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E: 카페가 잘 되어서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늘어났으면 해요. 조금 더 멀리 바라보면, 작은 건물을 지어서 새로 시작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나: 우와! 건물이요?
E: 저 진짜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제가 크루아상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크루아상 가게도 언젠가 꼭 열고 싶어요. 욕심은 많은데, 손이 두 개뿐이라…(웃음)
나: 체력 관리가 중요할 것 같아요.
E: 맞아요. 체력 잘 챙겨야죠! 카페 마감하고도 운동하러 꼭 가요.
나: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E: 밥 잘 챙겨 먹죠!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요.
E 씨는 완충된 배터리로 매일을 살고 있다. ‘3년 전의 나’는 그와 꽤 비슷했다. 그즈음의 일기를 다시 펼쳐 읽어보면 곳곳에 초심자만이 가지는 생기가 있다. 그러나 이 계절의 나는 그 팔팔한 기운을 다 잃었다. 내가 매고 있는 가방엔 욕심을 잔뜩 들어있었다. 가방은 힘에 부쳤는지 몰래 제 바닥에 작은 구멍을 냈다. 그렇게 오랜 길을 걷고 나니 구멍 사이로 알맹이가 다 빠져나갔다. 나는 껍데기만 남은 상태로, 목적지를 잃은 채 앞으로의 여정만을 하염없이 헤아리는 중이었다. E 씨에게서 발견한(그러나 지금은 사라진) 지난 내 모습을 떠올렸을 때 나는 ‘도대체 나 다운 건 뭔데!’ 하고 유서 깊은 대사를 되뇌었다.
전문읽기 : https://a-round.kr/e의-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