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남자들
이번 여성신문 글은 최근 많은 사람을 분노케 했던 쯔양을 향한 사이버렉카의 폭력과 착취에 대해 써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지만, 이 사건을 비단 '일부' 사이버렉카만의 문제라고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그 협박이 가능했던 배경으로 우리사회의 여성혐오 문화와 젠더권력이 있습니다. 단적으로 호스트바 출신을 캐릭터 설정으로 잡은 '다나카'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만, 여성 연예인의 경우 술, 담배 같은 유흥문화와 조금만 엮여도 각종 '논란'이라는 꼬리표에서 자유롭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런 젠더권력을 유지, 강화하는 남성연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최근 온라인에서 계속 되었던 각종 ‘손가락 논란’이라는 이름의 사이버 불링은 어떤가요? 이 역시 같은 연장선상에 놓여 있습니다. 각종 ‘논란’을 끄집어내는 이들조차 그것이 진심으로 ‘남성혐오자’가 암약하여 문제를 일으킨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어떤 단어나 행동이 ‘혐오’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것이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폭력으로 쓰였던 배경과 맥락이 중요하지만 우리사회의 남성들은 그로인한 어떤 차별, 폭력 위협도 받아본 적 없죠. 그럼에도 자신들 마음에 들지 않는 언어, 행동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폭력을 휘두릅니다. 기존의 젠더위계를 수호하고 남성연대의 위력을 보여주고자 함입니다.
[벌거벗은 남자들] 쯔양을 둘러싼 4중 착취… 문제는 젠더 폭력이다
어떤 이들은 혀를 차면서도 도리어 문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피해자를 탓하거나 외면한다. 허나 교제폭력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기에 가해자가 피해자의 연락처, 집주소, 관계 등 개인정보를 가지고 옭아매서 더 벗어나기 어렵게 만든다. 게다가 대부분의 폭력도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발생하기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주변 조력자의 존재가 정말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실로 한 외국 팬이 쯔양의 멍든 팔을 보며 영어로 안부를 묻는 댓글이 회자되기도 했다.
우리사회에는 여전히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 '사랑싸움일 뿐'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어서 개입을 더 어렵게 만든다. 강의 때 참여자들에게 물어도 비슷한 인식이 나타난다. 길거리에서 누군가 싸우거나 맞는 것을 목격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열에 아홉은 개입하겠다고 응답하지만, 연인으로 보이는 관계라는 전제를 다는 순간 개입하겠다는 대답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연인 간 알아서 할 문제라고 하며 말을 줄인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 피해자를 탓하는 문화는 문제를 가중시킬 뿐이다. ...
여성을 향한 폭력은 한 차원에서 멈추지 않는다. 더 고도화되고, 악랄해졌다.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은 '불법촬영물'을 이용한 협박으로 이어졌다. 여기서도 젠더위계는 드러난다. 상상해 보자, 만약 성별이 달랐어도 그런 협박이 가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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