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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 May 10. 2023

중국 모바일 UX디자인이 달라 보이는 이유

다른 디자인을 만드는 다른 문화와 사고방식 이야기

내가 사용자가 아닌 서비스를 기획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외국인을 타겟으로 한다면 더 어려워질 겁니다. 지금 우리는 세계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국가 간 경계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로컬 서비스들은 여전히 각자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중국 서비스를 사용하다 보면 문화적 차이가 디지털 환경에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문화가 디자인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이론 중 하나이지만, 우리는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사용자 경험에 익숙해져 있어 글로벌 서비스를 사용해 오면서 큰 이질감을 느끼지는 못했거든요.


우리의 눈에 익숙한 미국 서비스와 비교해 봤을 때 중국 서비스는 무언가 다르다는 것이 한눈에 느껴집니다. 명도와 채도 높은 색상을 많이 사용하고, 작은 화면 안에 빽빽하게 한자가 들어차 있습니다. 3D 그래픽이나 캐릭터 요소도 다양하네요. 


중국 사용자들의 디자인적 선호, 서비스 사용 경험, 멘탈 모델이 이런 현저한 차이를 형성했겠죠. 

이 '다름'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그 다름을 만들어낸 중국의 문화적 배경은 무엇인지 하나씩 얘기해 볼게요. 



1. 직선적이고 얕은 정보 구조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식 디자인은 심플하고 구조화된 경험을 제공합니다. 미국 서비스에는 디자인적으로, 정보 구조 측면에서도 hierarchy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반면 중국식 디자인은 직선적인 경험을 제공합니다. 넓고 얕게, 한눈에 보이게 펼쳐두는 방식이죠.


저는 이런 차이를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는데요. 서양 저자들이 쓴 책은 하나의 결론을 위해 여러 근거를 차근차근 쌓아나가는, 기둥을 세워 집을 지어 올리는 것 같은 논리 전개를 펼칩니다. 

반면에 중국 저자들이 쓴 책은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이야기 조각을 모아서 멀리서 보았을 때 전체가 이해되는 모자이크 같은 서술 방식을 취합니다.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 논리를 전개하는 방식의 차이는 오랜 시간 동안 각 문화권의 사고 체계를 형성해 왔고, UX 디자인에서도 드러난 것입니다.


이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메인과 카테고리입니다. 대부분의 중국 서비스에서는 메인에만 접속하고도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전체 서비스를 확인하고 접근할 수 있습니다. 메인이 일종의 사이트맵 같은 역할을 하고 있죠. 커머스 서비스의 카테고리 화면에서도 마찬가지로 해당 서비스의 전체 상품군 카테고리를 펼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면이 왠지 많고 복잡해 보이는 이유는 모든 것이 넓고 얕게 펼쳐져 있어서였던 것입니다.



2. 집약적인 화면 배치

(좌) 미국 파이어폭스 홈페이지, (우) 중국 파이어폭스 홈페이지

미국과 중국의 웹페이지를 비교해 보면 화면 배치의 밀도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왼쪽의 미국 파이어폭스 홈페이지는 간결한 그래픽과 버튼을 제공하고 그 외의 정보는 스크롤하거나 클릭해서 다른 페이지로 이동했을 때 확인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습니다. 반대로 오른쪽의 중국 파이어폭스 홈페이지는 브라우저 내에 담기는 화면범위 내에 밀도 높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용성 연구의 시선 추적 실험에서 중국 사용자들은 화면 전체를 훑으면서 눈길을 끄는 정보를 최대한 많이 확인하려는 경향을 많이 보였습니다. 또 정보가 페이지에 넓게 흩어져 있으면 정보가 파편적으로 제공되고 있어 사용성을 헤치는 것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여러 논문에 의하면 이런 차이는 중국이 고맥락 사회(high-context culture) 이기 때문이라는데요. 문화적 영향으로 인해 중국 사용자들은 여러 정보들 간의 관계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어 같은 면적 내에도 많은 정보를 집어넣는 레이아웃이 발달했다고 합니다. 한자라는 압축적인 언어의 특성에 의해 이런 디자인 형식을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3. 화려한 디자인 요소와 팝업 사용, 수많은 추천, 추천, 추천

중국 모바일 앱에 접속하면 3D 그래픽에 현란한 컬러를 사용한 팝업을 가장 먼저 마주치게 됩니다. 페이지를 옮겨 다닐 때마다 플로팅 팝업과 자기주장이 분명한 프로모션 툴팁, 혜택 알림과 추천 상품 목록에 눈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움직이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디지털 환경은 물리적 환경을 모방합니다. 중국의 도시에는 밀도가 높고 눈길을 끄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어딜 가나 사람과 소음으로 북적이기도 하고요. 모바일 환경은 사용자의 주목을 요구하는 시장 한복판과 같습니다. 팝업이나 추천상품은 길을 지나가다 건네받는 전단지나 호객 행위와 같이 받아들여지고, 중국 사용자에게는 제법 익숙한 경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중국 서비스에서는 어쩌면 우리에게는 사용성을 해치거나-계속 반복되는 혜택 알림 요소들이나 화면 중간에서 갑자기 커지는 플로팅 팝업-, 자칫하면 다크패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오늘 하루 닫기 버튼이 없는 팝업- 요소들을 자주 많이 사용하곤 합니다. 물리적 환경이 사용자 경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드러나는 좋은 사례입니다.




중국 사용자를 타겟하기 위해 서비스를 완전히 다른 Look&Feel로 변신시킬 계획을 하고 있다면, 글쎄요. 디자인에 대한 선호도는 100명이면 100 사람 다 다를 겁니다. 중국의 젊은 소비자층은 한국이나 미국의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선망하고 좋아하기도 하거든요. 최근 인기인 리셀 플랫폼 더우 (POISON)는 모노톤으로 디자인되어 얼핏 봐서는 중국 오리지널 플랫폼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니까요.

중국 사용자들의 멘탈 모델에 맞는 정보 구조와 디자인 시스템을 갖추는 데 리소스를 집중한다면 사용자들이 편안하고 긍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변화를 효율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Are Chinese Websites Too Complex?

https://www.nngroup.com/articles/china-website-complexity 

The Impact of Culture on UX Design

https://uxplanet.org/the-impact-of-culture-on-ux-design-d662c7ea4464

Cross-cultural Design and the Role of UX

https://www.toptal.com/designers/web/cross-cultural-design 

Behind China’s Great Firewall: Tech, Culture, & UX | SXSW 2021

https://youtu.be/bxilwm2tH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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