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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결 Apr 09. 2022

공정심과 맞바꾸는 안녕함

물레방아는 비우고 채우며 동력을 만들어낸다.

어제는 모처럼 마지막으로 퇴근한 날이었다. 같이 야근한 동료와 어떻게 하면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문서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결론은 내지 못하고 주말에 더 생각해보기로 하고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헤어지기 직전에 그 동료 분이 점심에 커피를 사줘서 고맙다고 퇴근길에 뺑 오 쇼콜라를 사주셨다.

내 최애 빵 중 하나라 즐거워진 마음으로 야근의 아쉬움을 달래며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과 대로 사이에 양쪽 차선의 광역버스 두 대가 중앙선에 붙어 멈춰있었고, 그 앞쪽으로 승합차 하나가 크게 충돌해있었다.

광역 버스 안에서 웅성이는 사람들, 승합차 안에서 인기척이 없는 사람들. 그리고 근거리의 인도에는 중앙선 부근의 추돌사고로 인해 미처 못 봤던 찌그러진 택시 한 대가 방지턱 위로 서 있었다.

아. 이거 엄청 큰 사고였구나.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에 걸음이 느려졌다. 열 걸음 남짓 더 걸으니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도로에는 두 사람이 엎드려 피를 흘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들은 움직이며 말을 한다. 살았다. 살아 계셔서 너무 감사했다.


아마도 퇴근길이었을 직장인들, 놀러 나왔을 학생들과 동네 주민들이 쓰러진 사람들의 곁을 지키고 있다.

그들 중 몇몇은 구급차가 곧 올 거라는 말을 하며 환자를 달랜다. 또 다른 사람 든 도로로 나아가 차량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도로 교통을 정리한다.

생전 처음 보는 큰 사고에 놀란 마음은 집에 도착해서도 가라앉질 않았다. 부디 다친 분들이 얼른 나아서 무사히 가족들을 만나길 기도해본다.


그러면서 지난 주말 엄마와 여행을 다녀왔다가 올라오던 귀갓길이 떠올랐다.

빨리 가고자 했던 내 욕심과, 옆 차선 차량이 그만 좀 끼어들었으면 하는 경계심에 차량 간격을 좁게 하다 보니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했다. 급브레이크를 세게 밟아서 차가 ‘끼기기긱’ 대더니 겨우 멈췄었다.

차량이 없는 도로에서는 오히려 양보할 여유도 생기고 속도를 내어도 안전했는데, 차량이 많은 도로로 오니 마음도 좁아지고 속도도 느려지고 욕심도 커진다. 일상에서는 좀 나아진 듯했지만 도로에서는 여전히 나의 못난 경쟁의식과 편협한 공정심이 튀어나온다.


공정함은 무조건 옳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말을 좋아했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주는 만큼 받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했다. 모자란 사람은 채워줘야 하고, 있는 사람은 나눠줘야 한다며 그에 따른 행동을 했었다.

하지만 이 사회에서는 공평하려다가 그르치는 상황도 있다. 누가 내 앞을 끼어들었다고 나도 끼어들면 도로 전체의 흐름은 깨어지고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선물을 받으면 그만큼 줘야 할까 봐 받지 않으려는 마음에 관계에 벽이 생기기도 하더라. 가끔은 더 주고 더 받기도 하는 것이 이 사회가 계속 건강하게 돌아라는 동력이 되기도 하는 듯싶다.

앞으로 운전할 때도 도로 위의 차들이 사고 없이 각자의 목적지에 다다르는 이 안정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봐야겠다.

네비의 예상 도착 시간을 줄이려 애쓰지 않고, 옆 차선과 굳이 속도를 비교하지 않는 느긋함이 나의 운전 태도가 되었으면 좋겠다. 운전대를 잡으면 특히나 내 의지대로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져 버린다. 내 의지대로 되지 않을 때의 분노나 짜증도 더욱 급하고 강하게 올라온다.

도로에서도 젠틀한 드라이버가 되는 것을 지향해보려고 한다. 동승자와 같은 도로를 달리는 모든 이들의 안녕한 하루가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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