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대표가 TV 프로그램 <대화의 희열 2>에서 장사 준비에 대해 얘기하면서, 장사가 잘 되는 가게보다 장사가 안 되는 가게를 꼭 가보라고 한 것이 기억납니다. 잘 되는 가게를 가면 빈틈을 찾아서 ‘어, 이건 내가 더 잘하겠다’, ‘에이 생각보다 별로네’,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고, 장사가 잘 될 것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찬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장사가 안 되는 가게를 가보면, ‘어, 이 정도면 먹을만한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억지로 흠을 잡으려 해도 애매하고, 혹시 ‘이게 내 미래는 아닐까?’ 하며 불안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장사가 안 되는 가게를 가봐야 비로소 현실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이죠.
저도 그랬습니다. 창업의 세계로 뛰어들기 전, <부의 추월차선>, <제로 투 원>, <볼드> 등의 책을 읽으면서 달라질 내 인생과 어린 나이에 창업하여 세상을 바꿀 생각에 들떠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바보는 아니었기 때문에 실제 창업 사례를 많이 찾아보면서 준비했습니다. 쿠팡, 토스, 배달의 민족과 같이 국내의 유니콘부터 에어비앤비, 우버, 바이트 댄스 등 해외 사례까지 섭렵하면서, 성공 스토리에만 심취해 있었습니다. 바보가 맞았던 거죠. 제가 잘못한 것은 ‘어떻게 할까’ 보다는 ‘무엇이 되고 싶다’에 지나치게 집중한 것입니다. 설레는 마음에 콩깍지가 씌었던 것 같습니다. 완벽하게 준비해도 사업은 운과 다양한 요소에 의해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 있었으니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했죠.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좋은 사례를 보며 본받는 것뿐만 아니라, 실패한 사례도 면밀히 살펴보고 공부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도 늦었지만 제 사례를 다시 되돌아보면서 글을 쓰게 된 것입니다.
저는 창업을 하고 운영하면서, 식당 창업에 관한 내용을 많이 찾아봤습니다. 대표적으로 유튜브에서 <백종원의 장사이야기> 영상을 몇 번씩 반복해서 본 것인데요, 요식업 장사에 관한 내용이지만 창업에 적용시킬 수 있는 부분이 정말 많았습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무릎을 탁 치면서 기록해둔 것 중에 ‘메뉴와 가격을 결정할 때 단순하게 직관적으로 하는 방법’과 ‘당장의 매출보다는 재방문율을 주목하고 기다리라’고 한 것이 있습니다. 사업에 있어서도 가격 책정과 재이용률은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백종원 대표의 얘기를 들으면서 내 사업에는 어떻게 적용시킬지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창업이라는 행위는 사람이 살아가는 지혜가 그대로 적용되는 분야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삶을 계획하고 살아가는 것, 애쓰며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것 자체가 바로 ‘창업’이었습니다.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창업을 되돌아보는 시간> 시리즈를 쓰면서 제가 지난 1년 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여러 가지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관문을 하나 넘으면 엄청 기뻐하다가도, 진척 없이 기다려야 할 때는 이내 불안해졌습니다. 기분이 파도가 치듯 일렁이었고, 매 순간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자기 합리화도 하고 긍정적으로 마인드 컨트롤도 하면서 버텨봤지만, 결국엔 많은 실망을 반복하면서 마음이 조금씩 단단해질 때 비로소 나아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좋은 일도 있었습니다. 많은 이용자는 아니었지만 우리 서비스를 열렬히 지지해주시고 오히려 이런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며 응원해주시는 이용자분들 덕분에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하다 보면, ‘야근하지 마세요’, ‘천천히 보내주셔도 돼요’ 라던가, 심지어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수익이 날까 걱정했다’며 깊은 관심을 주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참 재미있는 일이지요. 모든 관심이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냉정했습니다. 정작 매출을 보면 꿈에서 깨듯이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고, 한숨만 나왔습니다. 내가 지금 남 좋은 일 하는 건 아닌가, 왜 하고 있지? 하면서 많이 흔들렸습니다. 여기에 주변의 좋지 않은 반응까지 더해지니 참..!
글을 쓰면서 창업을 통해 얻은 것을 정리하다 보니, 더 자세하게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이 너무 뭉툭한 것 같기도 하고 무거운 것 같아서, 더욱 자세하게 겪었던 일을 얘기하면서 좀 더 재미있게 써보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정성스럽게 사진으로 남기는 이들처럼, 저도 내 나이 스물넷에 도전했던 이 경험을 더 생생하게 남기고자 합니다. 다시 한다면 어떻게 할지도 조금 생각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직 못다 한 말이 많습니다. 혹시나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도 ‘도대체 이 사람은 무슨 사업을 했던 거야?’라고 궁금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아닌가요? ㅎㅎ
제 가게로 가보겠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차가워진 이어폰 때문에 귓구멍이 아려오는 것도 잊은 채, ‘아.. 그땐 그걸 왜 몰랐을까’ 하며 창업하면서 있었던 일이 자주 떠오릅니다. 사소한 기억일 수도 있지만 그걸 길 위에서 겨울바람에 날려 보내지 말고, 집으로 가져와 온기 속에서 차분히 키보드 위에 내려 앉히려고 합니다. 다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창업을 되돌아보는 시간> 시리즈는 여기까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