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은 Mar 09. 2022

O, P, Q 그리고 R의 단어

표현





R: 저는 항상 불리해요. 선생님이랑 친한 애들은 수행평가 점수를 높게 받거든요.

O: 그래서 나는 좋아하는 선생님이 맡은 과목만 성적이 높아.

나: O는 교실에서 표현을 잘하는 타입이니?

O: 네. 저는 솔직하게 다 표현해요. 너무 말이 많다고 해야 하나?

P: 저도 하고 싶은 말 다 해요. 그래서 교장 선생님도 가끔 저를 따로 부르세요.

Q: 와, 신기해. 교장 선생님까지 널 알아?



R은 제 나름의 노력을 한다고 조용히 말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만든 후에 선생님의 관심을 끄는 것이 그가 택한 방법이다. 나머지 세 아이가 자기 이야기를 얼마나 잘하는지 신나게 자랑하는 동안 R의 표정은 조금 더 어두워졌다. 마음과 생각이 말로 잘 이어지지 않는 게 고민이라고 했지만, 사실 R이 괴로운 이유는 어른들로부터 관심과 인정의 표현을 충분히 받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지.


그렇다면 정작 ‘표현’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건 어른들이다. R은 나를 고민하게 한다. 나는 일요일마다 무거운 책과 노트를 챙겨 책방에 오는 아이들에게 어떤 표정과 몸짓을 보여주었나. 어느 날 울적해 보였던 아이에게 따뜻한 말을 건넸었나. 자신 없는 순간들만 머리를 스친다.




전문 읽기 : https://a-round.kr/o-p-q-그리고-r의-단어/







매거진의 이전글 N의 단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