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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원 Mar 15. 2017

'라이더(RIDER)'를 아세요?

내가 좋아하는 팝스타는 대체 뭘 좋아할까?



(들어가며)


곧 출간되는 <열정적 위로, 우아한 탐닉 -예술가의 술 사용법>은 한 마디로 '뮤지션들의 술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오아시스, 밥 딜런, 존 레논, 스팅, 레이디가가, 비욘세, 제이지, 오지오스본, 재니스 조플린 등 유명 팝-록 스타들이 어떤 술을 즐겨 마셨고, 또 술 때문에 어떤 일을 벌였는지 등등을 담고 있다. 책 한 권 쓰는데 4년 가까이 걸린 건 내가 게으른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런 내용(술과 뮤지션)을 정리해 놓은 저작물(책이나 논문, 기사)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뮤지션의 음주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온갖 기록물(구글링은 기본이고, 영문판 자서전과 평전, 다큐멘터리 DVD, 아티스트 팬 카페 글 등)을 뒤져야 했는데, 그중에서 내가 1차적으로 검색한 자료가 바로 '라이더'이다. 라이더만큼 아티스트의 독특한 취향과 개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없기 때문이다.  꼭 음주 취향뿐 아니라, 음식 취향, 취미, 성격 등도 파악할 수 있다. 


음악 마니아 중에서도 라이더라는 게 뭔지 모르는 분들이 꽤 있는 듯하여, 이번 기회에 책에 부록 형식으로 실어 정보를 드리고자 했다. 하지만 책 분량 한계로 인해 눈물을 머금고 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아티스트 라이더 4~500장을 분석한 최종 결과물인 <라이더의 세계- 뮤지션의 음주 취향>을  '전격 공개'하고자 한다. 분량이 길어 연재 형식으로 나누어 게재할 예정이다. 음악과 술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 라이더의 세계 - 뮤지션의 음주 취향 


라이더(Rider)?        

 사진:Will Fresch      오아시스 -노엘 


공연 업계에서 많이 쓰는 용어 중에 ‘라이더(Rider)라는 게 있다. 얼핏 들으면 ‘공연 장비를 배달하는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사전을 찾아보면 ‘Rider’라는 단어에는 ‘(말이나 자전거 등을) 타는 사람’이란 뜻 말고도 ‘추가 조항’ 혹은 ‘첨부 문서’라는 의미가 있다. 공연 업계에서 쓰는 ‘라이더’는 후자에서 파생된 말이다.  


예를 들어보자. A라는 영국 뮤지션이 있다. A는 오래전부터 동물 보호 활동에 적극적이다. 집이든 사무실이든 가죽으로 만든 소파는 절대로 쓰지 않는다. 또한 그는 철저한 채식주의자이다. 본인이 고기를 입에 대지 않는 것은 물론, 주변 사람들이 먹는 것조차 싫어한다. 반면 꽃과 식물은 너무도 사랑한다. 자신이 가는 곳이면 어디에든 화초가 풍성하게 있기를 원한다.      


이런 A가 미국 공연에 나선다. A의 공연 전반을 관리하는 회사 (흔히 ‘투어 에이전시’라고 

부른다)에서는 미국 쪽 공연 기획사(실제로 무대를 꾸미고 시설을 준비하는 측)와 사전에 여러 가지를 

협의한다. 며칠 동안 몇 개 도시를 돌며 공연을 할 건지, 수익금은 어떻게 나눌지 등등.. 


이런 사항이 정해지면 계약서를 만들어 공연 기획사에 보내는데, 이때 중요한 서류 하나를 ‘첨부’해서 전달한다. 즉 A라는 뮤지션의 취향과 성향 – 동물 보호 활동을 하는 채식주의자 -을 감안해, 여러 가지 당부 (요청) 사항을 정리해서 보내는 것이다. 이를 테면 A가 대기하는 무대 뒤쪽 – 흔히 말하는 Back Stage(백 스테이지)–에 가죽 소파를 놓지 말라든가, 고기가 들어간 음식은 절대로 제공해서는 안 된다든가 하는 내용이 담기게 되는데, 이런 요청 사항을 정리한 첨부 문건을 바로 ‘라이더(Rider)’라고 한다. 


* 라이더에는 2종류가 있다. 기술적인 요구사항(무대에 피아노는 어떤 제품을 준비해달라, 모니터는 

몇 대를 어디에 놔둬라 등등)을 담은 것을 테크니컬 라이더( Technical rider) 라고 하고, 앞서 본 것처럼 

아티스트가 공연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물품을 정리한 문건을 호스피탤러티 라이더(Hospitality rider)라고 한다. 이 글에서 말하는 '라이더'는 호스피텔러티 라이더를 뜻한다.        


그럼 여기서 퀴즈 하나. 이 글에 등장하는 A는 실제 누구일까?       

폴 매카트니 -출처:위키


정답은 폴 매카트니이다. 2002년 폴 매카트니가 미국 공연을 할 때 현지 공연 기획사에

보낸 라이더를 보면, 수 없이 많은 당부 (요청) 사항 – 심지어 대기실에 컵은 몇 개를

놔두어야 하는지 등- 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폴 매카트니 라이더 (2002년)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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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McCartney is very fond of flowers. Floral gifts are welcome. All flowers are to be delivered in vases by 11:00 am show moming. If we are performing multiple dates, floral arrangements must be delivered day of show only,


- Flowers (advice)

Please stay away from weedy things. Ragweed and things of that nature are irritating to allergies. Please provide some weeping eucalyptus. Try to use some in our arrangements. Please fem foliage from a  grocery store, S50.00- One large arrangement of white Casablanca lilies with lots of foliage 4000. One long stemmed arrangement of pale pink and white roses with lots of foliage

S3500- One arrangement of freesia. It comes in various colors so please mix them up, Freesia is a favo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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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꽃에 대한 항목을 살펴보자. ‘폴 매카트니가 꽃을 아주 좋아한다’ (Paul McCartney is very fond of flowers)고 정보를 준 뒤, 어떤 종류의 꽃을 어떻게 섞어서 놔두는 게 좋은 지도 추천해준다. 즉 하얀 카사블랑카 백합(white Casablanca lilies)에 나뭇잎을 섞는 조합, 혹은 연분홍과 하얀 장미(pale pink and white roses)에 나뭇잎을 섞는 조합, 그것도 아니면 여러 색깔의 프리지어(freesia)를 묶어서 배치해두라고 요청한다. 그러면서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돼지풀(Ragweed) 같은 잡초는 절대로 섞지 말라고

주의사항까지 적어 놨다.  결국 라이더만 읽어보면 아티스트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2편에 계속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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