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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놀자 Jul 10. 2021

도넛

집 근처 새로 생긴 도넛 집을 처음 가봤다. 공사할 때부터 눈에 들어와 오픈하면 바로 가야지! 하고 다짐했었으나 빡빡한 직장인 인생... 일하다 집에 오면 밤 열 시를 넘기 일쑤고 나에게 도넛이란 식사로는 가볍고 간식으로는 무거운 것이기에 이래저래 가보지도 못하고 잊고 살았었다.


심해진 코로나로 인해 약속을 다 취소한 주말. 모처럼 집에 있는 김에 도넛 집이나 다녀와볼까 - 하고 아침부터 꽤 부지런을 떨었다. 무릇 약속 없는 주말이라 함은 오 후 세 시가 넘어야 침대에서 겨우 나오고 그로부터 두 시간은 멍 때리다가 세 끼를 한 번에 몰아서 먹고 그로부터 여섯 시간은 지나야 겨우 씻고 정신을 차리는 법이거늘. 오늘은 눈 뜨자마자 침대에서 나와 직접 카레를 만들어 밥을 먹고!(중요) 빨래도 돌리고 욕실 청소에 샤워까지 끝마쳤다. 오랜만에 바로드림으로 책도 주문하고 가는 길에 버릴 쓰레기까지 양손에 쥔 후 드디어 출발. 도넛을 구입하러 가는 경건한 발걸음을 한 발 한 발 절도 있게 내딛으며 네모난 건물 밖으로 나왔다.


아 그런데 아뿔싸. 분명 오며 가며(특히 포켓몬을 잡으러 다니며) 자주 본 곳인데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도넛 집에서 길 하나 건너면 집으로 가는 길이었던 것 같은데 알고 보니 건물 네 모퉁이가 모두 횡단보고였고 여기였던 것 같기도 하고 저기였던 것 같기도 하고... 결국 근처를 빙빙 돌다가 아 혹시..? 하며 가본 길에서 마침내 만날 수 있었다.(내가 이 정도로 길치인 줄은 처음 앎)

두근 거리며 손잡이를 당겨 안으로 들어가 보니 노티드 도넛과 비슷한 도넛들이 이쁘게 진열되어 있었다. 가격도 노티드 도넛과 차이 나지 않아 앗 이럴 거면 노티드에서 사 먹지(근처에 노티드 매장도 있다) 라고 생각했지만 기업보단 자영업자를 우선시 한다는 나만의 소비 원칙이 있기에 생크림에 동글동글 굴린 미니 도넛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먹고 싶었지만 오늘의 도넛 일지를 글로 남기고 싶어 식탐은 잠시 뒤로 하고 핸드폰 자판을 타닥거리고 있다.

이 정도면 됐겠지?
마침 헹굼으로 돌아가던 빨래도 다 되었다는 소리를 내고. 빨래 널고 찹다 찹다 아 찹다! 가 절로 나올 아이스커피 한 잔 타서 오래 기다려온 도넛 맛을 음미해봐야지.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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