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은 Feb 18. 2022

D의 단어

이별

  




D: 매일 엄마한테 짜증 내요.

나: 그건 전데요(웃음). 짜증 내는 도중에 실시간으로 후회해요.

D: 저도요. 그런데 가끔은 출근하면서 오늘이 엄마를 보는 마지막 날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엄마 없으면 어떻게 살까. 상상만 해도 암담해요.

나: 《애도 일기》 때문인가요?

D: 맞아요. 그 책 괜히 샀어. 요즘은 온통 엄마의 죽음 이후만 생각한다니까요. 



엄마와의 이별을 생각하는 일에 시동을 걸고 나자, 그는 곧 그에게 닥칠 온갖 종류의 이별을 미리 슬퍼하기 시작했다. 마음이 물렁해지는 계절이 돌아오기도 했지만, 그에게는 이별의 그림자가 꽤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가 괴로워하는 또 다른 이별은 좋아하는 작가와의 이별이다.


도서관 사서인 동시에 일본 문학 번역가이기도 한 D 씨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열렬한 팬이다. 그는 70대 노인이 된 하루키가 죽으면 어쩌나 싶어, 엄마를 걱정하는 것만큼이나 마음 졸인다. 작가의 부고를 듣는 날이 최대한 천천히 오기를, ‘장수의 나라’에 사는 마라톤 애호가인만큼 오래오래 살기를 빈다. 다 읽은 책을 또 읽고, 다시 또 읽으며 만수무강을 기원하고 있다고.






전문읽기 : https://a-round.kr/d의-단어/






매거진의 이전글 B와 C의 단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