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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고 쓰는 삶 Dec 06. 2024

벌써부터 그리워지는 시간

벌써부터 그리워지는 시간이 있다. 아직 지나가지 않았지만, 곧 지나가게 될, 하지만 오래오래 붙잡고 싶은. 그런 시간들. 그런 시절. 나는 지금 그런 시절을 지나고 있다.


시어머니와 전을 부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깻잎장아찌와 김치를 먹으며 마음 가득 행복한 안도감에 젖어드는 시간

이제 곧 세상에 나올 둘째의 꼬물꼬물 움직임을 느끼는 시간

그림책을 보며 열심히 단어를 연습하는 첫째의 귀엽고 서툰 발음에 미소가 번지는 시간

아이가 보내는 무한하고도 무조건적인 사랑의 신호를 읽는 귀중한 시간

아이의 맑은 미소, 순수한 기쁨, 애교 섞인 장난, 서툴고 귀여운 몸짓들을 바라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

가족들을 위해 요리를 하며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는 시간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배부름을 느끼는 시간

사이버대학교 한 학기를 마무리하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던 나를 스스로 칭찬하는 시간

매일 아침 영어를 공부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을 성실히 지켜나가는 시간

책을 사랑하고 독서를 사랑하며 글쓰기를 사랑하는 내 마음에 감사함을 보내는 시간

고요한 이 새벽, 매일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실천하면서 느끼는 두근두근 설렘의 시간

혼자 있음을 외로움이 아닌 고독으로 인식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 나를 발견하는 기쁨의 시간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천천히 느리게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평화의 시간

행복은 지금 여기 내 옆에 항상 있음을 인식하게 되는 깨달음의 시간

세상과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는 초월적인 감각을 느끼는 번뜩임의 시간


나의 하루는 아주 단순하게 흐른다. 그리고 계속 반복된다. 멀리서 보면 그렇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 더 다양하고 조금 더 풍요롭고 조금 더 아름답다. 이런 다양함과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기록으로 붙잡아두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드는 요즘이다. 나의 하루는 어떤 생각과 감정들로 채워져나가고 있는지, 나의 마음은 시시각각 어떤 색깔과 모양으로 바뀌면서 성장해가고 있는지, 나의 일상은 나의 소망과 바람을 얼마나 반영하면서 굴러가고 있는지, 나의 삶은 과연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하루하루 지나가는 나날들의 모습을 글로 붙잡아 남기면서 살펴보려 한다.


요즘의 나는 그 언제보다 살아있음에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그 언제보다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삶을 이끌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참 감사하고 또 감사한 요즘이다.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내 앞에 주어진 길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에도 열심히 임하려고 한다. 두 아이의 엄마. 그리고 아내. 한 가정의 건강과 안녕을 책임지는 주부. 영어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사람.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 끊임없이 책을 읽어나가는 사람. 평생 글을 쓰는 사람. 나와 내 주변을 아끼고 사랑하고 돌보고 가꾸는 사람. 나의 열렬한 꿈과 소망을 알아차리고 실현해나가는 사람. 내 삶에 몰입하기. 내 일상을 소중히 여기기. 나의 모든 순간을 애정으로 맞이하기. 나에게 주어지는 모든 것을 선물로 받아들이기. 지금 이 순간 충분히 넘치도록 받고 있는 사랑을 발견하기. 매일 매 순간 기쁨과 행복으로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기. 지금 내 마음속에 그리는 나의 미래는 이렇다.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럽다. 이 그림을 잊지 않길 바란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이 벌써 그립다.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고 오래오래 음미하고 싶을 따름이다. 언제까지나 지금 이 마음이 변치 않길 바라는 이 욕심이 가득한 마음으로 지금 이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 결코 붙잡을 수 없는 흘러가는 시간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마음을, 나는 감히 붙잡고 싶다는 마음으로 붙잡아 두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글을 써보려고 한다. 이렇게 벌써 그리워지는 순간이 찾아올 때면 나는 그것을 결코 가만히 흘려보내지 않을 것이다. 글을 쓰며 영원히 오래오래 남길 것이다. 글을 쓰는 동안 무한히 재생되는 그 행복과 환희의 이미지들을 내 안에 오래도록 붙잡아 둘 것이다. 이렇게 내 마음을 기억하고 추억하고 싶은 순간들로 채우면서 삶을 살아가야지. 그렇게 풍요롭고 너그럽고 따뜻한 사람으로 커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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