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하고 오늘 온 톤28 로션을 바르고 나오니 이런 문자가 와 있었습니다.
이미 톤28 화장품을 배송받고, 브랜드 스토리를 차분하게 풀어내는 다양한 읽을거리와 깜짝 선물로 챙겨준 손 세정제를 보면서 감동을 받은 상태였는데, 이렇게 센스 있는 문자까지 오다니.. 정말 응원하고 싶어 지는 서비스라는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읽다만 소설을 마저 읽었습니다. 내용이 잘 이해가 안돼서 찝찝한 마음으로 마지막 장을 넘기고 이번엔 인연이 아닌가 보다 하면서 원래 자리에 다시 꽂아놓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책상 위를 정리하는데 화장품과 함께 온 포켓북 사이즈의 잡지를 보니, 아까 그 문자메시지가 생각났습니다. '몇 쪽을 읽어보라 했지?'
침대에 걸터앉아 126쪽을 펼치고, 작지만 정직하게 쓰인 글씨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저는 제가 창업을 해서 우리의 미션을 정하고, 서비스를 소개하고, 패키지를 디자인할 때 항상 '태도(attitude)'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 온전히 그것을 위한 일을 하자는 마음이었죠. 그 마음가짐이 사소한 것도 대충 넘기지 않고, 꼼꼼히 챙길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런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쌓여서 결국 사용자에게는 큰 차이로 느껴진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제품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그 브랜드의 스토리를 보고 이것을 만드는 태도를 유심히 봅니다. 좋은 태도, 정직한 태도를 가진 브랜드는 처음엔 조금 부족할 수 있어도 지속적으로 나아지고 결국 기대에 보답할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제가 톤28의 대표님 두 분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공감 갔던 부분, 믿음을 느꼈던 부분을 차례대로 소개하고 제 생각을 덧붙이려고 합니다.
초록색은 정말 친환경적일까요?
친환경이라 말하면서 초록색 용기에 잎사귀를 그리곤 해요. 그런데 실제로 용기에 색이 들어가면 재활용률이 30%에서 0%로 떨어지거든요. 그러면서 자연주의라는 말을 하죠. 그렇게 보여주기 식으로만 자연을 말하면 오히려 자연에 더 해가 될 수 있어요.
조경을 전공했던 탓일까요. 환경에 대한 관심이 소비에 영향을 끼칠 때가 많습니다.
식물로 꾸며진 공간을 좋아한다던가, 친환경 제품을 선호한다던가..
화장품도 자연적인 이미지의 이니스프리를 자주 쓰곤 했습니다.
근데 자연적이라는 게 뭘까요?
조경 분야에서도 자주 나오는 질문이었고 스스로 대답을 제시한 적도 있지만, 일상에서 이어가지는 못했습니다. 자연이라고 모두 녹색은 아닙니다. 자연은 검은색일 때도 있고, 갈색일 때도 있고, 빨간색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 색으로, 시각적으로 무엇이 자연적이고, 무엇이 친환경적인지 판단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용기에 색이 들어가면 재활용이 안 된다는 사실,
어렴풋이 들어보기는 했어도 시각적인 혼란으로 무심코 지나쳤습니다. 그러다가 톤28의 종이 용기를 보고서 '아, 이건 진짜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여주기 식으로만 자꾸 자연과 환경을 말하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겉치레에 익숙해지면 우리는 자연을 위한 일이 거기까지인 줄 알고 더 나은 노력을 하지 않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근본적인 것부터 바꾸려는 생각을 하지 않게 않게 되는 거죠.
하지만, 이렇게 생각은 해도 막상 환경을 위해 돈을 더 지불하고, 더 많은 노력을 들이기가 조금.. 음.. 부끄럽지만 버거울 때도 많습니다. 망설여지죠. 그래서 그냥 세상의 모든 제품이 다 친환경적이어서 가격 비교를 할 수 없게 만들어서, 내가 하는 소비가 모두 환경을 위한 일이 됐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많습니다. 잡지를 읽다 보니 이 마음에 딱 맞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블루이코노미'라고 하죠? 생각 없이 썼는데, 그게 바로 환경을 위한 행동인 거. 이런 식으로 제품을 만들어서 환경을 지키고 싶어요.
저도 모르게 환경에 기여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양심에 가책이 느껴지지 않게, 나만 잘 사는 삶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환경을 위한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때,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톤28처럼요.
종이 용기를 개발하기 위해 직접 기계를 구입해서 다양한 시도를 했고, 결국 성공했다고 합니다.
용기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이 같은 고집들을 꺾지 않아서, 빠르게 시작할 수 있는 화장품 사업 특성에도 불구하고 준비기간만 1년 반이 걸렸다고 합니다.
준비 기간에만 1년 반을 쓴다는 것은 그저 한 스타트업이 감수하기엔 정말 긴 시간입니다.
그 인내의 시간에는 강한 신념과 원칙이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혹시 톤28 운영할 때 '이것만은 꼭 지킨다!' 하는 기준이 있나요?
박준수(톤28 공동대표)
나름 세 가지 기준이 있어요, 일단, 무조건 '유기농'으로 만들어야 해요. (중략) 톤28의 씻을거리는 보통 공산품에서는 절대 쓰지 않는 먹는 등급으로 만들었어요. 가격으로 따지면 10배 넘게 비싸죠.(웃음) 두 번째 기준은 '인간에게 좋다고 환경을 안 좋게 하지는 말자'예요. 이왕이면 피부도 지키고, 환경도 지키자는 의미고요. 마지막으로는 '우리가 준비한 것보다 많은 걸 말하진 않는다'예요.
유기농에 대한 고집 / 환경을 지키는 길 / 정직한 자세
이 세 가지가 톤28의 운영 원칙이라고 합니다.
읽으면서 참 톤28 사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 세 번째 원칙에서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준비한 것보다 많은 걸 말하진 않는다'
제가 사업을 하면서 느꼈던 것은 정직하고 진정성 있는 것이 정말 중요하고, 그게 전부라고 말해도 될 만큼 크지만 지켜내기가 너무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눈 앞에 더 편안한 길이 보이고, 더 안전한 길이 보이기 때문이죠. 아니 착각하기 때문이죠.
사업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일상에서 누군가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말을 할 때,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아실 겁니다. 하물며 누군가의 지갑을 열게 하는 일에 딱 한 만큼만 보여준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일 겁니다.
하지만 길게 본다면 결국엔 이 길이 더 좋은 길이라 믿고 있습니다.
고작 화장품을 만드는데 이렇게나 많은 말이 필요할 것이냐 하지만,
매일 쓰는 좋은 화장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이런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화장품 속의 성분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피부에 그것을 바르게 되고, 그것도 매일매일 사용하게 됩니다. 어느 때보다 보이지 않는 그 성분, 보이지 않는 그 자세가 전체를 좌우할 것입니다.
그리고 평생 씁니다. 어쩔 때 한 번 쓰는 것도 아니고, 매일 그리고 평생 쓰는 화장품이 나만 잘 살자고 하는 행위를 조장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마무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까지 고개를 끄덕이게 했던 말입니다.
그럼 두 분은 어떤 얼굴을 '좋은 얼굴, 좋은 인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마리아(톤28 공동대표)
편안한 얼굴이요. 저는 편안함이란 균형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불편하다는 건 뭔가 맞지 않는 거잖아요.
박준수(톤28 공동대표)
저희가 오래전부터 고민했던 질문이에요. 누군가 가장 좋은 예절이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편하게 하는 게 가장 큰 예절이라고 답할 거예요. (중략) 누구를 만나냐에 따라 거기에 맞는 편안한 얼굴이 있고, 저희는 그런 게 바로 좋은 얼굴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는 평소에 '좋다'는게 뭘까 많이 고민합니다.
좋은 말이란 무엇일까에 대해서는 솔직한 말, 정직한 말, 부드러운 말 등이라는 답을 떠올리면서, 맞는 것 같기도 하면서 정말 그런가 생각하기도 합니다. '좋다'는 것에 대한 마음에 드는 답이 없을까 찾곤 했는데요, 꽤 괜찮은 답을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좋은' = '편안한'
화장품의 성분이 중요한 사람, 환경을 걱정하는 사람, 이리저리 따지고 비교하는 사람, 사기 아니야?라고 걱정하는 사람. 이 모두를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제품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화장품은 편안하신가요?
오늘도 편안한 하루, 편안한 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ps.
혹시 기회가 된다면 꼭 투자검토를 해보고 싶습니다.
사업적으로도 끊임없이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관계자님 혹시 보셨다면, 진심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