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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상 Dec 26. 2019

결국 사람이 하는 일

창업을 되돌아보는 시간 - 얻은 것 1) 사람과의 관계

지난 1년 간의 창업을 되돌아보며 <창업을 되돌아보는 시간> 시리즈를 쓰고 있습니다.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Intro. 취업대신 창업을 한 이유 - 창업의 이유

얻은 것 1) 결국 사람이 하는 일 - 사람과의 관계

얻은 것 2) 제 사업이 왜 안되었을까요? - 사업이 된다는 것

얻은 것 3) 나영석 피디가 강호동을 보면서 든 생각 - 좋은 창업가의 자질

마무리. 장사가 안 되는 가게를 가봐야 하는 이유 -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


이번 글은 사람과의 관계에 관한 글입니다.




창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사람과의 관계입니다


일은 자의로 선택한 것이고, 합당한 근거를 기반으로 판단하고 협의하여 방향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상대의 인격과 나의 인격이 부딪히는 일이었습니다. 사람은 모두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완벽하게 하나로 합칠 수 없다는 단단한 진리 앞에 번번이 멈춰 서서 한참을 서성이곤 했습니다.




동업자와 저는 지극히 사적인 관계로 출발했습니다.



친한 형이자 친구였고, 서로의 가족과 친구, 연인까지 모두 알고 지내는 사이였습니다. 함께 배우고 술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깊은 밤의 종착점은 대부분 서로의 꿈이었습니다. 적절한 시점에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졌고, 함께 창업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일을 시작하면서 사적인 관계에 비즈니스적인 관계가 추가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일에 의한, 일을 위한 대화가 훨씬 많아졌고, 일 얘기가 가장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의견 대립이 많았고, 서로의 다름을 명확히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당시 오랜 연애를 힘겹게 끝내는 시기에 창업을 시작했는데, 마치 그 힘들었던 연애의 길로 다시 들어선 기분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것은 꽃길을 걷듯 행복한 일일 수 있지만, 사실 꽃길은 비포장도로였습니다. 우리는 치열한 갈등을 겪으면서 많은 고민을 했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1년여 동안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더 좋은 결정과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결국에 우리는 고단한 시간을 잘 견뎌내고 이전부터 시작된 사적인 관계를 지켜냈습니다. 누구와 일하든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터득한 한 가지 방법은 그 사람과의 관계를 사적인 것과 비즈니스적인 것으로 분리하는 것입니다. 먼저 사적인 관계를 끈끈하게 하여 튼튼한 안전범위를 만들고, 그 안에서 냉정한 비즈니스적인 관계를 구축합니다. 가감 없이 의견을 드러내어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고, 이를 침착하게 직면합니다. 이것이 제가 경험을 통해 찾은 소중한 사람과 함께 일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쉽지는 않습니다.



사실 친구, 연인 사이의 사적인 관계와 비즈니스적인 관계는 사실 같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순서와 결이 다른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적인 관계는 조금 더 마음 아픕니다. 분명한 목적이 있는 관계이기 때문일까요?




어떻게 하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다음으로 많은 배움과 의미가 있었던 관계는 돈을 주고 일을 맡기는 관계입니다. 저희 사업은 프로그램 개발자, 일러스트 작가, 홈페이지 제작자 등 다양한 프리랜서와 아웃소싱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함께 작업하여 시너지를 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적지 않은 대화가 오가고 보이지 않는 힘싸움을 하면서, 양쪽 모두가 마땅히 취할 것을 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느낀 몇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비용이 저렴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싼 작업이 꼭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러 번 실망을 거듭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했고, 역시 답은 질문 속에 있었습니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 간의 신뢰를 쌓을 수 있다면 작업은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아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실력은 기본이고,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직한 의도와 방법, 그렇지만..



돈이 오고 갔지만 생각보다 경직되지 않고 따뜻하고 유연하게 발전된 관계가 여럿 있었습니다. 서비스 자체가 소중한 가치를 추구하며 사회적으로 기여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우리의 마음에 함께 공감하고 비용 지불의 관계를 넘어서 더 큰 정성과 배려를 베풀어주셨습니다. 감사함을 느끼면서, 사업은 선의를 가지고 있을 때 훨씬 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창업은 혼자 할 수 없고,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을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서비스가 좋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뱃머리가 향하는 먼 곳을 끊임없이 주시하면서 조정했고, 노를 젓는 방법에 있어서도 그 맥락을 동일하게 가져가도록 했습니다. 의도와 방법을 정직하게 설정하고 나아가니 항상 당당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많은 고객과 수익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글은 ‘사업이 된다는 것’에 대해 써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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