모든 대표님들께서 하나 같이 하시는 말씀은 "사람 뽑기가 너무 힘들다."라는 이야기입니다.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사람이니까요. 그렇다고, 스타트업이 연봉을 대기업보다 많이 주거나, 복지의 양으로 승부하기는 어렵죠. 그래서 저와 저희 People 팀이 선택한 방법은 정성과 센스로 양을 극복해 보는 겁니다.
우수 직원에게는 가족들에게 한턱 쏠 수 있는 호텔 뷔페식 사권을 제공하고 (그것도 회사 길 건너편에 있는 곳으로 해서, 자연스럽게 회사도 보실 수 있게 합니다.), 점심에 배달음식을 제공할 때도, 평소에 대기가 길어 먹을 수 없는 맛집의 음식을 어떻게 해서라고 구해옵니다. 지인을 추천해 입사시켜준 고마운 직원에게는 평소 자기가 사겠다고 말하기 어려운 디지털 기기를 쿨하게 고를 수 있도록 해 주고, 입사하는 날엔 이름을 주제로 한 삼행시로 복도를 장식해 놓습니다.
세상엔 참 좋은 직장들이 많고, 저희는 그 좋은 회사들과 경쟁해 재능들에게 선택받아야 합니다. 저희는 삶의 양보다는 질, 회사의 외형보다는 내실, 그리고, 내가 받는 급여보다, 내가 제공하고 만드는 가치에 대해 더 고민하시는 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내가 살 수 있는 삶이 아닌, 내가 살고 싶은 삶을 함께 만들어 가고 싶은 당신을 오늘도 애타게 기다립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PS. 혹시 관심이 생기셨다면, 호두랩스 채용정보는 요기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