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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환 Jan 26. 2021

코로나 시대의 편집실(1)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재택근무


2020년 초 코로나(COVID-19)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코로나는 어느 한 분야라 할 거 없이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그들에게 변화를 강요했다. 그렇게 코로나는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모든 것을 코로나 전과 후로 나누었다. 이 속에서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기도 하고, 기존의 산업이 무너지기도 했다. 최근 들어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고, 또 새로운 백신의 개발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인류가 코로나를 과연 정복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정복할 수 있더라도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불안한 상황 속에서 모든 산업은 그 규모와 종류를 막론하고 변화를 모색한다. 변화의 이유는 스스로 원해서일 수도, 혹은 어쩔 수 없이 떠밀려 일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변화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영화나 드라마 제작을 둘러싼 사람들의 일하는 모습도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피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9월 현재 국내 기업의 약 48.8%가 원격 근무를 도입했다고 한다. 국내 기업 중 거의 절반에 이르는 곳이 원격 근무를 도입했다는 의미이다. 영화와 드라마 제작 분야도 변화를 비켜갈 수 없다. 스튜디오 드래곤에서 제작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방영된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원격 편집 방식으로 16부 전체가 제작된 국내 최초 사례다. 아직은 변화의 속도가 느리지만 이러한 형태의 작업 사례는 앞으로 계속 늘어갈 것이다. 국내의 변화 속도는 느리지만, 미국에서는 변화가 빠르게 일고 있다. 미국의 제작사들은 코로나로 인해 중단되었던 드라마 제작이 재개되자, 대부분의 편집팀을 WFH(Work From Home 재택근무)로 꾸리기 시작했다. 9-10명에 다다르는 편집팀 인원 모두가 각자 집에서 일을 한다.  


코로나 이전의 편집실


코로나로 변화가 일기 전 할리우드에서는 편집실을 어떤 형식으로 차렸을까? 편집자가 자신의 편집실을 운영하며, 제작사와 계약을 통해 자신의 편집실에서 일을 하는 게 일반적인 국내와 달리, 편집팀에 속하는 모두가 프리랜서인 할리우드에서 편집실은 스튜디오가 원하는 곳이나 쇼러너(Showrunner)가 원하는 곳에 꾸려진다. 그곳은 전문 편집실 렌털 건물일 수도, 스튜디오 내부에 위치한 곳 일 수도, 혹은 일반 건물의 전체 혹은 일부를 렌트한 곳 일 수도 있다. 어떤 형태이든 스튜디오에서 제공한 한 장소에서 편집팀에 속하는 모든 인원이 함께 일을 한다. 


편집팀은 일반적으로 포스트 프로듀서(Post Producer), 포스트 프로덕션 슈퍼바이저(Post Production Supervisor), 포스트 프로덕션 코디네이터(Post Production Coordinator), 포스트 프로덕션 어시스턴트(Post PA), 에디터(Editor) 세 명, 그리고 어시스턴트 에디터(Assistant Editor) 세 명, 이렇게 총 열 명 정도로 이루어진다. 여기에 작품에 따라 VFX 에디터(VFX Editor)나 VFX 어시스턴트 에디터(VFX Assistant Editor)가 포함된다. 또한, 외부 VFX 업체에 넘기지 않고 내부에서 처리를 하기 위해 편집팀 내에 VFX 아티스트(Inhouse VFX Artist)를 한 명에서 수어 명씩 두기도 한다. 흔치 않은 경우이지만 <제인 더 버진 Jane The Virgin>의 경우엔 뮤직 에디터(Music Editor)도 한 편집실에서 일을 했다.


미국 드라마의 경우 매 회 촬영 기간 동안 편집자가 혼자 편집을 하고, 해당 에피소드 촬영 종료 후 3일 내에 편집본(에디터스 컷 Editor's cut)을 완성하여 감독에게 보낸다. 감독은 편집자와 함께 며칠간 편집을 하고, 완성된 편집본(디렉터스 컷 Director's Cut)을 프로듀서들에게 보낸다. 쇼러너를 중심으로 한 프로듀서/작가는 편집자와 함께 작업하여 이를 다시 스튜디오(스튜디오 컷 Studio Cut)로 보내고, 스튜디오의 피드백을 받아 작업한 편집본(네트워크 컷 Network Cut)을 방송사에 보낸다. 각 단계에 따라 감독, 작가/프로듀서가 편집자와 함께 편집실에 일을 한다.


에디터스 컷을 보낸 후 다음 날, 감독이 편집실로 온다. 어떤 감독은 간단히 전체적인 대화만을 하고 편집실을 떠나기도 하고, 어떤 감독은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편집실에 앉아 함께 일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디렉터스 컷이 보내지고, 그 후에 쇼러너와 함께 편집을 시작한다. 쇼러너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은 쇼러너들은 자신의 자식과 같은 작품이니만치 편집실을 찾아 편집자와 함께 일을 한다. <제인 더 버진>의 쇼러너인 제니(Jennie Urman)는 오전엔 에피소드 1 편집자와 일을 하고, 오후엔 에피소드 2 편집자와 일을 하는 식으로 제작 기간 내내 편집자와 함께 일을 했다. 


개인의 성향이나 스케줄에 따라 편집실에 오지 않고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편집자와 편집을 진행하는 감독이나 작가/프로듀서도 있다. 이러한 경우엔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며 일을 하는 경우보다 피드백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원격 편집 환경에서는 일반적인 방식이 될 터이다. 따라서, 관계자들은 함께 이에 대한 개선방향을 논의하고 해결해야 한다.


스튜디오와 방송사와의 편집은 대면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편집본을 스튜디오에 보내면 다음 날이나 그 다음날 쯤 콘퍼런스 콜을 통해 피드백을 받는다. 그렇게 수정된 편집본은 방송사로 보내지고, 같은 방식으로 피드백이 이뤄진다. 즉, 이 두 단계에서 편집자와 스튜디오/방송사 간의 대면 작업은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모든 편집팀이 한 공간에서 일을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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