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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고 쓰는 삶 Dec 01. 2024

책과 함께하는 일상

책 읽기를 좋아해서 매일 책을 읽는다. 습관적으로 그리고 집착적으로 책을 읽는다. 글자를 읽지 않는 순간에 경미한 불안감을 느낀다. 책을 읽는 순간에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풍요로운 평화의 상태에 도달한다. 책을 통해 무언가를 얻고 싶은 생각보다도 책을 읽는 그 순간 자체를 사랑한다. 책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고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한다. 정말이지 책이 없었다면 그 모든 고난과 좌절의 시기를 어떻게 견뎠을까 싶다. 정신없고 혼란스러운 육아의 시간도 우울증 없이 무사히 오히려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것도 독서 덕분이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이런 책에 대한 애정과 독서에 대한 열정은 말해도 말해도 끝이 없을 것이다. 그저 지속적인 실천으로써 증명해 보일 수밖에.


도서관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집순이이자 책순이인 나에게 몇 안 되는 여행 장소이자 나들이 장소는 도서관과 서점이다. 이번 주말에는 딸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동네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 다녀왔다. 20개월 된 아이의 욕구와는 상관없는 철저하게 엄마 중심적인 장소 선택이었지만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한 거니까’라고 쿨하게 생각해 보며 가기 전부터 혼자 마음껏 설레는 시간을 보냈다. 도서관에 도착하여 유모차에서 해방된 아이는 도서관 구석구석을 여기저기 달리고 뒹굴며 엄마 마음을 졸이게 했지만, 집중력을 발휘하여 읽을 책을 신중하게 골라보려고 열중했다. 그리고 이 책을 운명처럼 만나게 되었다. 니나 상코비치 <혼자 책 읽는 시간>. 이 책은 언니를 잃어버린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책으로 도피하는 저자의 이야기이다. 그 어떤 행위로도 극복할 수 없었던 상실의 아픔을 ‘1년 동안 매일 한 권의 책을 읽고 서평 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치유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네 명의 자녀들을 돌보고 집안일과 일상의 의무들을 적절하게 해내면서도 매일 책 한 권씩 읽고 서평을 쓴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나도 뭔가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온몸 구석구석과 손 끝이 간질간질거렸다. 현재 87페이지까지 읽은 상태인데, 빨리 읽고 싶다는 생각과 천천히 읽고 싶다는 생각이 공존하면서, 글을 쓰고 싶은 욕구는 최고조에 달해 있다.


책을 계속 읽어나가면서 늘 기록을 하고 서평을 쓰고 어떤 종류가 되었든 나만의 글을 생산하고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는 생각과 그런 희망을 늘 갖고 있었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에는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일상의 의무들을 제쳐두고 글을 쓰는 데에 우선순위를 두고 시간과 에너지를 쓴다는 것은 나에게 일종의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다. 읽고 쓰는 삶을 사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과 현재 나의 직업은 작가가 아니라는 현실적 생각이 내 마음 안에 동시에 존재하면서 갈팡질팡 헤매곤 했다. 읽는 행위는 생활 사이사이에 자투리 시간을 투자하여 꾸준히 할 수 있었는데, 이것은 밥 먹고 잠자는 일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운 본능에 가까웠기 때문에 큰 힘이나 의지력을 들이지 않고도 가능했다. 하지만 글쓰기는 매일 생겨나는 핑곗거리들에 밀려서 그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무엇보다 글을 쓰고 싶다는 그 강렬한 열망에도 불구하고 매번 미뤄지고 또 미뤄졌다. 막상 마음 잡고 글을 쓰려고 할 때에는 무엇에 대해 쓸지 모르겠다는 생각과 나는 어떤 글을 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만 시간을 날려 보내기 일쑤였다.


매일 책을 읽어나가면서 완독 날짜와 책 제목을 꾸준히 기록하긴 했지만, 그 모든 책에 대해서 서평을 쓰고 다음 책으로 넘어간다는 생각은 감히 하지 못했었다. 서평을 쓰느라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았고, 다음 책을 빨리 읽기 시작해야 하는데 서평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는 생각에 독서생활에 방해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읽기에만 부지런하고 쓰기에는 너무나도 게으른 생활을 해왔던 것이다. 책을 열심히 계속 읽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스스로를 속이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우연히 만난 이 책 <혼자 책 읽는 시간>의 저자 니나 상코비치는 그녀의 생활과 이야기 그 자체로써 나에게 새로운 변화와 시작이라는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매일 300쪽짜리 책을 네 시간 정도에 걸쳐 다 읽고 평균 두 시간에 걸쳐 서평을 쓰는’ 그녀의 일상 루틴은 현재의 나도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는 생활이라는 판단이 섰고, 나도 할 수 있고 또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가슴이 부풀었다. 시작은 언제나 늘 설렌다. 이로써 무엇에 대해 글을 쓸지, 내가 어떤 글을 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된 듯하다. 일단 서평을 써보자. 책과 함께하는 일상에 대해 써보자. 실제로 나의 삶은 책과 함께하는 일상이 거의 대부분이고 또 앞으로도 쭉 이런 생활을 해 나갈 테니, 나의 독서생활에 대한 글이라면 내가 평생 계속 써나갈 수 있지 않을까. 육아와 집안일 사이사이에, 아픈 아이를 간호하면서도, 매일 책 한 권을 완독하고 하나의 서평을 완성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토막 한토막 씩 글을 써나가는 저자의 모습은, 그동안 내가 나에게 허용했던 그 모든 핑곗거리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일 앞에서 더 이상의 핑곗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해 주었다. 지금은 새로운 다짐에 스스로 너무 가슴이 들뜬 나머지 얼른 쓰기 위해 읽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우선은 새로운 나의 롤모델이 된 그녀의 책 <혼자 책 읽는 시간>을 마저 읽으며 이 고양된 마음 상태를 이어나가는데 몰입해 보기로 한다. 혼자 책 읽는 시간은 참으로 성스럽고 완전하다. 혼자 글을 쓰는 시간은 참으로 황홀하고 감미롭다. 오늘도 읽고 쓸 수 있음에 감사하며, 읽고 쓰며 살아갈 수 있는 내일이 있음에 감사하며, 나의 새로운 다짐과 시작에 스스로 응원과 격려를 보내본다. 늘 초심을 잃지 않고 용기 있게 뜻한 바를 계속해나가기를. 늘 읽고 쓰기를. 멈추지 않기를. 나의 정신과 의식에 새기고 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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