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리 Mar 27. 2023

두 번 다시없을 나의 고양이, 덕수 이야기

기묘(猫)한 일상

동네에서 구조해 맺어진 묘연, 덕수와 덕선이는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고작 500g에 불과한 고양이들이 참 큰 행복을 주는구나' 알게 됐고,


지나가는 고양이부터 동물복지까지 시야가 넓어지는 것을 깨닫게 됐다.

나날이 무럭무럭 잘 자라는 덕수와 덕선이 남매.


뛰고 뒹굴고, 서로 싸우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붙어서 자는 덕남매들은 나에게 기쁨 그 자체였다.


특히 덕수는 아침이 되면 다가와 내 얼굴에 자기 얼굴을 대고 '골골 송'을 부르며 깨웠다.


골골송의 대가는 간식이었다. (똑똑한 아이였다)


기분 좋은 알람이었다.


내가 들었던 고양이의 모습과는 달리 덕수는 참 살가웠고, 사람을 좋아했다.


지금도 이야기한다. "덕수같은 고양이는 두 번 다시없을 거야."

1개월 남짓 때 구조한 뒤 4개월이 지나면서 덕수 먼저 중성화 수술을 해줬다.


중성화 수술 직전 진행한 검사에서 염증수치가 높게 나왔다.


동물병원 원장님은 "눈이 안 좋아서 그런가? 염증수치가 높아. 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은데..."


라고 했다. 워낙, 눈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중성화 수술을 무사히 마친 뒤 잘 지내고 있었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어느 날부터, 덕수의 배가 나오기 시작했고, 움직임이 둔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2017년 11월 중순 무렵이었다.


'변비가 심한가...'


걱정이 돼 병원에 데려갔다. 여러 가지 검사 후 원장님은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내렸다.


복막염이란다. 배가 나온 것은 복수였던 것이다.


병원을 다녀온 그날 오후부터 '지옥이 이것이구나'라고 느꼈다.

그동안 덕수의 아픈 눈 때문에 걱정이었는데, 눈 염증이 잘 터져주는 바람에 안구 적출까지 가지 않아도 돼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고양이에게 복막염 진단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지금은 해외에서 약을 수입해 오는 경로가 있지만, 당시에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하염없이 눈물만 났다.


고양이 카페를 검색해 보면서 복막염을 치료했다는 집사의 후기를 찾아 몸에 좋다는 것은 최대한 따라 해 보며 먹였다.


매일을 '제발 내 수명을 떼어 이 아이에게 나눠주세요'라고 빌고 빌었다.


역부족이었다. 하늘도 무심하고 원망스럽기 그지없이,

덕수의 상태는 나날이 나빠졌다. 황달까지 온 것이다.

어미에게, 인간에게 버림받고 이제 살만하다, 싶은 때에 병이라니.


가여운 나의 고양이 덕수...


황달을 발견하고 곧바로 병원을 갔다.


원장님은 "이제, 이 친구를 보내주자. 이 아이는 지금 정말 많이 힘들 거야. 보내줄 때가 된 것 같다."라고 했다.


방법이 이것뿐일까, 역시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눈물만 흘리는 것뿐이었다.


남편과 상의 끝에 덕수를 보내주기로 했다.


평소와 달리 이동장 없이, 아이를 꼭 껴안고 병원으로 갔다. 무엇을 알았는지, 힘없던 아이는 그렇게 울어댔다. 2017년 12월 8일, 아이와 이별을 했다.


'미안해, 많이 아팠지?'

덕수의 마지막 모습

떠나는 덕수에게는 남은 너의 남매인 덕선이를 아주 잘 키우겠다고, 너의 몫까지 잘 키워주겠노라고,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사람이 저승에 갔을 때 제일 먼저 키우던 반려동물이 마중을 나온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부디 네가 제일 먼저 나와 나를 반겨달라고 부탁했다.


이 아이와 함께했던 시간은 고작 6개월이었다.


그러나 인간에게 버림을 받았어도 인간을 너무 좋아했던 이 아이는 나에게 고양이라는 작은 생명체가 주는 기쁨이 무엇인지 알려줬다. 6년 같았던 6개월이었다.


애석하게도 지금도 덕수의 이야기를 할 때면 너무도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곤 한다.


6개월밖에 보듬어주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워서. 그것이 지금도 가슴을 아리게 한다.

덕수가 3주간 아프면서 몇 차례 안락사 이야기가 오고 갔었다.

어쩌면 이 아이를 놓지 못한 내 이기심이 이 아이를 더 오래, 아프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주변 사람들은 그 3주 동안 고양이보다 내가 먼저 죽을 것 같다고,

고작 고양이 때문에 왜 그리 힘들어하냐고, 유난이란 시선도 있었다.


(양심에 따라) 그렇다. 유난이었다. 나에게 한없이 귀한 고양이이자 반려동물이었으니

나는 유난이었던 게 사실이었다.


떠나보내고 난 뒤 적잖은 죄책감도 있었다.


'더 살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죄책감. 그리고 '덜 아프게 조금 일찍 보내줬어야 했을까' 하는 후회도 함께.


많은 반려동물의 집사들이 이런 고민을 할 때가, 했을 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당신의 선택이 최선이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덕수와의 약속을 나는 잘 지키고 있을까..




동물 학대 및 유기 관련 소식을 들으면 참으로 속상하곤 합니다. 반려동물을 키울 때는 예방접종, 중성화, 질병 등으로 인해 많은 비용이 필요합니다. 물론 사랑과 관리 시간 또한 매우 중요하지요. 버거운 순간은 이 '비용'에서 다가올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 반려동물의 일생을 책임질 수 있을지 반드시 고려하시길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길냥이', 나의 꽃이 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