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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Nov 11. 2018

인류가 우주로 가는 길

1장. 지구에서 달까지

게르만 고대 신화에 나오는 솔(태양의 신)과 마니(달의 신)를 뒤쫓는 괴물 늑대 (존 찰스 돌만 作, 1909)


인류가 불을 사용하면서 밤의 공포에서 벗어나 군락을 이룬 지 수만 년이 지났다. 그때부터 밤하늘의 달과 별은 경외의 대상 그 자체였다. 한낮에 떠오른 태양은 눈 부셔서 차마 바라볼 수 없지만, 은은하고 부드러운 밤의 세계는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수많은 전설과 함께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처음 문자를 남기고 동굴 벽화를 그렸던 고대 인류의 조상들은 달의 주기에 맞추어 여인들이 피를 흘리는 것에서 신비로움을 느꼈고, 생명과 관련이 있으리라 짐작했을 것이다. 또한, 농경정착을 시작하여 문명을 본격적으로 발전시키면서 별자리를 관측했던 초기 천문학자들은 달과 농경의 밀접한 관련성을 발견했고, 특정한 별의 위치에 따라 강물 범람 시기 등을 예측하면서 고대 신앙 일체 사회를 형성했다. 일식과 월식을 통해서 받은 신의 계시를 빗대어 고대 문명의 흥망에 영향을 끼친 사례도 종종 발견되곤 한다.


뉴턴이 중력의 원리를 처음으로 밝힌 프린키피아


고대에는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과 별들이 돌고 있다는 우주관이 자연스레 통용되었다. 중세 유럽에 이르러서야 더 이상 지구가 중심이 아닌, 수많은 별과 행성들로 이루어진 우주의 작은 섬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영국의 아이작 뉴턴(Sir Isaac Newton, 1643~1727)은 1687년 발간한 <프린키피아 Principia>를 통해서 우주의 근본 원리인 ‘중력 Gravity’과 ‘고전 역학 Classical mechanics’에 대해 처음 정의를 내렸다.

그의 발견은 케플러의 ‘행성 운동법칙’을 증명하면서 그 당시까지 남아 있던 지동설에 대한 마지막 의문점을 제거하고 과학혁명을 일으켰다. 뉴턴의 역학 법칙은 현대 로켓기술의 가장 중요한 이론적 기초가 되었고, 인류가 오랜 꿈과 전설이 깃든 달까지 도달하게 해 줬다.


■ 제 1 법칙 : 관성의 법칙

■ 제 2 법칙 : 가속도의 법칙

■ 제 3 법칙 : 작용·반작용의 법칙


세 가지 뉴턴 역학(운동) 법칙은 현대인에게는 당연해 보이지만, 당시 상식으로는 숨 쉴 공기가 풍부한 지표면이 아닌, 진공상태의 우주 공간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도 로켓의 연소 가스가 공기를 밀어내며 날아간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꽤 많다.

첫 번째 로켓은 중국에서 만들어졌다. 어떤 연금술사가 우연히 초석과 유황, 숯을 혼합하여 흑색화약을 발명했고, 이를 대나무 통에 넣고 연소시키면 고압의 배기가스로 추진력을 얻어서 날아가는 간단한 형태였다.

하지만 로켓이 왜 날아가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저 화약의 연소 가스가 뿜어져 나오면서 주변의 공기를 뒤로 밀어내서 앞으로 날아간다고 믿었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진공상태의 우주 공간에서 로켓은 아무리 연소해도 움직이지 못한다. 뉴턴의 제 3 법칙, 작용과 반작용 때문에 미세한 질량의 분자인 배기가스가 뒤쪽으로 고속으로 뿜어지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전진하는 것이다.

위성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은 뉴턴의 제 1 법칙, 관성으로 인해서 지구로 떨어지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돌고 있다. 그리고 뉴턴의 제 2 법칙, 가속도 덕분에 로켓은 속도를 유지하고 우주로 날아간다.

인류가 보유한 화학 추진방식의 로켓으로는 빛의 속도에 비하면 턱없이 느린 속도만 낼 수 있다. 20세기에 발견된 상대성원리가 적용되기엔 한참 부족하며, 17세기의 뉴턴 역학 법칙에 거의 지배당하는 분야다.

뉴턴 이후 탄도 역학 등이 발전하고, 달과 행성들의 운동에 대해 더 자세한 발견이 이뤄짐에 따라 인류의 꿈은 수천 년 전설 속에 나오는 우주에 대한 도전으로 차차 실현되기 시작했다.


쥘 베른의 <지구에서 달까지>는 41장의 삽화로 더욱 유명해졌다.
프랑스에서 1868년에 발행된 <지구에서 달까지> 첫 삽화본. 원제는 ‘지구에서 달까지, 97시간 20분의 직행 경로'였다. 이것을 사실상 초본으로 볼 수 있다.


19세기의 유명한 SF 소설가 쥘 베른(Jules Verne, 1828~1905)은 <해저 2만 리>, <80일간의 세계 일주>, <지구 속 여행> 등의 소설을 써서 당시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의 저서 중에 <지구에서 달까지, 1865>, <달나라 탐험, 1870>이라는 두 편의 연작은 우주를 동경하던 사람들을 자극하여 훗날 인류가 우주에 진출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남북전쟁이 끝난 미국에서 전쟁 기간 대포를 이용한 탄도 역학이 크게 진전하여 대포협회가 만들어졌지만, 평화기에 더는 할 일을 찾지 못하던 차에 협회장의 제안으로 달까지 대포를 발사해서 명중시키자는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전 세계적인 호응 속에 영국 천문학회의 도움으로 달까지 가는 탄도 역학을 완성하고, 사람이 직접 대포알을 타고 달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소설에서는 우주 공간의 무중력, 진공에 대해서 자세히 묘사했다. 달 근처에서 착륙을 시도하지만, 결국 월면에 내려서지 못한 채 그저 달 주위를 돌다가 다시 지구로 돌아와 태평양에 착수하는 내용도 나온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로 달 대포의 발사지점이 지금의 케이프커내버럴 근처인 플로리다 지역으로 나오는 등, 훗날 인류의 달 탐사를 예언한 듯한 설정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쥘 베른의 달 탐험 소설은 <해저 2만 리>와 같은 소설적인 흥행요소가 부족했다. 다소 지루한 이론 설명과 좁은 우주선 내부에서 등장인물들의 설전과 심리묘사에만 치중해서 비교적 난해한 책이지만, 그 책을 통해서 전 세계의 많은 이가 달 탐험에 대한 강렬한 욕구를 갖게 되었다. 훗날 그들이 로켓을 만들고 우주 항해에 대한 기초적인 이론을 세우면서 인류가 우주에 진출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인류문명과 함께 시작된 수많은 고대 전설로부터 근세 쥘 베른의 달 탐험 소설에 이르기까지 인류에게 우주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 욕구를 심어줬다. 그로 인한 일련의 DNA 코드는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청년이 된 우주 몽상가들이 결집하여 그들의 최대 목표인 달 탐험을 위한 우주로켓을 개발하도록 만들었다.




이 글은 <프로젝트 로켓>의 첫 챕터 내용 중 일부랍니다. 브런치 연재에서는 연결된 스토리 위주로 올리고 있으므로 부가 설명과 과학 이야기는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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