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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씨, 후레쉬 13

by 주씨 후레쉬

전 국민이 간절하게 기우제를 지내야만 했던 한 주가 지났다. 어떤 기상캐스터는 본인이 우산을 안 들고 다니면 비가 온다며 비 예보가 있던 날도 우산 없이 나갔다고 했다. 동백이 바알갛게 올라온 부산 본사에 계신 부장님은 안국 근처에서 찬탄이든 반탄이든 집회하는 사람들이 산불현장에 달려가 불 끄면서 시위하면 전 국민이 지지해주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하셨고. 아는 분은 의성에 계신 부모님을 모시러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연차를 올렸다 취소했다를 반복했다고 했다. 늦은 비에 늦은 습도에 겨우 불은 꺼졌고, 우리는 또 잊기 시작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4막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우리들의 블루스나 나의 아저씨를 제치고 인생 드라마가 된 폭싹 속았수다 덕에 아는 분은 유채꽃이 화사하게 피었을 제주에서 행사를 하나 맡아 또 한 번 사업의 고비를 넘기고 있다. 애순이가 금명이를 낳고, 금명이가 또 아이를 낳았지만 대를 이어가는 후회의 연속은 인류의 과제로 남을 것 같다. 드라마를 보며 후회하는 자식새끼들은 또 부모님의 마음을 잊기 시작할 테다.


꽃샘추위가 올해는 없네 생각하던 찰나 기온이 확 떨어졌다. 수도권에 눈발이 날리는 주말이었다. 잿빛 눈이 내렸다 하는데 북서풍이 불던 날이라 산불로 인한 대기질이 그 연유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아마도 중국 내륙이나 그 어딘가의 숨 쉬지 못할 정도의 사정이 다가오는 것 같다. 사월만 되면 여름이 될 거라는 온난화의 시대를 사는지라 삼월말에 잿빛 눈이 내렸네 반짝 꽃샘추위가 찾아왔네 하던 찰나를 곧 잊을 테다.


바쁘디 바쁜 삼월이 다 지나갔고, 이번 봄은 임상춘이라는 말을 하지만 또 기억하지 못하고 잊을 테다. 그러면서도 내 인생드라마였다고 말하고 다닐 테고. 마음은 여전히 동장군과 함께하고, 원하는 바 쉽사리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짧은 봄에 꽃놀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산불로 숲이 사라지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음에. 활활이라는 표현조차 조심스럽지만. 낮밤 없이 바쁨에도 멀리 보고 있다는 점은 변함없고, 잊지 않으려 한다.


일요일 아침 공이라도 차보려했는데 피로를 이기지 못해 누웠고, 오후에는 노동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주 일기는 늦지 않았다. 조금의 발전이라 생각하고, 글 쓰는 것도 잊지 않으려 한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뭘 했다고 4월이 온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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