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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새 Nov 16. 2021

세포 가닥 마냥 작은 문제


사실 당신의 문제는 세포 가닥 마냥 작은 문제였을 거예요.


어느 날 상담사 선생님께 들었던 이야기였다.

나는 타인과의 관계에 자주 스트레스받는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단짝 그러니까 관계에 심하게 집착을 했었는데(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애정 결핍이 심한 아이였던 것 같다.), 그때는 나 자신밖에 몰랐던 시기였던지라 타인의 마음은 고려하지 않고 내 마음을 밀어붙이는 일이 잦았다. 덕분에 상대는 부담을 이기지 못해 떠나기 일쑤였고, 나는 별다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또 다른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렇게 어릴 적 바로 잡지 못한 표현 방식이 비교적 최근까지 이어져 나의 관계 실패의 원인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으로 치닫고 있던 와중 일상을 흔들어 놓을 만한 큰 사건이 나를 덮쳤다. 그로 인해 더는 버틸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고, 그제야 상담이라는 선택지를 택하게 되었다.

내가 상담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았던 것이 있었다면 내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었다. 큰 사건을 계기로 관계 실패의 원인이 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지금까지 실수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 한심했고 원망스러웠다. 가장 큰 관계가 끝난 그때 내 세계는 끝이고 이러한 문제를 가진 사람에게 더 이상 관계는 없을 줄 알았다. 모든 문제는 나였다고 앞으로도 모든 문제의 원인은 나일 거라고. 그렇게 나는 내 존재를 부정했고, 누군가의 앞에 서 있을 자신마저 없어졌다.

그때 상담사 선생님께서 해주신 이야기였다. 당신의 문제는 세포 가닥 마냥 작은 문제였을 거라는 말. 부분적인 문제를 나의 모든 문제로 삼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사실 처음에는 어떻게 이 문제가 부분적인 문제일 수 있냐며 그 말을 부정했지만, 시간이 지난 후 그 말을 어느 정도 납득하게 되었다. 나는 현재 지나온 실수와 문제를 발판 삼아 내 관계를 좀 더 단단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되었고 내 세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당신의 실수와 문제로 자신을 벼랑 끝까지 내몰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그 실수가 문제가 되고 그것이 반복될 수도 있다. 고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부단히 노력할 것이고 문제는 잦아들 것이다.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는 말이다. 당신의 문제 또한 세포 가닥 마냥 작은 문제일 것이니 단편적인 문제로 자신의 가치를 해치지 말고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은 그보다 더 많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사람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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