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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Sep 02. 2023

마음의 방향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버튼을 누른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때는 엘리베이터가 아래층에 있다고 해서 윗방향 화살표를 눌러 부르지 않는다. 그냥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의 버튼을 눌러 방향을 표시해 주면 된다. 가끔 나는 내려가야 할 때 엘리베이터가 아래에 있어서 무심코 윗방향 버튼을 누른다. 문이 열리고 생각 없이 타고 나서야 뭔가 중력이 반대를 향하는 느낌에 당황한다. 항상 중요한 것은 엘리베이터가 지금 어디 있는지 보다 내가 가려하는 방향이다. 나의 방향이 우선이다.

마음의 방향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무언가 마음먹을 때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나를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 묵묵히 마음먹은 대로 하는 것. 대상을 살펴서 당기려 하기보다, 가려는 방향 따라 그대로 쭉 가는 것이다. 나에게 오라고 하기 전에 내가 갈게라고 얘기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먼저 밝히는 것. 방향을 잡고 달리고 구르다 보면 어느덧 그 언저리 정도까지는 마음이 가닿게 되지 않을까?

집에 크고 작은 화분 여러 개를 키우고 있다. 매주 물을 주고 종종 분갈이를 하지만, 넘어지려는 것만 세워줄 뿐 식물에 손을 대어 모양을 잡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다들 제멋대로 자란다. ‘제멋대로’라는 말은 자신이 가진 멋대로 살아간다는 뜻일 텐데, 실제로는 그런 의미로 쓰지 않는다. 뭔가 모습이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제멋대로’라고 하고, 마음에 들면 ‘알아서 잘’이라고 한다. 세상 모든 사물은 제멋을 찾으려 태어났다. 그래서 제멋대로 자라는 마음도 어디로 향하는지 방향을 지켜봐야 할 일이다. 방황해야 방향을 찾게 된다.


사는 것을 달리기에 비유한다면 짧건 길건 간에 우리는 모두 제 삶을 완주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달리는 과정에서 그냥 마음이 향하는 방향으로 가보는 것, 스스로 제멋을 찾도록 지켜보는 것, 그러다가 마음이 일렁이는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삶의 목표는 결국 마음의 방향을 따라 재미를 찾아가는 것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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