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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씨 Feb 28. 2024

서툴다. 그렇지만 혼자는 아니다.

서툴다. 그렇지만 혼자는 아니다.


 기억난다. 아이가 처음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던 것이. 제대로 잡지 못해 불안하게 떨리는 숟가락 아래로 밥알이 흘러내려가고, 입에 넣으려던 것들을 잃어버려 빈 숟가락을 입에 넣고 의뭉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아가를. 빨대로 음료를 먹는 방법을 처음 알려주려던 때도. 빨대를 입에 넣기는 했는데 그걸로 어쩌질 못하던 아기에게 나는 빨아올리는 행위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몰라 난처했다. 아무것도 없는 내 입으로 뭔가를 빨아들이는 모습을 흉내 내려고 입술을 모아 훕- 공기를 흡입해 대던 나의 모습, 그 모습에 아이가 즐거워하다가 정말 비슷하게 빨대로 물을 마시던 모습을.


 모든 것이 서툴던 아이는, 점점 자라고 있다. 이제 컵으로도 물을 마시고, 아이용 젓가락도 곧잘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은 많고, 서툰 것은 더 많다. 그럼에도 아이는 이제 가르쳐달라는 말보다는 자기가 스스로 해보겠다는 말을 더 많이 한다. 아무래도 자신의 힘으로 뭔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진 것 같다. 오늘 아침의 일이다. 아침을 다 먹이고 이제 치워야 하는데, 아이가 스스로 그릇을 들어 올리더니 싱크대 안에 넣고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은채 나를 바라봤다. 이제 자기가 먹은 그릇은 자기가 치울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한껏 칭찬해 주니 행복해한다. 녀석.


 그러나 어찌 모든 것이 그리 수월할 수 있겠는가. 요즘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가위질을 하다가 종이가 잘 잘리지 않자 한껏 짜증을 부리기도 한다. 바지를 벗고 갈아입는 것을 스스로 해보겠다고 한다. 엉덩이 부분이 잘 올라가지 않아 끙끙거리다가 겨우 올려 입었는데, 바지가 뒤집어져 있다. 양말도 자기가 신는단다. 잘 신었지만 아래와 위가 바뀌어 있다. 모두 서툴다. 서툴러서 그렇다.


 그럴 때면 내가 옆에서 말해준다. “아빠가 같이 해줄게.”


 그제야 종이는 잘리고, 바지와 양말은 제 위치를 찾는다. 오늘 아침 싱크대 속 그릇도 이리저리 흩어져 내가 다시 모아서 물을 채워 넣었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아이가 무언가 능숙해질 때까지 옆에서 계속 함께 있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가끔, 가끔은 사는 것이 두려울 때가 있다. 괴로운 것도 괴로운 것이지만 능력 없고 부족한 내가 앞으로 닥쳐올 일들을 혼자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면 두려움이 엄습한다. 누군가 뭘 그런 걸 걱정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나의 부족함은 내가 잘 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지 않나. 나는. 아내가 있고, 딸이 있고, 친구가 있고, 형, 누나들이 있고, 동생들이 있고, 교회가 있고... 그들이 함께 해주고 있다는 것을 기억했다. 아, 내가 아무리 서툴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혼자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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