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UX 리뷰
스포티파이는 전 세계 다양한 음악과 개인화된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점유율 최대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런칭 이후 2년가량 사용해오고 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UI/UX 실험을 활발하게 하는 서비스입니다. 매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인 만큼 디테일한 변화에도 빠르게 반응하게 되는데요. 최근 몇 개월 사이 Now Playing 화면에 조그만 변화가 잦게 일어나고 있는 것을 느꼈는데 드디어 큰 변화가 하나 찾아왔습니다. 바로 하트 버튼이 플러스 버튼으로 바뀐 것입니다.
기존에는 Now Playing 화면에 '좋아요'와 '플레이리스트 추가' 피쳐가 별도로 존재했습니다. 하트 모양의 아이콘은 별도의 설명 없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능으로, 하트 버튼을 탭 하면 듣고 있는 노래를 손쉽게 '좋아요' 할 수 있었죠. 플레이리스트 추가 기능은 우상단의 미트볼 아이콘(…)을 탭 했을 때 나오는 팝업에서 앨범 보기/아티스트 보기/공유 등의 기능과 함께 묶여 있어 상대적으로 '좋아요'에 비해 접근성은 낮았습니다.
최신 업데이트에서 좋아요의 하트 버튼이 '플러스' 버튼으로 대체되었습니다. 플러스 버튼을 최초로 탭 하면 '좋아요 표시한 곡' 플레이리스트에 추가되면서 화면 하단에 액션 완료를 알리는 토스트 팝업이 표시됩니다. 초록색 체크로 바뀐 버튼을 다시 탭 하거나 또는 토스트의 변경 버튼을 탭 하면 내가 만든 플레이리스트에 곡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하트 버튼을 매일 활용하고 있던 저로선 이 기능이 변경된 처음에는 직관적인 UI를 바꾼 게 아쉽게 느껴지더라고요. 하트는 어디서나 통하는 universal 한 기호잖아요. 그런데 왜 새로운 기호를 도입했을까요?
사용자가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핵심 기능 중 하나입니다. 그 플레이리스트를 듣기 위해 반복적으로 접속해 서비스를 이용하겠죠.
좋아요, 플레이리스트 추가와 같은 액션은 스포티파이에게 있어서 개인화된 음악 추천을 더욱 고도화할 수 있는 좋은 사용자 데이터가 되기도 합니다.
또, 최근 스포티파이는 커뮤니티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추세입니다. 사용자들 간에 공개된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고, 플레이리스트를 공동 편집하고, 서로의 플레이리스트를 blend 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서비스 체류 시간과 구독자 lock-in을 더욱 견고히 하기 위해 플레이리스트에 곡을 추가하는 기능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었을 거라고 추론해 봅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 보이는 기능 상으로는 하트 버튼을 탭 하는 것과 플레이리스트 추가 액션 사이에 큰 차이는 없습니다. (데이터베이스에 수집되는 데이터도 둘 사이의 차이가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좋아요 버튼을 누르고, 나중에 그 리스트를 모아서 다시 듣는다는 것만 생각해 본다면요.
사용자가 어떤 곡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 곡을 다른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할 확률도 높다고 봐야겠죠.
그래서 좋아요 기능을 플레이리스트 추가 기능에 편입시킴으로써 두 가지 액션을 연결할 수 있도록 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음악 앱 같은 개인의 취향 기반 서비스에는 이미 존재하는 기능을 아주 디테일하게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많단 말이죠. 사용자의 인식 체계에서 '좋아요'는 일종의 rating system으로 인식됩니다. 음악 앱을 사용할 때를 떠올려 보면, 각자 나름의 기준에 따라 좋아요를 누르고 있을 것입니다. 5점 척도의 세심한 단계까지는 아니어도 좋아요는 분명히 사용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평가 기준에 따른 선호표현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트 아이콘은 누구에게나 통하는 선호 표현의 기호이니까요. 플러스와 체크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확률이 비교적 높습니다.
또, 좋아요 버튼은 on/off로 작동하는 스위치 같은 기능입니다. 걸으면서, 운전하면서, 빠르게 탭 해서 선호 표시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리스트는 이보다 더 섬세한 분류의 영역입니다. 단순히 선호를 표시하는 걸 넘어서, 사용자의 취향 여러 분류 중 딱 들어맞는 한 묶음에 곡을 집어넣는 행위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좋아요와 플레이리스트 추가가 거의 유사할 수는 있어도 사용자의 인식 레벨에서는 다르게 기능하고 있다는 말이죠.
좋아요와 플레이스트 추가의 기능을 구분해 활용하고 있던 사용자들은 오히려 이번 기능 변경이 역행하는 변화라고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
스포티파이의 헤비 유저로서 이 기능 변경은 정말 적응하기도 이해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저장할 때도 흔히 사용하는 플로우임에도 불구하고요. 사용자가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기능을 바꾸는 일은 정말 정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게 됩니다.
플러스 버튼 도입 이후 지표로만 보자면 좋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포티파이가 의도한 대로 플레이리스트 추가는 확실히 많이 늘어나겠죠. 하지만 하트가 사라져서 공허한 사용자들의 마음은 누가 달래주나... 충성 고객들의 반발을 딛고 플러스 버튼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앞으로 이어질 스포티파이의 행보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