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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범용의 습관홈트 Oct 25. 2021

회사 다니며 유튜브 해도 괜찮아요?

긱 워커(Gig worker)의 시대

1.

나는 직장인 유튜버다. 구독자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계속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요즘엔 나뿐만 아니라 회사 다니며 유튜버로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들 중 얼굴을 노출하는 유튜버도 있고 가면을 쓰거나 상반신만 나오게 촬영하는 유튜버들도 있다. 얼굴 노출을 꺼리는 것은 유튜브 활동을 회사가 알게 되면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회사 다니며 유튜브 하면 정말 징계를 받는 것일까?



2.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020년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 4명 중 1명은 현재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라고 발표했다. 내가 주목한 부분은 바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이유였다. 1위는 취미 생활 및 일상 기록을 위해서가 47%였다. 2위는 수익창출, 부업이 36.7%였다. 3위는 업무 커리어, 포트폴리오 구축이 10.2%를 뒤이어 차지했다. 


유튜브로 본업 이외 부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직장인이 많아지고 있다. 월급 만으로는 안정적인 생활 자체가 어려워지고 설상가상으로 코로나로 인한 경기불황과 고용시장 불안으로 미래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회사가 나의 노후를 책임져 주는 시대는 지나갔다. 직장인 부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로 접어들었다. 



3.


“네? 정말이요? 쿠팡 이츠 배달로 한 주문 당 13,000원에서 19,000원이나 번다고요?” 나는 깜짝 놀라 쿠팡 이츠 배달 파트너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요즘 코로나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배달로 음식을 주문한다. 그러면서 배민 요기요 쿠팡 등 배달 플랫폼 기업들 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배달 한 건당 배달 비용도 치솟고 있다. 



내가 운영하는 쌀국수 매장에 방문한 배달 파트너도 하루 2~3시간만 일해도 10만 원을 벌 수 있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물론 배달 지역, 픽업 거리, 배달 거리, 비가 오거나 주말에 붙는 할증에 따라서 배달 파트너 수수료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4.


나에겐 악기를 잘 다루고 싶은 로망이 있다.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 가야금이나 드럼을 잘 치는 사람을 보면 멋져 보이고 부럽기도 하다. 그래서 올해 초 해금을 배우고 싶어서 ‘숨고’라는 재능 플랫폼을 통해 나의 동네에 거주하는 해금 숨은 고수에게 연락을 했었다. 가격과 시간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계약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요즘엔 누구나 쉽게 재능을 사고팔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5.


요즘 투잡이든 쓰리잡이든 긱 워커(Gig worker)로 월급보다 더 많이 돈을 버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긱 워커란 어느 한 곳에 소속되지 않고 필요할 때만 임시로 계약을 맺은 후 근로를 제공하는 초단기 노동자를 말한다. 위에서 소개한 배달 라이더도 긱 워커이고, 해금 연주자, 컨설턴트, 강사, 디자이너, 우버 등 다양하다. 


그런데 회사 다니면서 이렇게 겸업이나 부업을 해도 정말 괜찮을까? 요즘 지인에게 선물 받은 ‘프로페셔널 스튜던트’ 란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일본은 대기업이 겸업을 장려하고 있다고 한다. 2018년에 100개 기업 대상으로 부업 허용 여부를 조사했을 때는 31.5%가 허용하고 있었으나 2019년 대기업 120개사에 부업 허용 여부를 설문 조사했더니 50%가 허용하고 있었다. 부업 허용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기업까지 합하면 78%까지 치솟는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도 직원의 부업을 조건부로 허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당연히 경쟁사 근무는 안되지만 직무 연관성이 없고 퇴근 시간 이후에 부업을 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은 아직까지는 직원들의 부업에 관해 관대하지 않지만 점차 분위기는 바뀌어 가고 있다. 유튜버 활동은 허용하는 추세이고 점차 범위도 확산될 것이라 예상된다.



실제로 변호사 출신 유튜버나 변호사 블로거 글에 따르면 기업에서 겸업금지 조항이 명시된 사내 규정만을 이유로 유튜브 활동을 제안하거나 그로 인해 수익을 얻는 직원을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 선택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이 기업이 정한 사규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내부 취업규칙에 ‘겸업금지 의무 위반 시 징계나 해고를 할 수 있다’라는 규정에 근거해 징계나 해고 등의 처벌을 내려도 재판까지 갈 경우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단 회사의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 내부 정보를 회사 인가 없이 유출한다면 징계나 해고 사유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6.


나의 경우도 2017년에 첫 책인 ‘습관홈트’를 출간할 때 실명으로 할지 예명으로 할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직장인이 책을 출간하는 것이 드문 일이기도 했고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것이란 부정적 분위기가 팽배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판단했을 때 실명으로 출간하는 것이 퇴사 후 나를 브랜딩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용기를 내어 나의 이름으로 출간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내가 칭찬 사원으로 선정되었고 나의 책도 사내 게시판에 소개되었다. 그리고 회사와 계약한 이데일리 문화일보 등 7개 신문사에서 나의 첫 책을 홍보까지 해 주었다. 내심 홍보 덕에 책이 많이 팔릴 것이라 기대했는데 착각은 자유였다. 



이후 내가 방송 출연을 하게 되었을 때도 사전에 회사에 신고를 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다. 회사 기밀을 누설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걸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만큼 요즘 직원들이 근무시간 이외 활동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왜 그럴까? 기업도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종신고용,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 필요한 인력은 빨리 고용하고 잉여 인력은 쉽게 내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겸업을 허용함으로써 직원을 해고해도 그 직원이 다른 길을 갈 수 있기에 덜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 직원만 다른 회사에서 겸업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회사의 능력 있는 인재들이 우리 회사에서 겸업하는 것도 가능한 것이니까 고용 유연성이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얼마나 섬뜩한 기업의 계산법인가? 이런 상황에서 우리 직장인들은 어떻게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가? 긱 워커도 2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시간당 또는 한 건 당 임금이 정해진 일을 하는 근로자다. 위에서 소개한 쿠팡 배달원은 한 건당 배달 단가가 정해져 있다. 반면에 나의 재능으로 돈을 버는 경우는 시간당 임금이 나의 서비스 품질에 따라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7.


조인트 사고란 책에 따르면, 비즈니스 성공에는 몇 개의 단계 즉 스테이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중 제1 스테이지가 바로 0에서 1로 넘어가는 단계다. 



0 단계는 스타트 단계다. 나만의 콘텐츠를 세상에 내다 팔아 돈을 벌겠다고 마음먹는 순간이 0단계인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 단계인 1단계로 진입하기 위해 우리는 무던히도 애쓰고 노력해야 한다. 뭐 처음엔 누구나 그만한 열정과 에너지가 가득 차 있기에 자신감은 넘쳐나니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흥분과 기대를 무기 삼아, 시간을 쪼개 새벽에 일어나고, 고도의 집중과 몰입을 하며 나만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마케팅을 하고 사람들을 모은다. 즉 0단계는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나의 콘텐츠를 시장에 판매하기 전까지의 지난한 기간을 일컫는다. 



그리고 마침내 그 노력의 대가로 첫 수입을 손에 넣게 되는 날, 비로소 1단계에 진입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순간인가? 



나에게도 그날이 찾아왔었다. 어찌 내가 그날의 감동과 짜릿함을 잊을 수 있겠는가? 습관홈트 유료 프로그램은 2018년 1월 1일 시작되었다. 달리 말하면, 내가 처음으로 습관을 시작했던 2016년부터 2017년 말까지 2년 동안은 무료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는 의미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습관 데이터를 쌓고 신뢰를 축적하고 나 스스로의 확신을 쌓는 축적의 시간이었다. 첫 수입의 벅찬 감동을 느낀 지 벌써 4년 가까이 지났다. 지금은 나의 강의는 4년 전과 비교해서 시간당 10배가 올랐다. 첫 수입을 발판 삼아 9개의 수입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월급 이외에 매달 수백만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물론 첫 수입 이후 여러 가지 고난과 좌절도 있었다. 앞으로도 고난이 없으리란 보장도 없다. 하지만 첫 수입의 짜릿한 맛을 느껴 본 자와 그런 마음조차 없는 사람의 미래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클 것이라 생각한다. 



8.


언젠가는 회사가 나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회사는 빠르게 나의 빈자리를 긱 워커로 채울 것이다. 어디 나뿐만이겠는가? 이 땅의 모든 직장인들의 숙명이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이 두렵지 않다. 어쩌면 나는 그 순간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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