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N: 지금은 세무 업무를 하고 있는데, 정말 안 맞아요.
나: 다시 건축 업계로 돌아가기는 어려운가요?
N: 주변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이젠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나: 그럼 계속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실 거예요?
N: 절대 안 되죠!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어요. 그래서 더 두렵지만요.
그는 언니와 둘이 살면서 아담한 그림 작업실을 열 생각이다. 단지 좋아하는 마음, 남들보다 조금 더 잘 그린다는 사실만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전공을 정하며 자꾸만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던 소녀는 여전히 그의 곁에 머물고 있다.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려도 달라지는 게 없는 것 같아서 한없이 조급해진다. 좋은 그림이 어떤 것인지 잘 아는 만큼 목표는 높은데, 자신은 느릿느릿 달팽이 걸음만 하는 것 같다. 평소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N 님은 커리어 전환을 앞두고 자꾸만 작아진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괜찮을까요?”, “과연 제게 그림을 그리면서 살 자격이 있는 걸까요?”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그가 낯설다. 닭발과 소주를 즐기며 하하 호호 웃던 어느 밤의 그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캄캄한 집에 돌아오니 마음이 이상하게 헛헛했다. 쉽게 잠들기는 어려울 것 같아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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