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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쟌나 Oct 03. 2023

런던베이글뮤지엄이 사랑받는 이유, 분위기때문만이 아니다

사랑받는 공간의 비밀


나는 아이유의 노래를 좋아하는데, 아이유의 노래를 들으면 내가 성장 소설의 아련한 주인공이 된것 같기 때문이다.

분명 즐겁고 행복한데 덧없고 아쉬운..그래서 지금 이순간이 특별한..그런 마음이 들게 한다.


사랑받는 노래는 가사에 공감되는걸 넘어 빙의되는 것처럼, 사랑받는 공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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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의 좋은점 중 하나는 압구정에 있어 핫한 브랜드나 공간을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점심먹고 살방살방 가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런던 베이글 뮤지엄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어 맘먹으면 출근전에 들릴 수도 있다.

아, 물론 바로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요즘도 극악의 웨이팅을 감수해야한다.


처음 런던 베이글 뮤지엄에 갔던 날을 기억한다. 큰맘먹고 새벽에 일어나 8시 15분에 도착한 날, 이 시간에도 웨이팅이 있음에 경악했던 날.


베이글 하나와 아아를 주문하고 2층에 올라왔는데


와.. 그곳은 서울이 아니었다. 소호였다.


큰 창 옆에 자리를 잡고 베이글 한입 베어무는데, 나 완전 런던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베이글을 먹으며 여유를 즐기는 멋쟁이 직장인이 된거같았다.

그날 하루종일 기분이 어찌나 산뜻하던지, 그 후로 종종 아침에 30분 일찍 일어나 카페에 가는것은 직장 생활의 작은 즐거움이 되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머무는 동안 그냥 “예쁘네”가 아니라 “나 아침 즐기는 런던 직장인 된거같아” 라는 말이 나온건 왜 때문일까?

왜 나는 그날 아침부터 그렇게 기분이 좋았으며, 종종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싶어 새벽같이 일어날까?



유러피안 디자인이 없는 것도 아니다. 베이글 전문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런던베이글뮤지엄이 유독 공감받는 이유, 유독 사랑받는 이유, 정말 단순하다.

만든 사람의 “감정”이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모든 연결은 “감정”에서 시작된다. 이성이 아니다, “감정”이다.

정말 그렇다. 뉴런은 “자극”과 “흥분”을 전달하는 신경세포다. 그리고 시냅스는 뉴런 간의 “접속”이다.

우리는 감정을 느낀 후에 생각한다. 그러므로 감정이 느껴지지 않으면 너와 나의 연결은 끊겨있는 것이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기획자 “료“님의 런던에서의 경험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런던 베이글 가게에서 느낀 다정하고 활기찬 에너지, 그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의 공간의 모든 요소는 철저한 의도 하에 만들어졌다.

손으로 그린 벽의 낙서, 시간의 레이어를 의도적으로 만든 낡은 문과 페인트, 작업장의 위치, 직원들 개개인의 역할까지.

”료“님은 벽의 낙서를 하며 어떤 기분이었을까, 팜플렛에 빼곡한 글자를 적으며 어떤 마음이었을까.

분명 행복했을거다. 즐거웠을거다. 런던의 그 베이글샵이 떠올랐을거다.



그 감정으로 런던베이글뮤지엄은 나와 “연결”되었다.


사실 그 전에 런베뮤의 베이글을 안먹어 본것도 아니다. 직장 동료가 사다준 베이글을 먹었는데 ‘유명하긴 한데 그냥 베이글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그렇다. 런베뮤가 이렇게 사랑받는 곳이 된건 오롯이 “공간의 힘”이다.

심지어 내가 직접 테이크아웃을 한것도 아니라 나는 매장에 발도 디디지 않은 상태에서 런베뮤를 처음 접한것이다.

그렇기에 이전에 런베뮤와 나는 연결되지 않았다.


내가 그곳에 들어간 순간, 그곳의 에너지를 느끼고 그곳의 감정에 동화된 순간, 나는 압구정이 아니라 런던의 베이글샵에 있었다.


오픈한지 1년여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평일에도 3시간의 웨이팅이 있는 이유, 단순히 핫플이어서만은 아니다. 분명 나처럼 ‘제 2의 나’가 되고 싶은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일거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이제 핫플을 넘어 오래 사랑받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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