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석영 Aug 15. 2018

스페인 남부 여행기(1)

#1. 알카에데사에서 보낸 홈캉스


2018.7.5~11 스페인 남부, 알카에데사/지브롤타/말라가/론다 여행기




 드디어 혹은 어느새, SuperValu에서의 외국인 노동자 생활도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공식적으로 학생비자도 만료. 정말 투어리스트로서의 마지막 여행만이 남아있었습니다. 그 일정은 바로 스페인-스위스-독일. 요즘 가장 가깝게 지내고 있는 벨기에 친구가 별장에 함께 가자고 제안하여 스페인을 함께 여행하기로, 가장 오래된 벗이 갑작스레 유럽여행이 결정되었다 하여 스위스를 함께 여행하기로, 지난해 더블린에서 만나 각별해진 브라질 친구가 살고 있는 독일에 방문하기로 결정! 결정! 결정되었지요. 새벽 5시 반에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세 시간 정도 비행 끝에 말라가 공항에 도착. 내리자마자 예약해둔 렌터카 회사를 찾아가 배정받은 차를 타고 스페인 남부 ‘알카에데사’라는 생소한 지명으로 향했습니다.     


@ 알카에데사 별장 주변


 친구는 어릴 때 방학 때마다 스페인에서 지냈다며, 스페인의 음식에 대한 설명을 아주 열렬히도 해주었습니다. 가스파쵸(토마토와 오이, 양파 등을 갈아 만든 차가운 수프로 우리나라 오이냉국과 유사한 맛이 납니다. 더운 여름에 가스파쵸 한 컵이면 갈증해소가 캬아!)부터 시작하여 하몽과 멜론(개인적으로 하몽은 냄새가 너무 세서 많이 먹지 못했습니다), 빠에야 등등. 아일랜드의 음식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맛있는 것을 찾기가 힘들어 스페인 식도락 여행에 대한 기대는 더욱 증폭되었지요. 별장으로 가는 길에 SuperCor라는 대형마트에 들러 둘이서 약€59 어치의 장을 봤습니다. 그로부터 10분도 채 되지 않아 별장에 도착했습니다. 우와. 지난해 오스트리아에 이어 럭셔리 여행 2탄을 찍는 듯했습니다. 덕분에 평생 감히 발도 들일 수 없을 것 같은 곳에 들어오니, 친구에게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했지요. 새벽부터 나오느라 피곤했던 저희는 스페인 식으로 ‘시에스타’를 즐겼습니다.  


@ 별장 내부

   

 친구의 별장은 리조트로, 건물 앞에는 골프장이, 골프장 앞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선크림을 치덕치덕 잔뜩 바르고는 바다로 나섰습니다. 오랜만의 바다 수영에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느껴졌지요. 모래에 가만히 누워 난생처음 선탠을 ‘즐겨’ 보기까지 했습니다. 해에 타는 건 워낙에 질색인데, 이상하게 스페인의 7월의 태양은 따사롭게 몸에 착착 감기는 느낌이라 피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친구와 선탠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유럽 사람들은 몸을 태우는 것을 즐긴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내가 여름에 좋은 곳으로 휴가를 갈 만큼 부유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라고. 저는 한국인들은 보통 하얀 피부가 예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검게 타는 것을 극도로 피한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지극히 다른 관점에 우리는 둘 다 ‘오호라’ 했지요. 숙소로 돌아와서는 샤워를 마치고 아까 마트에서 사 온 새우를(해산물 만세!) 소금과 함께 굽고, 화이트 와인과 함께 즐겼습니다. 마트에서 사 온 큼직큼직한 맛난 납작 복숭아, 무화과, 오렌지. 특히 토마토는 아주 찰지고 쫀득쫀득했습니다.  

   

@ 그 유명한 납작복숭아와 멜론과 하몽의 조합


 한 것도 없이 이틀이 그렇게 지나가고. 방에 암막 커튼이 태양을 차단해줌에도 저는 역시나 아침 7시 반에 눈을 떴습니다. 발코니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이런 여유가 도대체 얼마 만인지. 그간 늘 공부 아니면 아르바이트. 여행을 할 때에도 혼자서 열심히 걸어 다니는 여행을 즐겼던 지라, 그저 가만히 아무런 목적 없어본 적은 참으로 오래간만이었습니다. 휴양지의 효력을 아주 톡톡이 보고 있었습니다. 조금 뒤 친구도 기상. 본격적인 여행 계획을 세웠습니다. 스페인 남부에는 예쁜 도시가 참 많았습니다. 다 가보고 싶은 욕심이 발동했지만, 친구와 합의하여 딱 세 곳, 지브롤터, 말라가, 론다에 가기로 했습니다. 스페인에는 오동통하고 값싼 해산물이 많아서 저에게는 천국과 다름없었습니다. 저녁은 모시조개와 오징어를 넣고 만든 봉골레. 저는 해감이란 걸 실제로 처음 해봤고, 친구는 해감 자체를 처음 봤다고 합니다. 검은 봉지에 씌운 조개들이 모래를 생각보다 많이도 뱉어내 뭔지 모를 뿌듯함마저 느끼게 해주었지요. 하필 월드컵 벨기에-브라질 전이 있어 친구와 함께 벨기에를 응원하며 저녁을 먹었습니다. 


@ 해산물과 샐러드의 향연
@ 스페인 맥주 fUZCAMPO


매거진의 이전글 포르투갈 여행기(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