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수신 Mar 04. 2024

Honda CR-X

Beautiful auto designs 1980–2000 시리즈 #1

1980 - 2000년대의 자동차들은 지금보다 훨씬 개성이 강한 디자인들이 많았습니다. 그 당시 자동차 월간지 AUTO에 연재했었던 글을 다시 올려봅니다.
그 시리즈 첫 이야기는 Honda CR-X 입니다. Enjoy!
필자가 그린 Honda CR-X

1983년 발표된 혼다 CR-X 는 등장하자 마자 당시 미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가지고 싶어하는 스포츠 카 중의 하나가 되었다. 사실 CR-X를 스포츠 카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고, 스포티한 운전을 즐길 수 있는 자동차, 스포티 카 정도로 부르는 것이 맞지만, 여기서는 편의상 스포츠 카, 혹은 컴팩트 스포츠 카라고 적는다.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들 중에서 비교적 나중에 등장한 혼다는 이미 확고한 입지를 지닌 도요타나 닛산에 대항하기 위해서 독특한 마켓을 지향하는, 그리고 젊고 스포티한 아이덴티티가 강한 자동차의 개발에 치중해왔고, 또 그 결과 빠른 시간안에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혼다의 모델 라인업 가운데에서도 비교적 대중적 모델인 1.5L급 시빅 (Civic) 의 자매차인 CR-X는 최초 1983년에 개발되어 디자인이나 기술의 혁신으로 많은 화제를 남긴바 있는데 , 1987년 풀 모델체인지로 더욱 돋보이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Pocket Rocket

페라리, 포르쉐 등 많은 스포츠카 들이 보통 사람들로서는 엄두도 낼 수 없을 만큼 비싸고, 성능도 엄청난 수퍼 스포츠 카를 지향하고 있는데 반하여, CR-X 는 스포츠 카로서는 소형인 1 천 590cc의 엔진을 얹은 콤팩트 스포츠 카로서, ‘포켓 로켓 (Pocket Rocket)’ 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뛰어난 순발력과 기동성을 가진 모델이다. 1990년형 CR-X 에는 혼다 인테그라 (Integra) 에 쓰이고 있는 1.6L 16V VTEC 엔진을 얹은 CR-X SiR 을 개발하였다.


동경 모터쇼와 프랑크푸르트 모터 쇼를 통해 다른 시빅 시리즈와 같이 발표된 뉴 CR-X는 혼다의 구메 사장이 말한 것처럼 ‘고감성 시대의 사용자들을 위한 자동차’로서, 사람들이 요구하는 감각과 일치하는 가장 바람직한 형태를 추구한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건 당시, 디자이너들에게 회자되던 '하이 터치'라는 키워드와도 맞아 떨어진다. 단순이 성능좋은 자동차를 넘어서 사용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자동차라는 뜻이다.다시 말하면 사람들을 경쾌하게 만들기 위한 진보를 상징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혼다 CR-X는 가능한 첨단 기술과 시스템, 디자인을 과감하게 채택하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시빅 시리즈는 대중 자동차가 갖는 일반적인 컨셉트를 뛰어넘어서 디자인, 기술, 품질 등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기준을 마련했다고 해도 크게 지나치지 않는다.


Tall Boy

초기의 시빅 시리즈의 디자인 컨셉트는 MM (Maximum for Man, Minimum for Mechanicals), 즉 인간을 위한 공간은 크게, 기계를 위한 공간은 작게 하기 위하여 유명한 톨 보이 (Tall Boy) 디자인 (엔진 룸은 짧게 하고 캐빈 부분은 높게 하는 스타일 )을 창출해 내었다. 신형 시빅 시리즈의 컨셉트는 진일보하여 휴먼 피팅 테크놀로지 (Human Fitting Technology), 즉 인간의 의도대로 전체를 쉽게 컨트롤할 수 있고, 거기에서 즐거움 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가진 자동차를 만든다는 것으로서 , 인간을 기계보다 중시하는 MM 컨셉트 에서 인간과 기계를 고차원적으로 융합시킨다는 개념으로 발달된 것이다. 이 정도면 디자인 컨셉트를 넘에서 철학에 가깝다.


이러한 제품 컨셉트에 기초한 디자인 이미지는 특정인이 아닌 일반 대중을 위한 자동차로서 젊음과 개성, 도전정신 등을 상징할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이다. 혼다 시빅 시리즈의 공통적인 배경인 즐거운 감각 (Sense of Fun)’ 은 CR-X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신형 혼다 CR-X 의 보디는 초기 모델보다 더 낮아지고 더 넓어지고 오가닉한 형태로 디자인되어서, 마치 가오리처럼, 비행접시처럼 지면에 밀착하여 빠르게 움직일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공기역학적 특성도 구모델에 비해 크게 개선되었다 (공기저항: 0.33~0.30양력: 0.20~0.10).

디자인 특징을 보면 스포티한 모델을 원하는 사람의 취향에 맞도록 당돌해 보이는 느낌을 준다. 웨지 (wedge) 형태를 더 강조하여 보다 스포티한 감각을 표현한 것도 그렇고, 헤드 램프와 턴 시그널을 스타일드 램프 (styled lamp) 화하여 시원스런 느낌을 잘 살리고 있는 것도 그렇다. 


Clear-cut Role

패스트 백 (Fastback) 스타일이라는 점은 구모델과 유사하지만 리어 보디 부분을 급격하게 수직으로 떨어뜨린 캠 백 (Kamm Back) 스타일을 패스트 백과 적절히 결합시켜서 늘어지는 느낌이 아니라, 간명하게 곡선을 마무리하고 공기 역학적으로도 유리한 형태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클리어 컷 롤 (Clear-cut Role), 즉 ‘명쾌한 역할’ 이라는CR-X 의 상품 컨셉트 와도 잘 맞아 떨어진다. 보디 디테일 처리에 있어서도 구 모델에 비해 상당히 미끄럽고 곡면적이면서 플러시 (flush) 하게 다듬어진 점이 눈에 띈다.


CR-X의 개성 포인트 중의 하나인 글라스 톱은 시원한 개방감을 누릴 수 있으면서도 티타늄 필름을 두 장의 브론즈 색 유리 사이에 라미네이팅한 글라스를 사용하여 97퍼센트의 외부 온도를 차단하여 쾌적한 실내를 유지하고 있으며, 차체를 약간 위에서 보면 시원스러우면서도 SF 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CR-X를 처음보는 사람의 눈길을 끄는 테일 게이트는 앞에서 말한 캠 백 스타일 때문에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수직으로 된 부분이 유리로 처리되어 있어서 자동차의 개성을 더하여 주고, 또 운전자의 후방 시계를 확보해 준다. 이 유리 부분은 메시 (Mesh) 프린트되어 있어서 안에서는 바깥이 보이고, 바깥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는 스모크 유리의 효과를 낸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구 모델의 큰 특징 중 하나였던 플라스틱 보디 패널을 신 모델에서는 철판으로 대체한 것이 흥미롭다. 그 이유는 가격과 내구성 등으로서, 같은 이유 때문에 경쟁차였던 폰티액 피에로 (Fiero) 도 초기의 플라스틱 패널을 철판으로 변경하고 있어서, 1980년대 에는 아직도 보디 패널의 플라스틱화에 대한 기술과 연구가 더 필요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CR-X의 인테리어는 시리즈 내의 타 모델과 부분적으로는 같지만, 대개 다른 컨셉트를 갖고 있다. 익스테리어 디자인의 개성을 인테리어에도 반영하기 위해서 대시보드는 메인 부분을 타 모델과 공유하고 오디오, 히터 컨트롤 등이 있는 센터 콘솔을 콕피트 (Cockpit) 스타일로 절묘하게 변화를 주고 있다.


시트는 CR-X 전용의 버켓 시트 (bucket seat) 를 채택하여 보다 스포티한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그러나 휠 베이스가 기본 모델보다 20mm짧은 2300mm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리어 시트 공간은 상당히 좁다. 이러한 실내 레이아웃은 일반적인 스포츠 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2+2 레이아웃인데, 실제 사용상에 있어서는 1인 혹은 2 인 탑승의 경우가 대부분인 스포츠 카로서 별로 무리가 없다. 투 도어를 채용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거리에서 CR-X를 만나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CR-X로 열린 스포츠 카의 대중화, 소형화는 고급 스포츠 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매력이 있기 때문에 젊은 층을 대상으로 베스트셀러의 위치를 잡을 수 있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어정쩡한 디자인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