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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은 Mar 06. 2022

M의 단어

재기




M: 책방에 온 건 거의 7년 만에 하는 개인적인 외출이었어요.

나: 말도 안 돼요! 그럼 그 전에는요?

M: 아이들과 모든 시간을 보냈죠.

나: 주변에 또래 아이를 키우는 분들과 친해질 기회는 없었어요?

M: 저랑 안 맞더라고요. 온통 아이와 남편, 그것도 아니면 시댁 이야기만 하는 통에 지루했어요. 저는 제 얘기를 할 곳이 절실했거든요.




새로운 동네에 터를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타인과의 교류가 사라졌다. 그나마 간간이 만난 남편의 직장 동료나 아이 엄마들과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아이가 철마다 갈아입을 예쁜 옷이나, 저녁 찬 거리를 어디에서 사야 할 지 고민하는 이야기. 시부모님과 함께하는 가족 행사나 인기 많다는 어린이집 이야기에는 아무래도 흥미가 없었다. 그는 그보다 프루스트의 문학 세계나, 소포클레스의 비극이나, 시지프가 짊어진 돌덩이에 대해 떠들고 싶었다. 침묵의 시간이 길어졌다. 말이 줄어든 게 마음이 시든 증거라는 것도 이때 알게 되었다.


우울감을 극복하고자 병원에 가 보아야겠다는 결심을 내린 즈음에 M 님은 우연히 책방을 만났다. 그는 책방 모임 덕분에 일상이 회복되었다고 했지만, 내면에는 남은 낱말과 이야기가 아직도 많아 보였다. 사실 M 님의 갈증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는 걸, 책방의 작은 모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모임을 함께하는 사람들은 알았을 것이다.





전문 읽기 : https://a-round.kr/m의-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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