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없다는 정답

정답스러운 삶을 살고 싶은가?

결론이 없는 글이다만 그래도 브런치를 소지하고 있으니 써보는 글.

내 생각보다 인생이란 녀석은 참으로 우스꽝스럽고 예상치 못한 아무 것으로 결정되곤 했다. 남들에게 좋다는 선택지가 무조건 정답이 아닌 것도 웃겼고, 그 좋다는 선택지를 간절히 바랬지만 상황이나 능력, 여러 여건 등으로 그 선택조차 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현실도 웃겼다.

예를 들면 그렇다. 나는 사회적 기준으로, 남들의 시선으로, 즉 \<보편적으로\> 최악의 선택이나 상황만 갖게 되었다. 4년제 인서울 대학교의 (이렇게 적은거보면 아시겠지만 딱히 명문대는 아니다. 그냥 지방에서 제법 공부 열심히해서 올라간 것) 공대를 나왔지만 큰 기술이나 전공지식 없이 해도 될 일쪽을 간 것. 그동안 이직이나 취직을 하면서 큰 회사에서 더 작은 회사로 가게 된 것.(물론 경력이직이 아니고 중고신입이라 가능함) 그래서 나는 전 회사에서는 이 전 회사(첫번째)가 그리 큰데 여기서 괜찮겠냐, 는 질문을 받았고 지금 회사에서는 그 전 회사(두번째 회사, 언급된) 가 훨씬 큰데 괜찮겠냐, 는 질문을 받는다.

그럼에도 지금 삶의 질과 내 상태가 훨씬 좋다는 것은 아무도 납득하지 못하리라. 납득시킬 필요도 없고.

첫 회사는 전공을 살렸기에 많이 안 맞았다. 아직도 뭘 하는지 잘 모르는 상태로 실습 점수(엔지니어)는 엉망이었고 전환형 인턴에서 전환이 안 되었다. 두번째 회사는 어쩌면 가장 내가 원했던 직군이나 일이었으나, 최악의 부서와 인간을 만나서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다. 세번째 회사는 그 모든 것을 겪고 온 나이기에 버틸 뿐이지 이럴려고 그렇게 월급 낮추며 다시 취직했나싶게 이상한 친목질, 그리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짬처리 일이나 하고 있다. 하지만, 하지만,,,

훨씬 낫다.

날 죽이려는 상사들이 없으니 일이란 것을 일단은 하고 있고, 전 직장에서 엄청난 일/사람 스트레스로 인해 요상한 정치질은 이제 안중에 없고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일의 복잡성보단 오히려 보수적 회사라 아주 단순하고 야근으로 매일 12시쯤 들어가던 사람으로 야근 종종 한두시간 정도는 퇴근 후 운동을 가거나 식단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이리 긴 티엠아이를 굳이 말하는 이유는 뭐랄까. 나는 늘 정답을 찾아 해멨고 그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남들이 말하는게 정답이 아닐때가 있고 그 정답이라는 선택지나 상황이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예전에는 정답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 절망스러웠다. 그리고 그 정답에 가까이 가지 못하는 내가 싫었다. 대부분 한국에서 정답은 내 능력이나 상황이 맞아야만 가질 수 있었다. 모두가 서울대, 삼성전자를 갈 수 없었고. 모두가 외모가 뛰어나거나 자기 관리가 뛰어나거나 사랑과 돈을 충분히 주는 보호자를 만날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패배했는가?

다시 이 질문으로 온다.

남들이 말하는 정답적인 삶을 살지 '못'하면 실패한 삶인가? 음,,커리어적으로 월급을 더 잘 받는 곳으로 가는 과정은 지금은 나는 실패했겠지. 그리고 나는 취준하면서 살도 20키로 가까이 쪘고 그 중 10키로 정도만 뺀 상태인데 아주 만족한다. 더 빼고싶긴하지만 말랐던 그때는 정말 예민하고 잠도 못 잤기 때문인데 이제 체력이 짱짱하다. 운동도 하고 있다. 살은 빼곤 싶지만 말랐던 때보다 불행하지 않다. 오히려 덤덤해졌다.

정답이 없다는 자유는 너무나도 무서웠지만 그만큼 내게 힘을 뺄 기회를 주었다는 것. 사회적 기준 중에 내가 받아들이고 싶은 녀석들만 받아들이면 되었고, 폐를 끼치지 않는 한은 자신의 선택은 자신이 만들어가면 되었다. 정답이 없다는 정답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직도 사회적 기준에 있어보이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결과를 위해 집착하기도 하면서, 나는 오늘도 회사에서는 어려운 사람/ 친구들에겐 즐겁고 재밌는 녀석으로 이상하게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