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도 '상담문맹탈출'이 필요하지 않을까?
존 리 대표님의 금융문맹탈출 강의를 들으면서...
개인적으로 존 리 대표님을 많아 존경한다. 존 리 대표님의 책, 강의 내용을 들어보면 계속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 같다. 한 때는 다른 할 말이 없으신가? 좀 더 강의 내용을 다양하게 하시면 어떨까? 이런 생각도 해봤다. 그런데 곧 그 생각을 멈췄는데, 아마도 존 리 대표님의 판단으로는 자신이 계속 반복해서 설명하는 그 이야기가 가장 핵심이자 전부이기에 계속 반복, 또 반복하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찬찬히 생각해봐도 존 리 대표는 사사로운 기술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주식이 무엇인지? 주식은 어떤 마음자세로 하는지? 어떤 태도로 투자해야 하는지? 등등 기본적인 태도를 알려준다. 처음에는 작은 돈도 잘 아끼고 모아서 조금씩 주식에 투자하고, 절대 빨리 팔지 말고, 계속 주식을 모으다 보면 복리의 마법으로 돈이 엄청나게 불어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돈에 대한 삶의 태도와 꾸준한 장기투자를 강조한다. 절대 짧은 시간의 주가 등락으로 큰돈을 벌게 해 준다던가, 단타 투자로 돈을 벌게 한다던가, 미래를 예측해서 맞춰본다던가, 이런 요행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참으로 손쉬운 걸 좋아하기 때문에 빨리 돈을 벌고 싶어서, 족집게처럼 주가를 예측해주거나 단타로 돈을 많이 벌게 해 주는, 한방을 노리는 그런 투자에 끌려들어 간다. 존 리 대표처럼 작은 돈으로 꾸준히 주식을 사모으고 장기로 투자하여 복리의 마법을 강조하는 그런 투자는 되게 시시하게 생각한다. 결국, 사람들은 짧은 시간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큰돈을 벌고 싶어 하는 '누워서 감 떨어지기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근데, 이런 마음은 상담센터를 찾는 사람들도 같은 마음이다. 다들 슬픔과 아픔을 가지고 상담실에 온다. 그리고 몇 회의 상담 만으로 확연한 변화가 있길 바라거나, 문제를 싹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이나 방법을 기대한다. 항상 상담의 초반에는 상담이 무엇인지? 상담자의 역할을 어떻게 기대하는지? 실제 상담자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상담에서 환자/내담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등을 꾸준히 설명하고, 상담 이후로도 중간중간 환기를 시킬 필요가 있다.
상담에서 몇 회의 만남으로 절대 환자/내담자의 증상과 고통이 줄어들 수 없다. 그들의 살아온 삶이 몇십 년인데, 10시간? 20시간? 고작 하루도 안 되는 시간으로 내 삶의 이력이 쌓인 마음의 고통을 말끔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치료자와는 같이 상담을 하질 않길 권한다. 그들은 내담자의 의존성과 나약함을 강화시킬 뿐이다.
상담은 묘책과 해결책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상담은 상담을 종결한 이후에,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적절한 방법을 스스로 선택하여, 내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치료에서의 조언은 처음은 달콤할지 몰라도, 그 달콤함이 나를 더욱 의존하고 나약하게 만든다. 치료자는 경청, 공감, 반영, 직면을 통해 환자/내담자 스스로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삶과 인생에 대한 통찰을 얻어 스스로 행동해나갈 수 있도록 함께 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는 치료자의 역량과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내담자의 치료동기와 의지, 상담에 대한 참여도가 매우 중요하다. 치료에서 내담자/환자는 능동적이고 살아있는 한 명의 존재이고 인간이다.
단타에서 큰돈을 벌고 싶은 요행처럼 치료에서도 짧은 시간 동안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고 싶어 한다.
애널리스트가 정확한 주가 예측으로 큰돈을 벌어줬으면 하듯이, 치료자가 무속인처럼 콕 집어서 이런저런 해결책을 제시해줬으면 한다. 단기에 쉽게 번 돈은 쉽게 세어나가듯이, 단기치료로 큰 변화를 바라는 것은 흘러가는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성과 같다. 단기 투자가 투기이고 위험하듯이, 조언만 얻고 끝나는 상담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나중에 승자가 되고 오래오래 부자인 사람들은 가치투자, 장기투자자이듯이.
건강한 마음으로 오래오래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은 장기로 성실히 심리치료를 받은 이들이다.
심리치료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질수록,
상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존 리 대표님의 투자이론에 심리치료를 대입해보았다.
장기투자, 장기치료,
어렵지만 가장 기본입니다.
가장 확실합니다.
어려운 길이 가장 쉬운 왕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