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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positions Mar 22. 2017

대선후보 문재인의 고교평준화

문제와 현상, 둘 모두를 놓치다.

http://www.hankookilbo.com/v/e2d9ffa0fbac4576941a784c33503fc2




 A와 B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둘 다 고를 것이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는 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질문이다. 이 것에 대한 가장 모범적인 답은 '판을 엎어라' 일 듯하다.

 

 하지만 이번 문재인 후보의 발언은 판을 엎지 못하였다.

 본질적인 문제를 들여다보자. 특목고, 자사고 등이 생겨난 이유가 무엇인가? 일반 고등학교의 제약에서 벗어나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이 그 근본 목적 중 하나일 것이다. 과학고에선 과학을 더욱 심도있게 탐구하고, 외국어 고등학교에선 단순 수능을 위한 외국어를 넘어서 글로벌 소통을 위한 능력을 신장하고, 자율형 사립고에선 개성 있는 교육을 통해 특성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글로벌 시대에 부합하는 목적성을 지닌 고등학교가 왜 유력 대선후보에게 전환 혹은 폐지하겠다라는 공약의 대상이 되는 것인가? 과연 이러한 고등학교 때문에 수직적 구조가 생겨난 것일까?

 

 나의 의견은 전혀 아니다라는 것이다. 고등학교가 스스로 줄세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부의 잘못된 방향, 언론의 잘못된 태도 등으로 인해 본질의 목적에서 벗어난 것이다. 흔히 교육부에서 고등학교를 평가하고 예산을 편성할 때 가장 핵심으로 두는 것이 서울대, 카이스트 등의 명문대학교 합격비율이다. 명문 대학교를 많이 보내면 평가가 좋아지기 때문에 합격 비율이 높은 고등학교는 예산 편성이나 정책 수립과 관련하여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명문대학교 보내는 것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이다. 언론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방향을 담아 기사를 작성하여 일반 대중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

 요즘 대학 과정 또한 문제이다. 요즘 대학은 취업학원 같은 느낌이 난다. 취업을 잘해야 졸업식에 참여하고, 취업에 관련된 인맥을 두루 갖춰야 후배들에게 선배대접 받는 문제 등이 산적해있다.(그렇다고 취업 후에 쓸만한 지식과 기술을 선제적으로 가르쳐주는 것 또한 아니다.)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하고 지성의 탐구는 등한시하는 등의 매우 복합적인 요인이 뒤섞여있다.

 이번 문재인 대선후보는 이를 고교 일반화로 해결하려 한다. 요약하면 고등학교 서열을 없애서 이러한 사회의 병폐를 해결할 해법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수준이 나뉘어진 학교를 하향평준화 혹은 부분 상향평준화를 하여 해결될 문제라는 생각을 한 것에 매우 실망했다. 사람마다 해결방법이 하나일 순 없다. 하지만 이는 본질에 한참 못미치는 해결방법이다. 왜 고등학교가 수직적으로 변했는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들여다봐야지 수직적으로 나뉜 고등학교를 포토샵 blur tool 쓰듯 다 흐릿하게 만든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는 자사고, 특목고에 진학하는 자녀들을 둔 학부모에 대한 역차별이자 이런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노력했던 학생들에 대한 횡포이다.

 본질은 하나이다. 대학의 체질개선과 기업들의 채용과정 투명화가 선행되면 고등학교, 중학교까지 순차적으로 함께 변화할 것이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특목고, 자사고를 없앨 것이 아니라 왜 그들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없었는지 들여다보고 국가는 그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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