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순간을 지나며
어쩌다 보니 어제 출산을 했다. 원래 예정일보다 한 달이나 빠른 출산이었다. 아이가 나오겠다는 신호를 보내서 급하게 이루어진 출산이었다. 아직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나에게는 한 달 동안의 계획이 있었다. 이제 막 글쓰기 루틴을 만들어가던 참이었고, 책도 좀 더 읽고 싶었으며, 첫째와 좀 더 놀아주고, 출산 준비도 좀 더 잘하고, 집안 정리와 청소도 깨끗이 하고. 그러고 나서 둘째를 맞이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출산을 하게 되다니.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이루어진다.
그렇게 이제 나는 두 딸의 엄마가 되었다. 신생아 육아 2일 차. 첫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감회가 새롭다. 첫째는 신생아 때 엄청 울어서 엄마 아빠 정신을 쏙 빼놓았었는데, 둘째는 잘 울지도 않고 엄청 조용해서 엄마 아빠가 각오한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 가끔은 너무 안 울어서 걱정될 정도로. 기질과 성향이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다르구나 싶으면서, 생명이라는 것은 참 경이롭고 신기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 작고 소중한 존재와 함께하게 될 앞으로의 삶을 그려본다.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어떤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늘 하는 질문을 또다시 나에게 던져본다. 이 세상에 오직 엄마와 아빠만을 믿고 의지하며 태어난 이 작은 생명체. 내가 가져야 할 책임감의 무게를 찬찬히 느껴본다. 무겁지만 무척 감동스러운 감정이다.
조산이라 ‘혹시 아이가 숨을 못 쉬면 어쩌지? 아이 건강 괜찮을까?’ 이런 걱정스러운 마음이 있었다. 출산 후에 간호사님에게 “아기 숨 잘 쉬어요?”라고 묻는 내 모습이, 돌아오는 “네, 숨도 잘 쉬고 아주 건강해요.”라는 대답에 안도감의 눈물을 흘리는 내 모습이, 새로웠고 낯설게 다가왔다. 나도 엄마구나. 첫째를 키우면서도 늘 마음 한편에 부족한 엄마라는 자격지심이 있었는데, 내 안에도 이런 짙은 모성애가 있다는 생각에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마음이 준비할 새도 없이 이루어진 출산이었지만, 앞으로의 육아에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기는 안도감이었다.
아직도 이따금씩 내 눈앞에 지금 펼쳐지고 있는 현실이 꿈같고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또 한 번의 산을 넘었구나. 엄청난 일을 해낸 거야. 축하해. 수고 많았다. 지금 멀뚱멀뚱 어리둥절하게 현실을 맞이하고 있는 나에게, 다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앞으로 또 넘어야 하는 육아의 산을 잘 넘어갈 수 있도록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스스로에게 보낸다.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어쩌다 보니 며칠 뒤 크리스마스 날에 퇴원 예정인데, 올해 크리스마스 최고의 선물이 나에게 찾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 경이로운 기적이 나에게 갑자기 찾아왔다. 감사하고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이제 그만 정신 차리고. 미역국 먹고 힘내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