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소통과 집단화의 문제 등등...
연초에 어떤 모임에서 블로그 운영에 대한 어려움을 잠깐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그중에는 소위 '소통'이라고 불리는 주제도 포함됩니다. 그 이야기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주기적으로 만나는 교류없이 온라인상에서 콘텐츠 기반에 의한 교류라는 것은 길어야 1년이라는 것입니다.
이건 예전에 온라인에서 만나서 오프라인으로 까지 활동이 확대됐던 모임들이 '1+1의 한계' 즉 1년 동안의 온라인 교류와 더해 1년 동안의 오프라인 교류 후에 흐지부지되던 패턴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 만나기 시작하면 결국 '면대면' 모임이 주가 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더 좋아서 그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굳이 온라인상의 교류를 선호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인생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하면 의미 있게 사용할까에 대한 고민 때문입니다. 인생에서 선택과 집중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편 대가성에 대한 문제는 늘 논란의 대상입니다. '원고료를 받거나 무상 제품 또는 서비스를 받고 쓰는 글은 고객의 제품에 대해 무조건 칭찬한다'라는 생각은 콘텐츠 수용자들이 가진 선입견 중 하나입니다. 일면 맞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잘 모르고 하는 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논리는 글쟁이에게서도 발견됩니다. 좋은 이야기만 해야 하고 그래야 지속적인 원고 의뢰 또는 제품, 서비스 제공을 해줄 것이라는 강박관념 말입니다.
상업적인 내용에 대한 이야기에서 일방적으로 '좋다'. '나쁘다'로 갈리면 안 되는 이유는 글 쓰는 이의 중립성 때문이지 의뢰인에게 좋게 보이기 위해서이거나 내 높은 인격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결국 이 문제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와 맞닿아있습니다.
나는 한때 좀 더 안정적인 쓸꺼리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 미디어의 힘을 빌려볼까 생각을 했던 시기도 있습니다. 잠시지만 자동차 매체에서 기자와 편집장이라 타이틀을 가졌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방법은 그렇게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러분 중에도 매체에서 발행하는 기사들을 보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 분이 있을것입니다. 검색만 하면 나오는 내용과 보도자료를 짜깁기하거나 외국 기사를 번역하여 소개하기도 합니다. 외국 매체의 사진을 버젓이 쓰기도 하고 기업의 홍보실에서 보낸 보도자료를 손봐서 자기 이름으로 냅니다. 사진도 마찬가지고요. 쓸꺼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은 일주일에 정해진 분량과 횟수의 기사를 송고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치분야, 사회(주로 산건사고) 분야가 아니라면 매일 매일 새로운 소식을 쓰기는 불가능합니다. 설사 하루에 수십건의 사건이 터진다고 해도 한사람이 소화할 수 있는 건수는 뻔하고요. 누군가는 소재가 떨어져서 또 누군가는 일일이 취재할 시간이 없어서 자료를 활용하고 검색을 이용합니다.
미디어도 그 조직은 기업처럼 운영이 되기 때문에 효율성의 이름 아래 창조성은 철저하게 배제됩니다. 이 때문에 블로거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글을 쓴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회사 경영자와 편집장의 입맛을 맞출 필요없고 매일 매일 정해진 분량의 글을 쓸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장점을 잘 살리는 블로그는 얼마나 될까요? 분명히 잘하고 계신 블로거들이 있고 그들은 눈에 띕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 장점을 활용하지 못하는 분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블로그를 마치 기존 매스미디어(Mass Media)처럼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블로그가 검색 엔진이라는 거대한 권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기인됩니다. 검색 알고리즘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소위 이슈 메이킹(Issue Making)에 민감하고 핫 키워드가 발생하면 검색 수요가 많이 몰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콘텐츠 확보가 어려운 초보 '블러거'들뿐 아니라 기존에 이미 어느 정도 자기 콘텐츠 확보가 가능한 수준의 블로거들까지 이러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나는 콘텐츠개발, IT, 디자인, 마케팅, 사진 이런 분야에서 실무 경험을 했기에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블로그 스피어는 만만치 않습니다. 이것은 잘 만들어진 콘텐츠 하나로는 명함도 못내미니는 그런 곳입니다. 포털의 검색엔진은 알고리즘 진화를 거듭한 결과로 사실상 무한대에 이르는 검색 영역을 확보합니다. 콘텐츠의 품질을 평가하는 기준에서 콘텐츠 자체의 품질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블로그 스피어는 콘텐츠 품질 이외에 더 많은 부분에 신경써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나의 메일과 쪽지에는 소위 블로그 공장이 보낸 이런저런 제안들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지수를 높이는 포스팅 콘텐츠를 제공하는 제안도 있었는데요. 이런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섬뜩한 생각이듭니다. 기존에 잘 운영되는 블로그들까지 도매금으로 싸잡아 그렇고 그런 부류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블로그 스피어의 어두운 면들은 그들의 생각과 주장에 맞아 떨어지는 좋은 예들이기 때문입니다.
김영란법은 그렇게 견고하지 않은 블로그 스피어에 던져진 돌멩이 같습니다. 사실 김영란법은 기업, 매스미디어, 정치권이 쌓아온 이면적인 커넥션(Connection)을 끊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일부 매스미디어들이 신기한 내용의 기사들을 만들어 블로거를 공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김영란법으로 반대급부를 누린다며 블로거들을 지목하여 그들의 이슈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입니다. 일부 블로거들이 소위 파워블로거니 슈퍼 오피니언 리더(opinion-reader)라고 불리며 주목을 받고 원고료나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지만 실상 그들은 개인 단위로 활동하기 때문에 그 대가라고 하는 것을 따져보면 매스미디어의 대가성 기사들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입니다. 일부 주목받는 블로거들 중에는 수입 자체가 상당히 높은 사람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블로거들은 사실상 적자(赤字)인 상태로 자신의 즐거움이라는 무형의 원고료를 받고 활동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공격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들의 주장에 맞는 그 극소수의 대상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의 주장은 아직까지는 실제 근거 제시없이 스토리 텔링('A씨의 경우...' 이런 식으로) 즉 소설에 가까운 형식을 빌어 쓰고 있습니다.
그들의 광고료 수준의 스폰싱을 받는 블로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재 드러낸 규모로 볼 때는 기존 매스 미디어가 블로거를 자신들과 동류(同流)로 취급하는 것은 참 한심하고 치사한 작태(作態)일뿐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블로그 스피어에는 그들의 억지 주장에 부합되는 일부 어둔운 면이 분명히 존재 합니다. 무분별한 체험 마케팅이 존재하고 그것을 통해 수익을 내는 집단이 있고 그 집단들도 예전에는 보통의 블로거들이었습니다. 결국 수익문제에 직면하면서 그렇게들 변해간 것이죠. 이미 '맛집 블로그'눈 반 블로그 정서에 적합한 단골 소재가 된지 오래입니다.
블로거들의 집단화에 대해서는 몇년간 꾸준히 언급했던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약한 블로거들이 모여서 서로의 체험을 나누고 상부상조(相扶相助)하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룹들이 커지면서 다시 작은 그룹들로 나누어지고 그렇게 순환하는 그림은 나쁘지 않아보입니다. 이 그룹들이 만들어지고 소멸되면서 그 조직 안에 있던 개인들이 새로 시작하는 이들에게 밑거름이 되면 더할 나위가 없겠죠. 그런데 필자가 아는 한 한국인들의 정서상 그룹화되고 나면 잘 흩어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그룹에 힘이 실리면 그것은 지켜내려는 성향이 강해집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카르텔(Cartel)입니다. 무슨 조직의 이름 아래 활동하지 않는다고 해도 한국인들의 성향상 외부에서는 그런 경계가 잘보입니다. 그 조직 안에 있는 사람들만 그것을 모를뿐이죠. 이렇게 모였다고 모두가 카르텔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이나 그룹의 성격이 또렷하고 조직원이 일정하다면 그 조직의 유연성은 떨어지고 그것은 다른 이들과의 차별이라는 수단을 통해 게토(Geto)화됩니다.
카르텔이던 아니던 문제가 되지 않는 규모가 있고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김영란법 아래에서 조직화된 블로거들은 특히 기존 미디어 권력과 반 블로거 감정을 가진 일반 대중(그중 대부분은 콘텐츠 소비자들)의 뭇매를 조심해야 합니다.
논리의 전개(展開)가 다소 어수선합니다만. 이번 글의 골자(骨子)는 이렇습니다. 블로그(BLOG)는 이제 더 이상 개인의 일상을 적던 시절의 그것이 아닙니다. 블로그가 처음 만들어졌던 1차 닷컴 버블 시기에는 개인의 일상을 인터넷에 공개할 수 있던 개인 매체가 없었기 때문에 그것을 담을 매체가 필요했던 것이고 지금은 SNS라는 매체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이제 블로그는 섬세하고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진 사실상의 미디어가 되었습니다. 운영과 기술적인 배경은 신문사의 시스템과 동일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사회적인 기대 수준은 기자들이 쓰는 기사에 버금갑니다. 그런데도 아직 자신의 글을 일기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요?
한국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블로그가 포털(Portal)이라는 회원제 시스템 아래에 존재하기 때문에 놓치고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포털 시스템 아래에서 한국의 블로그 스피어는 이웃과의 소통이라는 부분이 강조되면서 서로 방문하고 '좋아요'를 눌러주는 식의 교류가 많지만 설치형 블로그의 경우, RSS나 ATOM 같은 콘텐츠 공급 마크업 스크립트를 이용해서 물리적인 방문 없이 구독하는 형태를 취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은 블로거가 생산하는 콘텐츠 자체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고 심지어 어떤 독자는 몇개의 블로거들의 글만 구독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검색 광고 수요가 낄틈이 없습니다. 물론 이것은 검색 광고를 먹고사는 회사들이 좋아할 상황은 결코 아닙니다.
필자가 3년 정도 일방적인 콘텐츠 제공을 떠나 블로거들과의 소통을 해보고 나니 많은 블로거들이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콘텐츠 제작과 소통을 병행하면서 시간 부족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결국 선택은 각자의 몫이고 그것을 누군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블로그라는 공간이 나와 나의 친구들 간에 대화의 장이라면 몰라도 전체 공개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기를 원하고 검색이 되도록 설정했다면 더 나아가 이를 통한 어떤 이익이나 체험의 확대를 원한다면 그 만큼 콘텐츠의 질과 소규모 미디어로서의 책임성을 반드시 높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미디어로서의 책임성은 무엇일까요?
한동안 알
일부 기자들이 '기레기'라고 불린적이 있습니다. '기자+쓰레기'의 줄임말입니다. 기자라는 계층은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까지만 해도 굉장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 스스로의 자부심은 물론이고 사회적인 평가도 높았습니다. 심지어 존경까지 받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정치적 탄압이 남아있던 시기임에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요즘 기자들의 상황은 보시는 대로입니다. 이것은 블로거들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지 아전인수(我田引水) 할 이야기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