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심시티3회 – ‘민주주의의 히든피겨스’ 1부
‘심즈 인벤토리’는 도시 디자인 팟캐스트 ‘라디오심시티(Radio S.I.M. City)’의 ‘심즈토크’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합니다.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존중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일상적인 관계에서 개인의 의견은 쉽게 무시되는 경향이 있지요. 의견의 다양성하면 떠오르는 분야가 바로 언론이 아닐까 생각해요.
하지만 지난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 방송국이 정권의 통제와 감시를 받고 정부가 방송국 내 인사권에 개입하여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들어간 방송을 내지 못 하도록 한다는 논란이 있었는데요, 이는 한국이 민주주의 사회임에도 국민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 방송의 독립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었죠.
이처럼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고 모든 것이 정부의 통제 아래 있을 때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그려낸 영화가 바로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입니다.
사실, 브이 포 벤데타는 앨런 무어가 집필하고 데이비드 로이드가 그림을 그린, 10개의 이슈로 이루어진 만화를 원작으로 합니다. 원작의 배경은 디스토피아가 된 198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의 영국이며, 주인공은 전체주의 정부를 전복시켜 혁명을 이루려고 하는 미스터리한 무정부주의자 <브이> 입니다.
저는 아직 원작은 보지 못 했는데요, 이 원작을 바탕으로 2006년에 제작된 영화 ‘브이 포 벤데타’는 2040년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의 영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영화에서는 정부 지도자와 다른 피부색, 성적 취향, 정치적 성향을 가진 시민들이 ‘정신집중 캠프’로 끌려가 사라지고, 거리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와 녹음 장치로 시민들이 철저한 통제를 받으며 살아갑니다. 영화는 정부에 의해 모든 언론이 장악된 사회, 국민들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는 사회, 다름이 인정되지 않고 오로지 통제에 따라야만 하는 사회 등 민주주의가 사라지면 도래할 어두운 사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설상가상으로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의 시민들 또한 그러한 사회 구조 내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브이’라고 불리는 가면을 쓴 인물이 등장하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권력은 모든 방법을 이용해 ‘브이’를 제거하려고 하지만, ‘브이’는 더 이상 한 사람의 반동분자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잊고 있었던 수많은 대중이 됩니다. 영화는 국가에 의해 통제당했던 개인들이 각성을 해나가는 과정을 담아냅니다.
영화 속 인물 중, ‘핀치 경감’은 브이를 제거하려는 강력한 권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맡은 사건의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를 하다 결국 정부가 숨기고자 하는 역사적 사실을 파헤치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핀치 경감이 새롭게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하는 영웅적인 역할을 수행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없는 각박한 사회에서 그는 자신이 선 자리에서 세상의 변화에 필요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그린 사회의 면면은 사실 우리에겐 이상하리만큼 낯설지 않습니다. 이는 민주주의를 훼손시키는 부조리한 상황이 단지 가상의 전체주의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 사회는 여전히 민주적이라고 말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내일 당장 나의 모든 것을 내걸고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것만이 답이 될 수 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영화 속 핀치 경감처럼 각자의 위치에서 부조리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선택과 행동을 한다면, 우리도 민주주의의 히든 피겨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한 땐 자유로운 비판과 사고, 의사 표현이 가능했지만 이젠 온갖 감시 속에 침묵을 강요당하죠. 어쩌다 이렇게 됐죠? 누구 잘못입니까? 물론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게 있고 대가를 치르겠지만, 이 지경이 되도록 방관한건 바로 여러분입니다.
-영화<브이 포 벤데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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